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Inside

맹명관  
마케팅 스페셜리스트 / 스타벅스의 미래 저자

영국 선박 박물관에는 로이드 보험회사가 기증한 배 한 척이 전시되어 있다. 1894년 대서양을 오간 이 배는 특이하게도 116번의 암초와 138번의 빙산을 만났으며, 13번 화재를 당하였고 심지어 강한 풍랑에 270번이나 돛대가 부러지는 상황을 겪기도 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 배가 기증되기 전까지 한 번도 침몰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사랑에 실패하거나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이 배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폭풍을 만나지 않은 배는 없다. 고로 바다로 들어온 이상 온전한 배는 없다.’ 2013년까지 2,000만 명이 300권의 방명록에 적은 글의 대부분 그러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실패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방명록은 매우 시사적이다. 
실패란 무엇인가? 실패란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일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마이클 조던은 NBA 시절 9,000번의 슛을 실패하고 3,000번의 경기에서 패배했다. 손님이 먹고 간 음식으로 주린 배를 채우던 술집 웨이터 조지 소르소는 20세기 최고의 펀드 매니저로 명성을 날린다. 빈민가에서 남들이 먹다 버린 빵조각을 주워 먹던 월트 디즈니, ‘너는 절대로 패션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는 혹평을 받은 크리스천 디오르의 인생은 우리에게 실패의 정의를 새롭게 일깨워 주고 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217명에게 투자를 요청하였으나 냉혹하게 거절당했던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의 인생은 온갖 시련과 불확실성에 빠진 우리에게 희망의 등대 같아 보인다. 
2023년 전쟁과 질병, 기근과 자연재해 등 마치 말세의 종결판이라 여겨지는 환란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는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처럼 밝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인터넷만큼 중대한 발명으로 세상을 바꿀 것’이라 호언장담한 챗봇 GPT도 실패를 성공의 전조라 믿는 유대인(오픈 AI CEO 샘올트 몬)의 굳건한 신념에서 발명되었다. 유대인은 이스라엘 특유의 도전정신인 후츠파 정신이 있다. 이는 형식과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하며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밝히는 도전정신이며 실패마저 숨기지 않고 당당히 성공의 지름길로 여기는 담대함, 또는 저돌성에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어느 때 보다 위기와 불안이 몰아치는 2023년,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는 이런 말로 용기를 북돋워 드리고 싶다. “실패하라, 그러나 벌떡 일어나 성공의 깃발을 향해 달려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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