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Company, 혁신 경영을 위한 법률 정보_15

효율적인 ESG경영을 위해 기업은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부문에서 이슈를 추출하고 기업의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거버넌스 부문이 취약한 기업에게 내부고발 시스템은 조직 내부 문제에 선제적 대응 기회를 제공한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수요소인 내부고발 시스템 구축에 경영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ESG는 기업, 조직의 경영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효율적인 ESG 경영을 위해서는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부문에서 이슈들을 추출하고 기업의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느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는지와 관계없이 거버넌스 부문에서 공통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거버넌스 부문에서 ESG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반부패, 투명성이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서 UN 반부패 협약에 이르기까지 세계는 기업과 조직에 강력한 반부패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반부패 시스템 구축은 다소 부족한 편이며, 특히 내부고발자 보호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부족한 반부패 시스템
내부고발은 조직의 구성원(기존 또는 현직)이 조직 내의 불법적, 비도덕적 또는 비합법적인 행위를 조직이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에게 알리는 행위로 알려져 있다. 내부고발은 기업, 조직의 불법, 부조리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임에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내부 공익신고자’ 정도로만 규정하고 있어 민간부문으로 확산은 더딘 편이다. 내부고발에 대한 조직 내 싸늘한 시각이 아직 남아 있는 것도 이유로 보인다. 이는 기업과 조직이 반부패 시스템 또는 준법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면서도 내부고발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데서도 기인한다.
반부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에 더하여 내부고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다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내부고발 시스템은 기업과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필수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내부고발 시스템은 조직 내부 문제에 대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기업과 조직의 불법행위를 내부고발 시스템에 의해 자체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불법행위가 외부로 알려질 경우 예상되는 평판 하락의 위험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도록 기능한다. 내부고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거나 작동이 실패하면 그 반대의 결과가 발생하며 기업이 감당할 대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내부고발 묵살한 엔론의 파산
일례로 미국의 에너지기업 엔론(Enron)이 회계부정으로 파산에 이르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내부고발을 무시한 결과였다. 엔론의 임원인 셰론 왓킨스(Sherron Watkins, 내부고발자로서 2002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는 파산 수개월 전 켄 레이(Ken Lay) 회장에게 회계장부가 거액의 부채를 숨기고 이익을 과장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하지만 켄 회장은 묵살했다. 셰론 왓킨스는 증거를 제시하면서 켄 회장에게 설명했지만 그녀의 보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엔론은 2001년 12월,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세론은 당시 켄 회장이 회계부정을 조사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았다면 파산은 막을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내부고발 시스템의 장점에도 민간부문에서 내부고발 시스템 구축은 미흡한 편이다. 구성원들이 조직 내에서 위법행위나 부조리를 목격하더라도 보고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①내부고발 시 뒤따르는 법적, 재정적, 평판상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 ②내부고발을 하더라도 충분한 조치가 이루어지지도 않고 결국은 전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③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지 절차에 대한 불확실성 등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구성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결과는 조직과 동료들의 보복, 따돌림이다. 내부고발로 인한 불이익은 공사를 구분하지 않는다. 내부고발을 하였다가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은 물론이고, 비밀누설, 규정 위반 등을 사유로 해고되거나 심지어 형사고발을 당하고,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 사례는 언론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경영자의 인식 전환 필요 
경영자는 내부고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먼저, 경영자의 내부고발에 대한 인식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내부고발자는 조직 내에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는데, 내부고발자는 가장 용기 있는 사람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내부고발이 많이 이루어질수록 준법 지표가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이 건강하게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둘째, 경영자는 내부고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할 의지가 있음을 대외적으로 공표해야 한다. 내부고발자가 제보를 하더라도 현재의 시스템상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감수하면서 내부고발을 하지 않을 것이다. 구성원들이 이러한 잘못된 믿음을 갖지 않도록 경영자는 내부고발 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윤리강령 등을 통해 밝혀야 한다. 
셋째, 경영자는 기업, 조직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여야 한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 등 비밀보장, 공익신고자 및 그 친족 등에 대한 신변보호조치, 공익신고자의 책임감면,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조치 등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상도 규정하고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에 관한 규정들은 조직의 효과적이고 강력한 내부고발 시스템 구축에 참고가 될 것이다.
내부고발 시스템은 ESG 공시에서도 요구된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1월 ESG 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방안의 하나로써 환경, 사회 정보를 포함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거래소 자율공시를 활성화하고, 단계적인 의무화 추진을 밝혔다. 금융위원회의 발표에 의하면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유가증권상장회사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작성, 공시해야 한다. 정부는 2021년 12월 ‘K-ESG 가이드라인 v1.0’을 발표하였는데, 위 가이드라인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공시하여야 할 최소한의 사항을 정리한 것이다. 

EU, 내부고발자 지침 개정
ESG 공시를 선도하고 있는 EU는 2022년 12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서(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에 관한 지침을 개정하였다. 개정된 지침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거버넌스 부문에서 내부고발자의 보호(the protection of whistleblowers)에 관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EU 회원국들은 개정된 지침에 따라 2024년 6월까지 위 지침을 반영한 입법을 하여야 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EU는 이미 2019년에 내부고발자에 보호에 관한 지침을 제정하였고, 나아가 ESG 관점에서 이를 공시하도록 지침을 개정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부고발 시스템 구축은 거버넌스 부문 중 반부패, 투명성 제고를 위한 핵심 주제가 되고 있다. 내부고발 시스템은 기업과 조직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수요소이며, 경영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세론 왓킨슨은 최근 인터뷰에서 내부고발 당시 자신의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을 마치 트로이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서는 안 된다고 절규했던 카산드라(Cassandra, 트로이 왕의 딸이며 예언자)와 같은 처지였다고 묘사하면서 무력감을 토로했다. 내부고발자는 배신자가 아니며, 기업과 조직을 아끼는 가장 충실한 사람이다. 내부고발자에게 귀를 기울이고 보호하는 것은 ESG경영을 추구하는 경영자의 책무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상봉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ESG그룹 부문장
(sblee@draju.com)

 

저작권자 © 월간 CEO&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