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Inside

맹명관  
마케팅 스페셜리스트 /
스타벅스의 미래 저자

비즈니스 경쟁은 시시각각 변하고 승자와 패자는 언제나 유동적이다. 때론 신생기업이 전쟁에서 강자가 되고 장수한 기업이 어처구니없는 변수 때문에 무너지기도 한다. 이렇듯 시장의 주파수는 계속 변한다.
예상하지 못한 거대한 변화, 기존의 질서와 전혀 다른 방식이 일상화되는 현상을 뉴노멀(New Normal)이라 한다. 뉴노멀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면 기업은 비즈니스모델을 전환하려고 사력을 다한다. 왜냐하면, 기존 비즈니스 모델로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고객가치의 보폭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 눈에 띄는 기업이 ‘당근마켓’이다.
당근마켓은 2018년부터 전국적으로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이퍼로컬 서비스는 사전적으로 ‘아주 좁은 지역의 특성에 맞춘다’는 의미다. 기존의 로컬보다 더 좁은 동네생활권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주거권역을 뜻하는 ‘슬세권’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이퍼로컬 서비스는 2020년 확산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부상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외출이 제한되자 사람들의 활동반경은 좁아졌고,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지원정책은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경향을 확산시켰다. 그에 따라 하이퍼로컬 서비스는 단순한 광고 수입을 넘어 커머스, 결제 등 경제활동까지 가능하도록 진화했다. 이를 위해 기업은 플랫폼 중심의 온·오프라인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이용자로부터 자물쇠 효과를 얻어냈다. 미국의 넥스트도어, 메타, 구글, 네이버(동네시장 장보기)에서 사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의 ‘주변 찾기’검색은 전년 동기대비 400% 증가했으며 네이버의 ‘이웃톡’과 ‘시장장보기는 거래액이 74배 성장했다. 당근마켓은 해당 지역에 실제 거주하는 20~64세를 타겟층으로 공략하여 가입률을 95% 높였다. 이런 괄목할만한 성장의 요인은 제주도의 본원적 특성, 즉 생활범위가 거주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역 내 거래와 교류가 활발하다는 것을 이점으로 당근페이(간편 결제서비스) 전파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향후 당근마켓은 이 여세를 몰아 글로벌 시장에서도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성공시킬 예정이다
최근 억눌렸던 여행수요도 늘어나고 있는데, 여행객 일부는 수수료 없는 환전을 위해 ‘당근’을 활용한다고 한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이 환전소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환전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이용자들끼리 외화를 사고파는 것이다. 물론 개인 간의 일회성 소액거래가 대부분이지만 2030세대의 움직임을 볼 때 그 추이가 주목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이퍼로컬 서비스는 당근마켓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의 불황기 대응전략으로도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어찌 됐든 ‘당근’의 수상한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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