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Column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인에너지 저자

‘네오테니(neoteny)’라는 생물학 용어가 있다. 한자로 ‘유형성숙(幼形成熟)’이라고도 하는데, 한 생명체가 어릴 때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채 성숙하는 것을 뜻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이 같은 감성과 인식을 가지는 사람을 은유적으로 표현할 때도 쓴다. 미국의 인류학자 리처드 퓨얼은 저서 <우리들 사이에서 활보하는 에렉투스>에서 “지구상에서 동아시아 사람들이 가장 네오테닉하고,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이 가장 네오테닉하다”라고 했다.
이 기질은 쉽게 말해 ‘어린아이 같은 자유분방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매뉴얼 같은 것이 있어도 그대로 따라 하려 하지 않고, 대체로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을 참으로 좋아한다. 그런 기질 때문에 간혹 무질서하게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인의 ‘자유분방함’이라는 근본적인 특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기업에서 업무 프로세스를 새롭게 구성해도 잘 따르지 않고 그대로 실행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렇다고 프로세스나 매뉴얼이 무용하다고 생각해서 무시하거나 일부러 거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스스로 더 효율적,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고 그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 ‘자기만의 방법’대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분방함을 기업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마디로 우리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유분방함은 창의와 혁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필자가 경영 컨설팅을 위해 국내외 수많은 기업과 기관을 만나본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그렇다. 그동안 경영관리의 최대 화두는 생산성, 효율성의 극대화였다. 그래서 품질을 높이고 불량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식스 시그마나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한 BPR(Business Process Redesign), 표준화, 부품 공용화 등을 중시했다. 이러한 전략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좀 달라질 것이다. 이미 달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구성원들이 자율성을 기반으로 얼마나 창의와 혁신을 일으키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생산성, 효율성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창의와 혁신이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창의와 혁신은 자유분방함에서 나오고 자유와 자율이 중요하다는 뜻인데,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분방하고 규칙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 한국인 아닌가? 우리는 창의와 혁신으로 미래를 만들어갈 준비가 이미 기질적으로, 선천적으로 갖추어진 상태다. 이미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비밀병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기에, 자유분방함이 겉으로 드러나지 못했다. 자유분방함이라는 DNA를 꺼내어 수북이 쌓인 먼지만 닦아주면 된다. 이 먼지는 기업의 경영진이 나서서 닦아주고 임직원 개개인도 내면에 잠들어 있는 자유분방함을 스스로 꺼내 보여야 한다. 이러한 한국인 특유의 자유롭고 대범한 기질은 우리를 미래의 글로벌 선두국가로 만들어줄 것이고 해외 각국에서 이것을 배우고 벤치마킹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장면이다. 자유분방함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파괴적 혁신을 향해 나아가는 4월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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