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 Report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었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진정 국면에 들었지만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은 좀처럼 완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이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향후 물가상승이 에너지와 식료품 등 대외 요인보다 서비스 등 내수 부문이 견인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2020년 OPEC+의 원유 감산의 여파로 2021년 에너지 제품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파른 물가상승이 시작됐다. 그리고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위기를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옥수수와 밀 등 곡물을 생산의 주요국이자 수출국이라는 점 때문에 곡물 공급에 대한 불안마저 확산됐다. 이는 식료품 가격의 상승을 부추겼다. 여기에 라니냐로 인해 남아메리카 곡창지대에 가뭄이 들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금융시장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속히 진정 국면으로 돌아서면서 주요국 인플레이션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소비자물가의 전년비 변동률은 지난해 3~4분기에 고점을 통과해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국 소비자물가의 변동률을 비교하면 지난해 1분기에 정책금리 인상을 실시한 미국에서 단기 고점이 가장 빨랐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진정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실제 인플레이션 추이는 둔화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및 PCE가 금융시장의 기대보다 높게 나오자 미 정책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로 금융 변동성이 확대되기도 했다. 이같은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는 세계 각국의 통화 정책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 키우는 서비스 부문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초기에 에너지 제품이나 곡물 가격 등 대외 요인이 물가상승을 주도한 반면 지금은 내수 부문이 물가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요 중앙은행들은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onsumer Price Index)를 인플레이션 주요 모니터링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 및 식료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를 말한다. 
내수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화와 서비스 부문으로 나누어 보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받는 재화 부문의 물가는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으나 서비스 부문은 상승세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되면서 서비스 부문이 활발해짐에 따라 이 분야의 물가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여행 등의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팬데믹 기간에 자동차나 가전 등 내구재 수요가 늘었던 점과도 대조를 이룬다.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동시 발생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물가와 요인별 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22년의 빠른 경기 회복세가 향후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제성장률(GDP)이나 환율 변동, 국제 에너지 가격, 곡물 가격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해 달러화가 강세일 경우 타 지역의 통화는 약세를 띨 수밖에 없고, 이는 수입하는 제품의 가격이 인상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리고 에너지와 곡물 가격은 영향력이 가장 클 뿐만 아니라 그 영향이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고 경제성장률은 영향이 서서히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분석을 종합하면 주요국들의 내수에 의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올해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에너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대내 수요의 압력에 따라 올해에는 각국 중앙은행이 목표로하는 것보다 물가 수준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가 고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특히 금리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먼저 하락 신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만 지난해에 제로 코로나 정책의 여파가 컸던 중국 등은 물가 둔화가 상대적으로 지연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그러나 에너지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속하게 진성세로 돌아섰지만 위험 요인은 여전하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향방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주요국의 물가 수준이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를 상회할 경우 정책금리가 추가로 인상되거나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 파월 의장은 지난 3월 7일 상원에서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공급 리스크 등으로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를 동시에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 영향의 강도는 나라마다 다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전과 최근 시기를 비교할 때 경제성장률은 낮은 반면 물가 상승률이 높아 경제적 고통을 크게 겪는 지역은 폴란드 등 동유럽 지역이라고 한다. 독일과 스웨덴 등 북서유럽은 성장세가 정체된 가운데 고물가를 겪고 있다. 반면 사우디나 멕시코, 남아공 등 원자재를 수출하는 국가들은 물가상승이 두드러지지 않은 가운데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중국은 높은 강도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실시함에 따라 물가 변동을 비롯해 경제성장률의 변동 폭 모두 매우 낮은 특징을 보인다. 

Editor 강창대  Cooperation 포스코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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