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r's Letter

손홍락   
발행인·대표이사 

지루했던 장마가 물러가고 본격적인 폭염의 계절에 접어들었습니다. 올여름의 재난에 대해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으나 별 탈 없이 지나간다 생각했더니 기어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물이 찬 오송지하차도에서의 참사는 결국 ‘인재(人災)’로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여러 차례에 걸친 ‘행복청’의 제방 범람 경고에도 불구하고 충북도와 청주시 등 지자체는 이를 무시했고 결국 제방을 타고 넘어온 강물이 소중한 인명들을 앗아갔습니다. 보도 후 탄식의 여론은 질타로 이어져 온라인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구체적인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는 식의 모호한 해명과 기관들 간의 책임 떠넘기기 행태입니다. 이런 양상은 새 정부 들어 여러 번 반복돼 기시감마저 들 지경입니다. 책임자의 솔직한 사과와 대책 마련의 의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국민들은 점점 짜증과 피로감으로 지쳐가고 있습니다.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지표와 치솟는 물가, 각기 다른 걱정을 안고 사는 기업들과 서민들의 한숨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따지고 보면 모든 불화의 원인은 지극히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번 사태 역시 마찬가지지만 책임자와 담당자들의 부주의에서 참사의 원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수순의 갈림길입니다. 석고대죄의 태도로 책임지는 자세만 분명하게 확인했다면 들끓었던 여론도 충분히 잦아들 수 있었습니다. 측은지심이 유독 넘치는 우리 국민들은 ‘그 정도로 사죄한다면 됐다, 어떻게 완벽한 사람이 있을 수 있냐’는 정도의 인정을 보여주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곤경만 벗어나자는 안일한 생각이 무책임으로 이어지고 무책임을 정당화하는 몰염치에 가까워졌으니 당분간 여론의 성난 매질을 피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흐름을 잘못 타고 있는 공공과 달리 재계에서는 재벌가의 미담이 전해져 잔잔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부영그룹 창업주 이중근 회장이 고향 사람들에게 증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 회장은 고향인 전남 순천 서구 운평리 280여 가구 주민에게 거주 연수에 따라 2,600만 원부터 최대 9,020만 원(세금 제외)까지 차등 지급했다고 합니다. 또 자신의 초중고 동창 80명에게 5,000만 원에서 1억 원씩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출된 돈만 총 1,600억 원에 달하고 선물 세트와 공구 세트, 역사책 등 물품까지 합치면 약 2,600억 원에 달하는 거금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이 돈이 전부 사재로 출연된 것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 회장은 평소 어려운 농가 돕기 등 사재를 통한 기부활동에도 열심이었고 그가 이끄는 부영그룹도 창업주의 뜻에 맞춰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는데 그동안 국내외 기부금만 1조 원이 넘어선다니 ‘통 큰 기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공공부문의 추락과 대비된 민간의 솔선수범에 몸 둘 곳을 찾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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