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Interview

한 가지 일에만 전심전념하는 사람은 언젠가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음악과 무대를 갈망하며 20년의 세월을 달려오며 갈고닦은 내공이 마침내 만개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8일 압구정 광림아트센터에서 생애 첫 단독콘서트를 성공리에 마친 후 인기 급상승 중인 가수, 바로 류지수이다.

중국 초나라 때 한 관리가 쇠 장식을 잘 만드는 장인에게 물었다. “그대는 나이가 많은데도 뛰어난 솜씨를 발휘하니,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가?” 이에 노인은 “저는 20세부터 쇠로 된 띠 장식 만드는 것을 좋아해 다른 일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이 일만 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처럼 한 가지 일에 전심전력하는 사람은 언젠가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가수 류지수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음악과 무대를 갈망하며 달려온 20년의 세월이 현재 실력있는 그녀를 만들어냈다. 

대박 난 생애 첫 콘서트
“마치 꿈을 꾼 것 같아요. 아직도 공연의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성북동의 오래된 재즈바에서 만난 가수 류지수 씨는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오로지 ‘음악’ 하나만을 붙들고 달려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앳되고 생기발랄한 모습이었다. 지난 9월 8일 성황리에 마친 생애 첫 단독콘서트는 오랫동안 단독공연에 목말라있던 그녀의 모든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결정체였다. 2시간 동안 가요, 소울, 팝, 보사노바, 탱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과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첫 단독콘서트를 치른 소감이 어땠냐는 질문에 류지수 씨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제 삶의 여정을 고스란히 녹여낸 공연이었어요. 인상 깊었던 곡들, 마음에 남는 곡들을 모았어요. 마지막 노래를 부를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울 줄은 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대구에서 살던 20대 초반의 소녀가 ‘음악을 하고 싶다’는 패기 하나로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에 올라와 혼자 겪어냈던 삶의 여정을 생각하면 그녀의 눈물은 너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2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첫 단독콘서트에서 아낌없이 열정을 쏟아내는 가수 류지수
첫 단독콘서트에서 아낌없이 열정을 쏟아내는 가수 류지수

윤도현의 러브레터로 데뷔
“어릴 때부터 항상 무대 위에 서 있었어요. 피아노 같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지휘나 노래를 하는 걸 좋아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무대 위에서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걸 즐겼던 것 같아요. 엄마한테 MBC 합창단에 가고 싶다고 조르기도 했었죠. 가정 형편이 안돼서 보내줄 수 없어서 속상하셨을 엄마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휘트니 휴스턴이나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를 따라부르며 마음을 많이 달랬죠” 
성인이 된 후에도 무대를 열렬히 갈망하던 류지수 씨는 매니지먼트 관련 일을 하고 있던 지인이 ‘꿈을 펼쳐볼래?’라고 권유하자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을 느꼈다. 거기에 ‘나가야 잘 산다’는 엄마의 적극적인 응원은 과감하게 서울행을 결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독학으로 갈고닦은 실력은 빛을 발했다. 아픔이 많았던 오디션들을 거쳐 비로소 ‘미스터 소울’이라는 모던록 듀오를 결성할 수 있었다. 2003년 그 당시 실력 있는 음악인들의 등용문과도 같았던 KBS 음악 프로그램 ‘윤도현의 러브레터’로 화려하게 데뷔를 하는 기회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첫 시작이 너무 좋았던 걸까. 미스터 소울 활동은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노래를 계속하려면 생계를 위해 무언가 다른 일을 병행해야만 했다. 
“17년 동안 학원이나 연습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지금은 대학에 강의도 나가고 있고요.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실력이 상당히 좋아야 하거든요. 정말 학생들보다 몇 배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몰라요.”
류지수 씨는 온라인 게임 ‘테일즈 런너’에서 동명의 캐릭터 가수 DND로 활동하며 인기를 끌었고 천재 바이올리스트 유진 박과 소울프렌즈의 메인 보컬로 활동하기도 했다. 자신의 매력을 한껏 보여줄 수 있는 ‘여보세요’, ‘하얀밤’ 등을 직접 작사, 작곡하는 등 어떤 상황에서도 음악인으로서의 사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부드럽지만 파워풀하고 약간은 허스키한 목소리까지 갖춘 류지수 씨가 소울이나 R&B, 팝, 뮤지컬, CCM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내공은 이런 과정들을 거쳐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 ‘마르끼오 보사’와 콜라보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려 무대에 설 수 없던 암울했던 시기, 침체되어 있던 류지수 씨에게 기적과도 같은 일이 찾아왔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보사노바 그룹 ‘마르끼오 보사(Marchio bossa)’측에서 콜라보 제안을 한 것이다. 류지수 씨는 흔쾌히 러브콜을 승낙하고 싱글 1집 앨범 ‘Somewhere’를 비롯해 2집 앨범 ‘Secret love Affair’까지 발매하는 놀라운 활약을 펼친다. 특히 ‘Somewhere’는 일본, 미국, 유럽 전역 라디오 및 음원 차트 등에서 1위에 오르는 믿기 힘든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해 아쉽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코로나 시기에 블루투스 마이크를 한 개 구입해서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었거든요. 그 당시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태국 유명 배우가 부른 노래만 들으면 얼굴에 생기가 도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직접 영어로 번역해서 불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여곡절 끝에 그 노래를 불러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그 영상을 마르끼오 보사 측에서 본 거예요.”
친구를 위한 순수한 마음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비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간절함은 기적을 불러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례가 아닐까 싶다. 물론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듯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음악’을 놓지 않고 탄탄하게 내공을 쌓은 류지수 씨의 노력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동안 마르끼오 보사 그룹과 비대면 방식으로 작업을 했거든요. 내년에는 이탈리아로 직접 가서 작곡가 겸 매니지먼트 제작자인 ‘피에로 롬바르도’(Piero Lombardo)도 만나고 마르끼오 보사 그룹과 함께 첫 콜라보레이션 공연을 할 예정이예요.”
류지수 씨의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이 역사적인 과정을 고스란히 찍어서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남기고 싶다는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것이 류지수 씨의 능력이 아니던가. 자신의 목소리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선한 영향력’으로 발현될 수 있기를 바라는 그녀의 소박하지만 거창한 꿈이 하나씩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Photographer 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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