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edical Interview, 일산차병원 암통합진료센터 이상형 교수

2022년 대한민국 출생아 수는 24만 9천 명으로, 10년 새 대한민국 출생아 수는 가파르게 감소하며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지난해 신규 등록된 암 환자 수는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대수명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만큼 이제 암과의 공존은 불가피하게 여겨진다.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암 치료 전문의로서 일산차병원 암통합진료센터에 취임한 이상형 교수를 만나 이야기 나눠보았다.

교수님께서는 최근 일산차병원 암통합진료센터에 취임하셨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암 치료 전문의를 겸하신다는 점이 이례적입니다.
저는 2021년도까지 산부인과 대표 원장으로서 병원을 운영해 왔습니다. 오늘날 저출생은 국가 차원의 문제로 떠올랐지만 저는 산과에 몸담으며 이미 오래전부터 위기를 체감하고 있었어요. 실제로 지난해 대한민국 출생아 수는 25만 명을 밑돌며 초저출생 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통상적으로 출산율을 이야기할 때 가임기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인 합계출산율이 자주 언급되는데요. 지난해 기록된 0.78명이라는 수치는 현실에서 체감하기에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수치입니다. 반면 ‘10년 새 출생아 수가 약 48만 명에서 24만 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고 말한다면 세대를 불문하고 국내 저출산의 현실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동시에 암 환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신규 등록된 암 환자 수가 30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로 보았을 때 이제는 명백한 위드 캔서(With Cancer)의 시대에 접어든 셈이죠. ‘암 선고’라는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듯 환자의 입장에서 암은 인생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에게는 암 치료를 위한 일련의 과정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병원에서 만나는 담당 교수와의 짧은 대면으로는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렵거나 스마트폰 속 넘쳐나는 정보들에 현혹되기도 하죠. 암 치료의 핵심은 정확한 정보 전달에 있다는 생각으로 일산차병원 암통합진료센터에 합류해 환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일산차병원 암통합진료센터가 개소했습니다. 양·한방을 포함한 다학제 암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암통합진료센터는 수술·항암·방사선을 포함한 표준 치료 방식에 기능의학, 보완의학, 한방 진료를 더해 암 환자들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제는 위드 캔서의 시대로, 치료와 더불어 환자 본인의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케어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일산차병원이 그 선도적 역할을 해나가고 있고요. 모든 치료는 각 환자의 컨디션에 맞춰 진행되며 혈액종양내과, 한방내과 교수 등 암 전문의가 한자리에 모여 진단, 수술, 항암, 방사선, 면역항암, 신약 치료 등 단계별 치료 계획을 수립해 맞춤형 케어를 진행합니다. 또 면역치료, 한방치료, 맞춤 식이요법, 온콜로지에스테틱 등 암 통합 치료 프로그램도 활발히 운영됩니다. 개소 1주년을 맞은 현재, 센터에서 진행한 환자 만족도 조사 결과가 100%에 달할 만큼 호평 받고 있습니다. 

국내 의료 서비스는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고 있습니다. 해외 지역 환자를 위한 건강 관리 지원도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산차병원 암통합진료센터는 미국의 USC, UCLA, LA차병원 등 차병원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암 명의들과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해외에서도 암 치료를 위해 센터를 찾고 있는데요. 캄보디아 국민 앵커로 불리는 ‘누 마네스 아타나’ 씨가 지난해 통합 암 치료를 받고 증상이 호전된 사례도 있습니다. 또 몽골을 해외 거점 국가로 선정해 몽골 협력 병원과 일산차병원을 중심으로 한 원격 협진, 사전 상담 및 사후관리 플랫폼도 운영합니다. 특히 몽골은 난임과 여성전문병원이 없어 난임 시술과 여성 질환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요, 차병원은 해외 난임 환자를 대상으로 임신 성공부터 안전 출산까지 전 과정을 돕고 여성암 등 여성 질환 전 분야에 걸친 여성 생애주기별 건강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암 진단 시 물리적 치료 외에도 심리적 회복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의 심리적 회복을 돕기 위한 교수님의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공감대 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선 일차적으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데요, 세계적인 암센터인 미국의 MD 앤더슨을 비롯해 메모리얼슬론캐터링, 하버드 다나파버 암센터, 중국 상해복단대학, 북경광안문병원 암센터 등에서는 이미 통합암치료가 표준 치료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통합암치료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이 미비한 실정이죠. 저는 의료 역시 일종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각 문화에서 피어난 의료 기술을 발전시켜 폭넓게 적용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더 많은 환자가 증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산차병원이 선도하는 통합암치료의 확산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의료진과 환자와의 공감대 형성 역시 필수적입니다. 암 판정을 받은 환자가 느끼는 감정은 누구도 함부로 헤아릴 수 없을 겁니다. 다만 환자가 겪을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왜곡된 지식을 바로잡고 가장 효과적인 진료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일종의 의료 컨설팅인 셈이죠. 대면 진료를 통해 대화를 이어가며 공감대를 만들다 보면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도 신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더불어 치료의 방향도 명확해지고요. 암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 의료진을 향한 신뢰가 함께할 때 암 극복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교수님의 하반기 목표가 있다면 들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암통합진료센터 교수로서 의료진과의 협진을 통해 환자의 정서적, 신체적 증상 호전을 성공적으로 끌어내는 것입니다. 일산차병원의 통합암치료 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함께 노력하고요. 또 개인적으로는 세계를 누비며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오랜 취미입니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이 환자와의 공감대 형성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환자와의 신뢰를 쌓으며 최선의 치료 방향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것이 제 소명이자 목표입니다. 

Photo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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