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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학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컴퓨터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해 지인들은 그를 한문공학과 출신이라 부른다. 유난히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들과는 달랐고 우주나 물리에 대해 논할 때는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푹 빠져들었던 이경학 대표. 모바일 보안솔루션 업체 대표로 승승장구하다 현재는 세계 최초로 생활체육 아이템인 스코어밴드 ‘위꾹(WeKKUK)’을 개발해 세계시장으로 강력한 스매싱을 날리고 있는 중이다.

모든 발명과 개발의 시작은 불편함에서 시작된다. 모바일 보안솔루션 사업으로 업계 2위를 달리며 호황을 누렸지만 급변하는 스마트폰시장에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10년 간 운영해오던 ㈜쏘몬이라는 회사를 정리하게 된다. 바로 그 해 2017년은 이경학 대표에게 폐업에 대한 아쉬움은 생각할 겨를 없이 생활 속 불편함을 획기적인 사업으로 태동시킨 또다른 원년이 됐다.

생활체육을 아이템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셨는데 어려운 점이 있었을까요?
솔직히 저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무언가 열정을 가지고 도전할 때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사업을 정리하던 해는 매일매일 술만 마셨던 것 같습니다. 바빠서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선배들에게 위로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 허탈감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몸을 피곤하게 하면 잡생각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동네 체육관을 찾아 배드민턴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배드민턴은 전국민이 다 아는 운동이지만 사실 엄청 하드한 운동입니다. 때문에 운동에 몰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경기 중에 동호인들이 점수를 가지고 싸우더라고요. 모든 경기 진행을 수기로 하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IT전문가로 답답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수들이 점수를 가지고 싸울 필요도 없고 경기를 할 때 굳이 심판에게 묻지 않아도 나의 정확한 스코어를 알 수 있고 상대 실력을 미리 알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아이템을 정리했죠. 크게 4가지였습니다. 아직 세상에 없으면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생활체육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리고 시스템이 글로벌화 될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했습니다. 그게 바로 스코어밴드 ‘위꾹’의 시작이었습니다.

사명인 76소프트가 배드민턴 라켓의 테두리 홀 갯수라니 배드민턴에 남다른 애정이 느껴집니다.
76소프트의 ‘76’은 배드민턴 라켓의 평균 홀의 갯수이고 소프트는 소프트웨어를 뜻합니다. 스포츠 IT 기업이라는 뜻이지요. 국내 생활스포츠로서의 배드민턴은 굉장히 액티브합니다. 시장도 큰 편이어서 약 1조 원 가량이고 배드민턴 인구도 200~300만 명입니다. 생활스포츠 배드민턴 대회도 1년에 약 1,000회 이상 개최됩니다. 배드민턴 동호인들은 대회 출전에 아주 익숙하고 대회에서 입상해서 승급하는 걸 목표로 삼습니다. 배드민턴이 이렇게 활성화되어 있음에도 다른 나라보다 배드민턴이 사회적으로 낮게 평가를 받는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이제는 옛날 약수터 배드민턴을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실내 스포츠이고 15분 이내에 끝나는 경기라 아주 매력적이지요. 한 번 빠져들면 1년 이상 꾸준히 하게 되고 레슨도 1~2년 이상은 받아야 기본기가 갖춰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학생 신입회원들도 아주 많아졌습니다. 일반 동호인들이 1년에 약 800게임 이상의 경기를 치르지만 데이터로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점수도 입으로 세다 보니 다툼도 많고요. 그냥 서로 내가 잘한다고만 우깁니다. 이런 점에서 스코어를 손쉽게 기록할 수 있는 스코어밴드 위꾹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안세영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다시 한 번 생활스포츠 배드민턴의 위상이 업그레이드 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엘리트 스포츠도 괜찮지만 앞으로는 생활스포츠 동호인들 중에서 훌륭한 선수가 배출되어 국가대표가 되는 날이 머지 않아 올 겁니다.

코로나19로 창업 시 어려움이 있었을 듯합니다.
창업은 2019년 4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 건 2020년 초입니다. 스타트업 초기였고 다행히도 제품을 한창 개발할 시기여서 직격탄은 피해갔습니다. 하지만 준비 기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코로나19 기간에 스코어밴드 부품 수급도 어려웠고 모든 실내 운동이 멈췄던 시기라 제품을 출시해도 의미가 없었습니다. 비대면으로 대회를 개최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만든 것이 ‘위꾹라이브’라는 대회용 솔루션이었지요. 결국 코로나19 때는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지만 요즘은 아주 핫한 우리 회사의 서비스가 됐죠. 지난 9월 15~16일에 개최됐던 삼성생명배 배드민턴 페스티벌에서 위꾹라이브가 사용됐습니다. 대회장 여기저기서 동호인들이 위꾹라이브 좋다, 쓸만하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큰 힘이 됐고 보람과 희망을 느꼈습니다.

실제로 배드민턴, 테니스, 탁구 등의 종목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으신지요?
배드민턴은 중급자 실력입니다. 테니스, 탁구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라켓종목이라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 위꾹 스코어밴드에는 배드민턴뿐만 아니라 테니스, 탁구 등 모든 생활스포츠 분야의 스코어기능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배드민턴 동호회의 일반 회원, 관리위원장, 동호회 회장을 거치다 보니 배드민턴의 습성을 아주 잘 알게 되었고 사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모든 생활스포츠 종목은 그 종목만의 동호인들 습성이 있거든요. 이걸 잘 알아야 성공할 수 있고요. 저희가 함부로 다른 종목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생활스포츠 종목을 잘 아는 누군가를 만나면 위꾹서비스를 더 확장할 수 있겠지요. 현재 저는 서울시 배드민턴협회 이사, 마포구 배드민턴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운동 실력보다는 다른 실력이 더 뛰어난 건가요?(웃음)

위꾹을 개발할 때 시행착오와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창업을 하기 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맨 처음에 생각했던 것이 점수가 나면 네트 아래에 있는 발판을 눌러 점수를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1~2미터도 가서 발로 누르는 것이 힘들어서 실패했죠. 다음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성으로 점수를 올리는 것도 체육관이 너무 시끄러워 실패했고요. 결국 손목에 착용하는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려고 스마트폰 앱과 연결되는 작은 블루투스 기기를 찾았는데 국내에는 없더라고요. 한참을 찾아보다 스웨덴 회사의 플릭(Flic)이라는 제품을 발견했습니다. 작은 블루투스 기기인데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전화 연결, 두 번 누르면 음악 재생, 세 번 누르면 앱 실행 등을 하는 기기였지요. 우리가 만든 앱과도 연결 가능한 API가 있었고요. 6주를 기다려서 제품을 받고 우리가 만든 스마트폰 앱과 연결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습니다. 블루투스 버튼 2개를 손목보호대에 접착했고요. 동호회에 나가서 스마트폰 앱을 켜놓고 버튼을 눌러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동으로 점수가 올라가는 줄 알고 신기해 하더라구요. 버튼을 보여주니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초기에는 버튼이 2개인 단순한 제품으로 시작했다가 코로나19로 상용화 시기가 늦춰지면서 스마트밴드 형태로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지금의 스코어밴드로 탄생하게 됐죠. 현재는 또 다른 방식으로 스코어를 올리고 내리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생활스포츠 대회에 위꾹 솔루션을 적용시키는 일도 매우 어려웠을 듯 합니다.
배드민턴 동호인 생활을 하면서 대회에 여러 번 참가했습니다. 심판이 점수판을 손으로 넘기고 경기가 끝나면 오더지(경기결과지)에 사인을 받고 승리팀이 오더지를 경기운영석에 전달하면 그때서야 입력 담당자가 컴퓨터에 경기결과를 넣습니다. 이런 다음에 참가자들이 앱으로 결과를 볼 수 있지요. 이런 시스템이 답답해서 76소프트를 하기 이전부터 기회가 되면 대회용 시스템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76소프트를 시작하고 코로나가 겹치면서 위꾹라이브 대회 시스템을 만들게 된 것이 오히려 행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호인들 중에 스코어밴드는 몰라도 대회 시스템 위꾹라이브는 많이 알고 있거든요. 앞서 말했듯이 삼성생명배 대회로 더 많은 분들이 알게 되었고요.

위꾹라이브는 계속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다른 주력 상품이 있나요?
1년에 생활체육 배드민턴 대회가 약 1,000회가 넘고 이 중에서 시군구 배드민턴협회에서 치르는 경기가 400~500회입니다. 나머지는 스포츠업체나 일반 단체가 주최하는 대회입니다. 위꾹라이브는 우리에게는 회사와 브랜드를 알리는 전략 상품입니다. 저희가 매출을 기대하는 분야는 이번에 새롭게 런칭한 ‘매치보드25’입니다. 위꾹라이브를 소형으로 만든 서비스이지요. 동호회의 자체 대회와 소모임 대회, 띠모임 대회 등 소규모 대회가 매우 많습니다. 우리는 이 소규모 대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동호회에서 자체 대회를 하게 되면 제가 직접 대진표를 엑셀로 짰습니다. 30~40팀이라도 대진표를 짜는 데만 1~2일이 소요되거든요. 다 짜고 나면 다음날 누가 참가를 못하거나 팀이 늘어나는 변수가 생기면 또 수정을 합니다. 그런데 대회 당일 오전에 ‘형 저 아파서 참석을 못해요’ 하는 팀이 또 나옵니다. 그 시간에 다시 대진을 짤 수도 없고요. 그래서 만든 제품이 매치보드25입니다. 대회 당일 참가팀에 변수가 생겨도 25분 이내에 새로운 대진표를 짤 수 있는 서비스, 그것도 직접 DIY로요. 지난 9월 16일 삼성생명배 대회 때 매치보드25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뷰하는 오늘 매치보드25로 25팀이 참가하는 대회의 대진표를 작성해서 누군가 올려 놓았더라고요. 아주 반가웠습니다.

‘승부예측’ 서비스도 앞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해외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요? 
위꾹라이브로 치른 대회의 경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10월부터 승부예측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기록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요. 기존 대회의 승패와 본선 진출 등의 데이터를 점수화 해서 다음 대회에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위꾹앱에서 대진표를 누르면 우리팀과 상대팀의 승부예측을 불꽃의 크기로 알려줍니다. 매 경기마다 우리팀이 승리했는지, 패했는 지에 따라 불꽃의 크기가 실시간으로 달라지고요. 대회가 끝나면 우리의 승부예측이 어느 정도 정확했는지 앱에도 공개할 생각입니다. 창업 초기에는 독특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걸 만들어 보려고 했다면 이제는 우리 제품을 잘 파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우선 스코어밴드를 10월에 아마존에서 해외 첫 판매를 시작합니다. 현재 두바이 바이어와도 긴밀하게 수출 관련 협의 중으로 해외 바이어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매치보드25도 패키지화해서 해외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대진표를 사용자 스스로 직접 작성하려는 니즈는 해외 동호인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일상에서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IT 기술을 적용해서 만들고 계속 도전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이것이 저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비하는 방식입니다. 

Photographer 강건호  Cooperation ILLT Coffee @illt_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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