Publisher's Letter

손홍락   발행인·대표이사 
손홍락   발행인·대표이사 

또 한 장의 달력이 넘어가니 가뜩이나 짧은 가을을 속절없이 빼앗긴 기분입니다. 10월 초까지만 해도 아직 온기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데 중순을 넘자마자 찾아오는 한기, 자연의 변화는 늘 단호하기만 합니다. 
아직 늦가을의 11월이지만 곧 혹독함을 예고하는 초겨울과 겹치며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만들겠지요.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양 손의 떡’이지만 시니컬한 관점에서는 참으로 애매한 계절입니다. 겉옷을 입었다 벗었다 일상을 번거롭게 만들기도 하거니와 늑장 부리는 손님, 문 두드리는 손님 사이에서 자칫 우왕좌왕, 갈팡질팡의 해프닝을 빚어내기도 하니 난감할 지경이지요. 
낮과 밤이 교차하는 어스름한 석양 무렵을 서양에서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부른다더군요. 동아시아에서 통용되는 ‘황혼(黃昏)’이라는 표현보다 왠지 더 낭만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윤곽이 잡히지 않은 채 저 멀리서 달려오는 동물이 인간의 동반자인 개인지 약탈을 일삼는 침입자 늑대인지 헛갈리는 심정을 떠올려보면 사뭇 두렵기 짝이 없습니다. 
모호함의 본질이 이렇듯 두려움을 내포하기 때문에 나약한 인간은 종교라는 산물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처럼 모호하면서도 두려웠던 시절은 인류 역사의 곳곳에서도 발견됩니다. 석기와 청동기, 청동기와 철기 등 도구 발명의 교체기는 물론 왕정과 공화제의 교체기,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진입하던 근대 등 우리에게 공포스러웠던 ‘개늑시’의 순간들은 한결같이 폭력과 광기의 시대로 기억됩니다.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인류는 고도화된 체계를 만들어내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극복하고 있지만 그마저 공포로부터의 완벽한 해방은 아니었지요. 각계 전문가들은 여전히 다양한 가능성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불확실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생각해보면 CEO들은 단 1%의 리스크를 두려워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사람들입니다. 구성원들을 이끄는 리더의 판단은 한없이 신중해야 하고 언행은 진중해야 합니다. 그들의 가벼운 손짓 한 번, 빈 말 한 마디에 울고 웃는 구성원들을 생각하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또 한 번 삼가는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아야 마땅하지요. 거침없이 질주하는 공격적 경영의 배경에 얼마나 많은 자료조사와 숙고, 반복되는 회의, 지리한 갑론을박, CEO의 잠 못 이루는 번민이 자리하고 있는지 짐작하지 못한다면 경영학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합니다. 
오늘도 개와 늑대의 모습을 분별하기 위해 눈을 부비고 계신 많은 CEO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지난달 23일 진행된 <제6회 CEOPLUS 골프대회>를 즐겨주신 참석자 여러분들께도 지면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비록 짧은 하루의 여유지만 [월간 CEO&]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피로를 풀었던 자리였기를 빕니다. 
[월간 CEO&]은 언제나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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