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Message, 주역(周易)으로 읽는 경영_64

노해정 
휴먼네이처 대표

주역은 64괘로 이루어져 있다. 본 칼럼을 통해 CEO&의 독자들을 뵙게 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이었다. 본 칼럼도 어느덧 마지막인 64회차에 도달했다. 부족한 글인데도 그동안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제현께 깊은 감사를 올린다. 
주역의 마지막 괘는 “화수미제(火水未濟)”이다. 미제(未濟)란 완결짓지 못함, 미완성을 뜻하는 말이다. 미제 괘의 괘사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다. “미제는 통한다. 어린 여우가 강을 거의 다 건넜는데, 그 꼬리를 적신다. 좋은 일이 없다.” 마치 암호와 같은 글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여우는 무엇이고 또 강을 완전히 건너간 것도 아니고 왜 도달하지 못한 시점에서 꼬리를 적시는 것일까? 이 괘의 모양을 보면 상괘는 불(火), 하괘는 물(水)로 이루어져 있다. 양(陽)의 기운인 불은 상승해서 이미 자기 자리에 위치해 있고, 음(陰)의 기운인 물은 하강해서 역시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음과 양이 통(通)하고 있지만 자기 자리만을 고집하면서 변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자는 항상 혁신을 추구하기 보다 순간의 향락이나 성과에 도취된 나머지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 강을 건넌다는 말의 의미는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껍질을 벗어서 자신의 한정성을 뛰어넘는 도약을 뜻한다.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지 못했는데, 축배를 들려고 한다. 뛰어넘음을 통해 누리는 능동적 쾌감보다 축배를 드는 향응에 더 관심이 많다. 어린 여우라는 매타포를 동원한 이유이다. 이 같은 사태의 결말은 좋게 나타날 리가 없다. 화수미제 괘의 마지막 위치인 여섯 번째 효(爻)에 이런 말이 적혀있다. “성실한 마음으로 술을 마신다. 화를 입을 일이 없지만 그 머리까지 적신다면 아무리 성실해도 균형을 잃는다.” 
지나친 낙관, 안일한 평온은 한때 좋았던 시절의 추억으로 달콤하게 당신을 인도해 줄 수 있다. 그러나 감동의 추억은 당신에게 그리 오래 머물지 못한다. 계속해서 마주하게 되는 한계적 사태로 인해 우리는 불안, 초조, 조급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주가는 폭락하고 금리와 환율은 오르고 누군가는 계속 우리를 감시하거나 미사일을 쏘아댄다. 행복해지고 싶지만 결코 행복해지지 않는다.
주역사상은 한마디로 음과 양의 쉼 없는 거래가 일으키는 세상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변화는 혁신적 도약으로 이어진다. 한 가지 생각을 일으켜서 행동에 반영되면 다시 일으키게 되는 행동의 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반영효과, 즉 피드백(Feedback) 효과가 없는 사람과 사회는 낙후되기 마련이고 경쟁의 뒤안길에서 어떤 과업도 완수하기 힘들다. 어떤 사람도, 어떤 조직, 사회, 국가나 모든 사상과 지식은 완성되어 있지 않고, 결코 완성될 수 없다. 단지 미완이라는 하는 한계적 실상을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로부터 출발할 때, 성실한 역량이 발휘되면서 기존의 상황을 뛰어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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