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r's Letter

손홍락
발행인·대표이사 

5월이 활짝 피었습니다. 풍경의 화려함이야 당연히 열두 달 중 으뜸이자 이런저런 사연의 풍성함이나 간절함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계절을 맞아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소중한 이들에게 축복을 건네고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하는 기념일이 유독 5월에 몰려있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요?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성년의 날(15일)은 물론이고 스승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데다가, 윤년 때문에 음력 4월 초파일인 부처님 오신 날(27일)마저 5월입니다. 기념일을 챙기느라 모아둔 용돈을 헐어도 기분만은 설레겠지요. 
정부나 국제기구에서 지정한 기념일도 즐비합니다. 유권자의 날(10일), 국제간호사의 날(12일), 발명의 날(19일), 식품안전의 날(14일), 세계인의 날(20일), 방재의 날(25일), 세계금연의 날(31일), 바다의 날(31일)이 5월에 포진하고 있는 ‘특별한 날’들입니다. 
이쯤 되면 기념일 아닌 날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입니다. 근현대사의 시리고 아픈 기억을 간직한 날도 두 번이나 찾아옵니다. 부패한 지배층의 착취와 수탈에 못 이겨 쟁기와 쇠스랑을 들고 일어난 동학농민혁명 기념일(11일)과 군사정권이 군을 투입해 국민을 학살하자 이에 맞서 저항한 5.18민주화운동 기념일(18일)이 바로 그 ‘역사의 아픈 날’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마냥 즐겁기만 한 5월이 아니라는 점에서 두근대던 가슴이 시큰해지는 대목입니다.
구성원을 이끌고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에게도 5월은 한창 ‘밭 갈기’에 전념해야 할 절정의 시즌입니다. 씨뿌리고 거름 대고 물 준 옥토를 매일같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정성스럽게 돌보는 농부의 마음과 CEO의 그것은 하나도 다를 게 없습니다. 길가에 탐스럽게 피어있는 들꽃의 아름다움에 취할 겨를이 없습니다. 바쁜 마음에 순식간에 지나가는 하루가 너무나 짧기만 합니다. 
지난달 창사 50주년을 맞은 BYN블랙야크그룹 강태선 회장께서 [월간 CEO&]의 4월호 표지 인물로 선정돼 지면을 빛내 주셨습니다. 강 회장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주옥같은 말씀 중 하나를 되새겨 봅니다. “언제가 가장 괴롭냐는 질문에 저는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대답합니다. 언제가 가장 즐겁냐는 질문에도 역시 저는 지금이라고 대답합니다. CEO들에게는 괴롭고 즐거운 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매일 괴롭고 즐거운 순간의 반복이라는 숙명을 견뎌낼 수 있어야 CEO 자격이 있습니다.” 지금 떠올려도 무릎을 탁 치고 싶을 만큼 명언이라는 생각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화려한 모습의 CEO들이 숙명을 견뎌내고 극복하는 인내력의 초인들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누군가는 설레고 그리운 계절의 5월이지만 누군가는 시리고 아픈 5월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여유를 만끽하고 즐거웠던 꽃 시절이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땀 흘린 노동의 계절이었습니다. 저마다 달리 기억되는 5월, 모두 뜨거웠던 사연이었기를 빕니다.  

저작권자 © 월간 CEO&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