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Influence

뉴저지에 가면 허드슨강을 가로지르는 조지워싱턴 브리지와 맨하탄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포트리 역사공원이 있다. 이 공원에 뉴욕의 한국인 패션사업가 제이리 사장이 벤치 22개를 기증했다. 한미장학재단 전국 이사장으로 한인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기도 하는 등 미국에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는 제이리 사장의 미담을 소개한다.

동네 사람들에게는 집 앞 공원이 또 하나의 홈(Home)이다. 햇살 가득한 공원 벤치에 앉아 눈앞에 흐르는 강과 펼쳐진 풍광을 즐기는 일은 무엇보다 평안한 휴식이기 때문이다. 미국 뉴저지에 가면 미국 독립전쟁 당시 매우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던 포트리 역사공원(Fort Lee Historic Park)이 있다. 앞으로 허드슨강이 흐르고 건너 맨해튼이 한눈에 보이는 이곳이 인기 공원이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강을 가로지르는 조지워싱턴브리지(George Washington Bridge)가 멋진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브리지는 뉴저지와 뉴욕을 잇는 다리로 뉴욕에서 일일 통행자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고인이 된 가족의 이름을 붙인 벤치

지인들의 이름 붙인 벤치 22개 기증 
포트리 공원에는 30여 개의 벤치가 있는데 이 중 22개의 낡은 벤치에 지인들의 이름을 새겨 기증한 한국인 여성 사업가가 있다. 그녀는 바로 뉴욕의 패션사업가인 제이리(Jay Lee) 바이디자인 그룹(By Design Group) 사장이다. 제이리 사장이 이 공원에 벤치를 기증하게 된 것은 세 딸의 깜짝쇼가 계기가 됐다. 딸들이 어느 날 공원에 산책하러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그런데 그곳에 본인의 이름이 붙여진 새 벤치가 떡하니 자리 잡은 게 아닌가. 
기쁨은 잠시, 제이리 사장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낡아빠진 다른 벤치들이었다. 이곳의 벤치들은 60여 년 공원과 세월을 같이 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뉴저지의 어르신들이 산책 나와 자주 앉게 되는 이 벤치들을 새로 바꾸어주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 바로 공원사무실에 연락해 다른 이들이 기증한 벤치 외에 22개를 더해 기증하기로 했다. 이 벤치에는 오래 함께 일한 직원, 가까운 지인, 친구들, 세상을 떠난 가족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벤치 비용은 개당 1300달러로 한화로 약 4천만 원이 들었다. 
“제가 돈을 벌어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게 사업하는 보람이 되지요. 명품을 걸치고 좋은 집에 사는 것보다 이렇게 쓰는 게 저에겐 더 의미가 있어요. 옷을 만드는 일도 돈만 버는 목적이 아니라 옷을 입는 사람들의 즐거움과 행복까지 생각합니다. 그래야 기쁜 마음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요.” 

기증한 벤치에 남편 리프만 변호사와 함께 

한미장학재단에 10년간 매년 5만 달러 약정
필자가 오래 만나온 제이리 사장은 진심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일 년에 반 이상 해외 출장으로 세계를 누비는 몹시 바쁜 일정에도 현재 한미장학재단 전국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한미장학재단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 학생을 돕기 위한 비영리 장학재단으로 1969년 워싱턴 DC에서 시작해 현재 미 동부지회를 포함 전국에 7개 지회를 두고 있으며 지난 50여 년 동안 7,700여 명의 학생들에게 1,220만 달러의 장학금을 제공했다. 매년 모금행사를 통해 장학금을 마련하는데 남편인 구스타브 리프만 변호사와 함께 올해부터 10년간 매년 5만 달러(한화 약 6천600만 원)를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바이 디자인은 미국의 디자인, 수입, 마케팅, 머천다이징과 도매를 업종으로 하는 미국 여성복 시장의 선도 기업이다. 중국, 베트남과 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의 공장에서 주로 미시와 영 주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을 생산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주요 백화점, 대형 마켓 등에 도매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스웨터 제품의 디자인, 제조 분야에서는 업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으며 제이리 사장은 ‘Sweater King’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제이리 사장은 한국의 조그만 패션 무역회사에서 일하다 1980년 1월 무작정 도미해 거래하던 미국 바이어 회사에서 일하면서 패션비즈니스 경력을 쌓았다. 1994년 집 지하실에서 1백만 달러의 자금으로 독립해 첫 주문부터 성공한 후 그해 뉴욕 패션의 중심인 40번가로 이전했다. 이렇게 출발한 바이 디자인은 승승가도를 달려 연 매출 약 1억 달러의 회사로 성장해 Ellis Island Medal of Honor award*(2001년) 등 다양한 기업인 상을 받았다.
제이리 사장은 회사에서도 늘 긍정에너지로 직원들을 리드한다. 팬데믹 시기에 해외 지사의 어느 직원이 크게 사기를 당해서 회사에 손실이 온 적이 있다. 제이리 사장은 “돈을 많이 잃으면 많이 얻고 적게 잃으면 적게 얻는다”며 직원을 오히려 위로해주었다. 평소에도 어려운 사람을 보면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제이리 사장. 그가 기증한 벤치들이 포트리 역사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평안한 휴식과 더불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더 많은 기부의 띠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 Ellis Island Medal of Honor award: 개인적으로든 사업적으로든 훌륭한 업적을 보인 다양한 국가 출신의 미국 시민을 엄선하여 매년 5월 엘리스섬에서 시상한다. 수상자는 미국 상하원 의회가 인정, 연방의회회의록에 남는 영광을 안게 된다. 수상자 중에는 지미 카터, 조지 부시, 빌 클린턴, 리차드 닉슨 등의 전직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헨리 키신저, 도널드 트럼프, 무하마드 알리 등 미국의 저명인사들이 있는 매우 권위 있는 상이다.
 

Editor·Photo 이은주(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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