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Report

전 세계적으로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업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실행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포스코경영연구원에서 넷제로 선언과 실행 사이의 간극을 짚어보고 시사점을 제시했다. 

넷제로는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도록 함으로써 순(Net)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2050년 이전에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업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Merck, Marriott 등의 회사는 2025년까지, 페이스북과 지멘스, 나이키 등의 회사는 203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넷제로를 선언한 기업들이 현재 이행 속도로는 목표 시기까지 넷제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들도 제기되고 있다. 엑센추어사가 넷제로 선언 기업의 이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넷제로 선언 기업 중 실질적으로 2050까지 목표 달성이 가능한 기업은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가들도 2050년까지 목표인 넷제로 아젠다의 실효성을 지적하며 당장 10년 안에 달성할 수 있는 목표와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의 넷제로 선언과 실현 가능성 사이의 간극이 이슈화되면서 성실한 공시 및 이행이 규제기관과 투자자 대응에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넷제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이슈
현재의 저탄소 기술에 기반한 넷제로의 이행 속도는 목표 시한까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에 의하면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0년에 배출한 온실가스 양의 45%를 감축해야 하는데 현재의 기술로는 역부족이고 IEA는 2050년까지 넷제로 실현을 위해 언급되고 있는 기술의 대부분은 현재 개발 중이거나 시험 단계에 있는 기술로서 상용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넷제로는 탄소 배출을 제거하는 것이 아닌 배출하는 만큼 감축하는 상쇄(Offset)의 개념인데 감축의 기술도 아직 정립되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기술적인 실현가능성을 보장할 수준의 자금 투자 가능 여부도 넷제로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더하고 있다. 맥킨지컨설팅은 2050년까지의 넷제로 실현을 위해서는 향후 30년간 매년 9.2조 달러의 자금, 총 105조 달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철강, 에너지, 석유화학 등은 전통적 생산 공법을 개선하고 새로운 설비 증축 및 새로운 공급망 형성을 위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넷제로 이행 현황
일부 기업들은 전면에서는 넷제로 활동을 홍보하는 동시에 이면에서는 관련 규제 강화를 저지하기 위한 대정부 로비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은 매년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주요 스폰서로 활동하며 기후 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은 기후 변화에 반대하는 정치인이나 협회를 후원하기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출하고 있다. 기업들의 이러한 이중적인 행동은 넷제로 선언 및 자발적인 정보공개가 정부의 개입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 자기 규제일 수 있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넷제로를 선언한 기업들이 정보를 누락하거나 모호한 정보를 공개하며 그린워싱의 의혹을 받는 상황도 발생했다. Climate Action 100+는 전 세계 주요 넷제로 선언 기업들의 발표 내용 중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지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기후 문제 싱크탱크인 New Climate Institute의 조사에 의하면 그린워싱 의혹을 받을 수 있는 모호한 공시 사례도 다수로 드러났다. 넷제로를 선언한 오일메이저, 투자회사, 기술기업들도 여전히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넷제로 이행에 대한 압력
넷제로를 빙자한 그린워싱 근절을 위해서는 넷제로 이행에 대한 압력이 기존의 권고 수준에서 단속 수준으로 강화되고 있다. 2022년 UN보고서는 많은 기업들의 넷제로 공약을 ‘부정직한 기후회계’라고 비판했으며 안토니오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넷제로 선언을 이용한 그린워싱 제재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EU집행위원회는 그린워싱 추방을 위한 ‘녹색청구지침(Green Claim Directive, GCD)’을 제정해 EU의회와 이사회의 승인 절차에 돌입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기업이 제품·서비스에 녹색, 저탄소, 지속가능성 등 친환경 표시를 하려면 독립적인 제3기관으로부터 과학적인 근거를 인증받아야 한다. 본 지침의 적용 대상은 EU회원국 및 EU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기업이 포함되며 친환경 표시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할 시 연간 매출의 4%까지 벌금이 부과되고 일정 기간 동안 정부 입찰 및 공공자금 조달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각국 정부 및 금융 감독기관들은 기업의 넷제로 이행 현황을 포함한 정형화·객관화된 글로벌 표준 ESG 정보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재무보고기준(IFRS) 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위원회(ISSB)는 2023년 6월, 기후 관련 공시안이 포함된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안을 발표한 바 있다. EU는 지속가능 금융 공시 규제(SFDR)을 제정하여 2023년부터 시행하며 SFDR은 금융기관에 투자 자산의 지속가능성 위험 및 해당 투자가 사회와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도 미국 및 EU의 ESG 공시 표준안을 벤치마크해 2023년 내에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공시안을 제정할 계획이다. 
국제기구 및 글로벌 투자자들 역시 기업들에게 넷제로 달성을 위한 실질적 로드맵 및 구체적 실적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2022년 UN 고위전문가 그룹은 기업들이 과학적인 방법에 근거한 단기 계획을 구체적인 로드맵, 감축실적, 투자계획과 함께 공개할 것을 촉구한 바 있고 주요 국가의 연기금 및 자산운용사들은 오일메이저 등 주요 탄소배출 기업들이 넷제로 이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행가능한 목표와 방법론에 기반한 넷제로 로드맵 필요
무조건적인 넷제로 선언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법론을 비롯해 단기 목표를 제시해야 그린워싱 의혹으로 인한 불이익을 예방할 수 있다. MSCI의 ESG 책임자인 레미 브리앙은 ‘넷제로를 선언하는 것’과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단기 목표와 방법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넷제로와 관련된 모호하거나 구체적이지 않은 표현은 그린워싱으로 인식될 수 있으며 이는 소송과 제제로 연결되어 기업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주의한다. 
기업들은 기후 관련 공시 요구에 대한 대응, 회계 기준에 근거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단계별 넷제로 이행 과정이 기업가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존에 선언한 넷제로 목표를 현재의 전략과 기술로 설명할 수 있는지 실현 가능 목표 및 측정지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과정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단계별 목표를 제시해 단계별로 넷제로 성과를 내는 일은 이해관계자의 신뢰 제고 및 기업가치의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다.
투자자는 투자 의사 결정 과정에서 넷제로 관련 리스크 및 기회 검증을 필수 단계로 포함하고  대내외 전문가의 객관적인 자문에 근거해 최종 의사결정을 수행해야 한다. 석유·가스, 철강 등 혁신적 기술 없이는 조기 탄소감축이 어려운 산업의 경우 단기 수익을 보장하며 넷제로를 이행할 수 있는 잠정적 수익모델 제시가 필요하다.
또 대내외 원활한 넷제로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2023년부터 적용되는 국제 회계기준에서 요구하는 표준 공개지표에 맞춰 전사 차원의 표준화된 데이터에 근거한 내부정보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사적 ESG 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해 각 사업장에서 발행하는 탄소배출 현황 및 리스크 수준을 실시간으로 파악함으로써 관리·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넷제로 관련 정보가 기업가치 산정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그린워싱 의혹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IR 콘텐츠 구성에 만전을 기한다. 

Cooperation 포스코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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