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Message, 주역(周易)으로 읽는 경영_63

노해정 
휴먼네이처 대표

본 칼럼이 어느덧 63회차에 이르렀다. 주역 64괘 중 63번째에 해당하는 수화기제(水火旣濟) 괘이다. 이 괘의 모양을 보면 하부의 불(火)은 발산하며 베풀고 상부의 물(水)은 수축 수렴하며 변화를 양산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양기인 불이 베푼다는 뜻은 태양이 발산을 통해 만물을 생육하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인 동시에 태양계 중력의 중심축으로써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음기인 물이 수렴하며 변화한다는 것은 첫째, 물은 다양한 환경적 조건이 맞아야 생성되는 물질이라는 점과 둘째, 물은 스스로 열을 내지 않고 빛과 열에 반응하는 물질이라는 점, 셋째, 물은 덥혀 지면 기체, 영하 이하에서는 고체, 상온에서는 액체로 존재하는 삼태라는 변화의 특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수화기제 괘는 불과 물이 자기 자리를 잡고 있어서 크게 길한 괘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미 완성되었거나 도모된 혁신이 궁극에 이르렀음을 상징한다. 즉 어지러운 파멸을 담고 있는 괘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술이 더이상 발달할 수 없는 경지까지 이른 상황이라면 설비와 생산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행위를 계속하기보다는 이 기술력으로 생성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소소하게 넓혀나가는 방향으로, 발산보다는 수렴에 의한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더 효율적 선택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불의 파괴와 발산보다 물의 특징인 수용과 자연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수화기제 괘의 괘사에 “작은 일에도 바른 도(道)를 지키는 것이 좋다” 는 글귀가 나오는 이유이다.
인류는 지난 3년에 걸쳐서 사상 초유라고 할 수 있는 팬데믹을 겪었다. 사람에게 있어서 습관은 자신의 행동성향을 결정하는 주요한 변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3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재택근무와 사회와 국경의 봉쇄,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 여러분들의 생각과 습관이 앞으로의 인류 역사에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은 명확한 사실이 될 것이다. 
필자는 향후 30년 이내에 인류는 우주의 근원과 생명현상과 에너지에 대한 궁극적 법칙에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과학 기술이 완성에 이르렀음에도 물질의 향상에만 주력하게 되면 결국 인류는 파멸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인류는 지난 3년 동안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격하게 경험했다. 이에 따른 마음의 변화는 극도의 과학을 수용과 정신적 가치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으로 발휘될 수 있다. 이를 통한 문화와 콘텐츠의 발전이 세상을 주도하게 될 때,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주역’은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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