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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미국 등 주요국에서 공격적인 수소 경제 활성화 정책들을 입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지부진하던 수소 경제로의 이행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LG경영연구원에서 국가별 동향을 바탕으로 수소 경제의 미래를 예상해 봤다. 

2002년 펜실베니아 대학의 제레미 리프킨 교수가 ‘탄소 경제보다 친환경적이며 영구적인 수소 경제’라는 아름다운 수사(修辭)를 제시한 지 벌써 20여 년이 흘렀다. 이후 탄소중립에 대한 목소리가 여느 때보다 높아지고 수소 경제의 필요성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가 형성되는 등의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수소 경제는 경제성 부족, 관련 인프라 미비 등의 이유로 자생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이 있다. 그러나 최근 1~2년간 각국에서는 수소 생산 비용을 낮추고 운송 및 수요 인프라를 구축·확충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구체화하면서 수소 경제를 향한 실질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실화 되기 시작하는 수소 경제
주요 국가별 수소 정책을 살펴보면, 먼저 자급자족이 가능한 EU/미국 등은 청정 수소 생산의 경제성 제고와 수요 확대를 촉진시킬 수 있는 정책을 병행 추진함으로써 수소 경제의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수소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일본은 자체 생산보다 유리한 생산 환경을 가지고 있는 수출국으로부터의 해외 조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이들은 해상 운송의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증 사업 지원과 함께 수요 기반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수출국인 호주, 남미(칠레), 중동(UAE, 사우디, 카타르 등)은 이와 반대로 자체 생산 지원과 수요국 주도의 해상 운송망 구축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생산과 수요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잠재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나, 아직까지 중앙 정부 차원에서 명확한 정책 목표와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수소 경제 선도하며 주도권 확보 노리는 EU와 미국 
현재 수소 경제 육성에 가장 적극적인 EU와 미국은 재생 발전 비용이 저렴하고 막대한 규모의 천연가스전을 가지고 있는 등 청정 수소 생산에 가장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운송 측면에서도 기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활용하여 생산된 수소를 역내 수요지로 비교적 저렴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U는 그린 수소 생산-수요의 도전적인 목표와 함께 균형 잡힌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국가와의 큰 차이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EU는 에너지 수급난을 겪으며 천연가스 기반 블루 수소에 대한 목표나 정책 지원을 폐기하고 그린 수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린 수소의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탄소차액계약제도(Carbon Contract for Difference, 이하 CCfD)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CCfD는 탄소저감 공정을 통한 생산 비용이 탄소세(혹은 탄소배출권 가격)를 포함한 기존 탄소배출 공정의 생산 비용보다 높을 경우 그 차액을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가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 관련 법안을 정비하면서, 공격적인 수소 전략과 정책 지원을 통해 수소 경제의 주도권 확보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그린 수소 중심으로 역내 생산과 역외 조달을 병행하는 EU와 달리 미국은 그린 수소 외에 블루 수소와 핑크 수소도 청정 수소 범위에 포함하여 완전한 자급을 통한 2030년 1,000만톤 규모의 수소 경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은 청정 수소의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공급 촉진 정책에 초점을 두면서 생산자에 충분한 투자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공급 촉진 정책으로 생산세액공제(Production Tax Credit, 이하 PTC), 투자세액공제(Investment Tax Credit, 이하 ITC), 탄소포집·저장·활용 세액공제(CCUS Tax Credit, 이하 CCUSTC) 등을 들 수 있다.
수요 기반 확대 정책은 수소 허브 활성화를 중심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EU와 미국은 정책 지원에 힘입어 향후 10년 내 보조금 없이도 수소 경제의 자생력 확보가 가능한 공급과 수요 기반을 마련하고 2030년경 이후에는 본격적인 수소 경제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EU는 CCfD를 통해 지원 대상 산업에서 그린 수소가 기존 화석연료 기반 공정과 가격 평형(Cost Parity)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은 현 시점에서도 PTC를 통해 청정 수소가 천연가스 또는 그레이 수소 대비 유사한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 미 에너지국(DOE, Department of Energy) 참조
* 미 에너지국(DOE, Department of Energy) 참조

역외 조달 수소를 통한 수소 경제를 준비하는 한국과 일본
청정 수소의 자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과 일본은 청정 수소 생산이 용이한 호주, 남미, 중동 등 수출국으로부터의 역외 조달이 불가피하지만, 수출국의 청정 수소 생산 확대 지연 및 해상 운송 인프라의 낮은 경제성으로 단기 내 공급 규모 확대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의 수소 경제는 자생력을 확보하는데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그동안은 주로 기존 운송 인프라 활용이 가능한 암모니아 중심으로 도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정 암모니아 도입의 경우 암모니아를 다시 수소로 전환하는 암모니아 크래킹 방식보다는 발전용 혼소 등에 우선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은 수요 기반을 확대하고 다양한 해외 조달 방식을 검증하는 시도가 이미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은 밸류체인 전체보다는 발전용 및 수소차 수요 기반 확대에 집중 지원함으로써 점진적으로 업스트림까지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부터 24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5% 수준의 암모니아 혼소를 위한 보조금 지원을 검토 중이다. 또 청정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를 통해 청정 수소의 수요를 촉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수소차 구매 보조금, 상용 수소차 연료 보조금 등의 수송용 수요 촉진 정책도 시행 중으로, 중장기 관점에서 수요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에도 주력하는 모습이다. 
일본도 수요 관점에서는 한국과 유사하게 발전용 및 수소차 수요 기반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 지원 하에 2023년 혼슈 아이치현에 있는 1GW급 석탄화력발전소에서 20% 암모니아 혼소를 실증할 예정이다. 향후 기존 연료와의 차액 지원을 통해 2030년까지 일본 내 전체 석탄화력발전소의 혼소율을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일본은 2010년대 초반부터 수소차 생태계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국가 중 하나이다. 이와 더불어 일본 정부는 수소의 원격지 운송에 대한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수소 캐리어를 활용한 글로벌 공급망 실증에도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가오는 수소 경제, 장기적 관점의 관심과 대응이 필요
수소 경제는 더 이상 막연한 수사로만 바라볼 수 없으며, 대형 비즈니스 기회로서 주목해야 한다.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그동안 수소 경제의 도래를 지연시키던 당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정책이 채우기 시작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주요 수단 중 하나로서 수소 경제는 비가역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수소는 2050년 최종 에너지 믹스에서 15% 내외의 비중으로 확대가 전망되는 바, 새로운 에너지 경제 체제를 맞이할 준비가 필요하다.
수소 경제의 성장 속도에 대한 지역별 편차와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므로 사업 관점에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동북아 LNG 교역 활성화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수요 잠재력을 갖춘 한국과 일본은 분명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수소 경제 여건이 양호하고 정책적 지원으로 가속 성장이 예상되는 EU나 미국과 달리, 한국이나 일본은 수소 경제 도입에 최소 10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경제적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돌파구 마련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소 관련 사업의 접점 마련과 함께 사업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Cooperation LG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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