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of View

민희식   
크리에이티브워크 대표 / 에스콰이어 前 편집장 

최근 챗GPT로 인해 전 세계에 거센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검색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생성적 사전학습 변환기)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시대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2014년에 개봉한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영화 ‘허(Her)’에 나오는 인공지능과의 사랑에 빠지는 다소 황당한 남자의 이야기는 이젠 더 이상 SF 영화 속 허구가 아니다.  
인간의 감정과 교감할 수 있는 인공지능 챗봇의 등장은 그동안 인류가 겪었던 그 어떤 변화보다 더 큰 정서적 물리적 파고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챗GPT는 인간의 경험과 창의력에 의존하던 문화, 예술의 영역마저 넘보면서 인간의 능력을 무력화시킬 만큼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종국에는 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초자연적 능력까지 갖출 기세다. 사주를 통해 개인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행위를 수학적으로 해석하자면 확률에 해당한다. 챗GPT가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면 웬만한 점술가나 예언가보다 훨씬 더 정확히 미래를 예측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챗GPT의 맹점이 있다. 상용화를 앞둔 현재에는 말 그대로 불완전한 대화형 인공지능에 불과하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챗GPT는 기존에 입력된 수많은 정보를 조합해 가장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는 데 기술력이 집중돼 있다. 문장은 완벽하리만치 세련될지 모르지만 그 내용은 거짓일 수 있다는 얘기다. 허구를 기반으로 하는 픽션의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챗GPT는 입력된 정보 속에서 다른 창작물을 참고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 논문대필과 표절의 가능성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표절과 가짜 뉴스를 양산해 내는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도덕성을 강화한 사회 시스템과 법체계 등이 시대 변화에 맞게 따라가 줘야 한다. 우선 최소한 기술적으로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필터링이 필요한 상태다. 기술은 언제나 진보하기 마련이다. 업그레이드를 거듭할수록 챗GPT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아질 것이다. 문명의 이기가 그러하듯 문제는 사용자인 인간에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생겨날 것이다. 역사적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는 부와 권력의 고착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구 산업의 몰락과 동시에 신산업의 등장은 부의 분배와 재편의 효과가 있다. 개러지(Garage) 창업에서 출발해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시대가 지고 아프리카 출신 일론 머스크의 시대가 도래했듯,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세대교체는 기회이고 선순환이다.
과거 중세 유럽 인구의 1/3을 사망케 한 흑사병은 르네상스를 촉발했다. 팬데믹이 휩쓸고 간 뒤, 당시 최첨단 도시였던 피렌체를 중심으로 구체제가 붕괴되고 신흥부자들이 등장하며 문예 부흥이 시작됐다.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자만이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힘들고 위험한 노동은 로봇이 대신하고 대화는 챗GPT와 하고 가상인물 로지의 노래와 춤으로 위로받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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