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Column, 치아교정 치료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_3

박소현   
서울바른현치과 원장

환자가 치아교정 의사와의 첫 상담 이후 다음 걸음을 내딛기로 했다면 부정교합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부정교합의 진단과 치료 계획을 위해 필수적인 자료를 채득하는 과정을 ‘정밀진단검사’라 일컫는다. 정밀진단검사 시에는 다양한 각도의 얼굴 사진과 치아 사진, 방사선 사진, 위아래 치아의 맞물림을 확인하기 위한 치아 모형 등을 채득하게 된다. 환자가 가진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효율적이고 올바른 치료 계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정 의사는 자료를 다각도로 검토해 각 환자의 부정교합에 관한 문제 목록을 만들고 그에 따른 치료 계획을 세운다. 무엇보다 환자의 현재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현 가능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치아교정은 잇몸뼈(치조골)에 심겨 있는 치아의 뿌리(치근)를 움직여 새로운 위치로 이동하는 역동적인 치료다. 치근이 이동되는 환경인 치조골의 건강 상태, 치아의 이동 선상에 방해되는 구조물의 유무, 치근이 이동될 부위의 치조골 두께와 높이 등이 교정 치료의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치아 이동의 결과는 눈에 보이는 치아의 배열과 교합 상태로 나타나지만 실질적으로 치아 이동이 이루어지는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치근이나 치조골의 상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치아 주변 환경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필자는 매 환자의 진단 자료를 검토할 때마다 초심자의 자세와 경험자의 자세를 동시에 가지려 노력한다. 그래야만 환자와 의사 모두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 없이 건강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첫 상담에서 진단 과정 없이 본인의 치료 계획을 알기를 원하는 환자들도 있다. 하지만 적절한 과정을 배제한 채 치료를 진행하다 치아 이동이 불가하거나 잇몸 상태가 더 나빠지는 부작용에 봉착한다면 교정 치료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질 것이다. 결국 두루 통용되는 일반적인 계획이 아닌 한 사람만을 위한 적확한 교정 치료 계획을 위해서는 정밀진단검사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시선으로 평가받는 내가 아니라 온전한 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비단 외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또한 필요하다.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이야말로 진실한 나를 마주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삶의 가치관, 감정 상태, 취향 등 자신의 내면을 이해한 후에야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개개인은 자신만의 역사를 가진 고유한 존재이므로 내면의 소리를 듣는 작업은 스스로만이 해낼 수 있다. 거창하게 특별한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자신을 위해 30분의 시간을 내어보자. 어떤 감정이나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 원인에 집중해 보고 이 모든 것이 진정한 나를 위한 것인지 반추해 보길 권한다. 
치아의 현재 상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정 치료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듯이 내면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지 않고서는 온전한 삶을 살아가기 어렵다. 삶은 현재에 있다. 빛나는 현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삶을 위한 정밀진단검사를 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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