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Message, 주역(周易)으로 읽는 경영_62

노해정 
휴먼네이처 대표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천간(天干)은 총 10개이고, 지지(地支)는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총 12개로 구성되어 있다.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를 조합하면 총 60개의 조합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60갑자이다. 올해는 천간에서 10번째에 해당하는 계와 지지에서 네 번째인 묘가 만나서 계묘(癸卯)년을 이룬다. 
십간십이지의 사용과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엇갈린다. 상고 시대인 3황 5제 때 황제(黃帝)씨가 제사를 지낸 후 하늘에서 십간과 십이지를 내려줬다는 설도 있고, 십진법의 체계와 황도 12궁을 활용한 력법을 사용해 온 메소포타미아에서 전래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중국 후한의 왕충(王充)은 서기 100년경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논형(論衡)에서 십이지지를 현재와 같은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로 매칭시켜 언급하였는데, 이 문헌은 상고 이전부터 내려온 토테미즘과 십이지가 오랜 문화 융합과정에서 일체화되었음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절이나 부동산 일부 업체에서 매년 나눠주는 달력을 예로 든다면 년과 월, 일, 음력 표기와 함께 60갑자가 동시에 표기되어 있다.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는 이와 같은 절기력법은 후한 시대인 서기 85년부터 공식적으로 반포하여 사용해 온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하루의 일진을 60갑자에 의해 따지던 관습은 이미 삼황오제 시절부터 계속해서 활용되며 전승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계묘년을 주역의 괘로 표현할 수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주역 8괘의 수리에 계묘년의 천간과 지지의 수리를 대입하여 작괘하는 방법이다. 즉, 계(癸)는 천간에서 10번째 글자에 해당되며, 주역의 소성괘는 총 8개이므로 10에서 8을 빼면 2가 남는다. 주역 팔괘에서 2수리의 괘는 태위택이 된다. 또한, 묘(卯)는 지지에서 4번째 순서이므로 팔괘에서 4수리에 해당되는 괘를 가지고 오면 된다. 4번째 괘는 바로 진위뢰가 된다. 따라서 이를 괘로 표현하면 계묘년은 택뢰수(澤雷隨) 괘의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택뢰수 괘는 못 속에 우레가 치는 모양을 하고 있다. 비유컨대 우레가 물속에서 요동치고 있으니, 마치 날이 저물면 들어앉아서 움직이기 위한 곡기를 채우거나 휴식을 취하며 어둠을 받아들여서 활동에 대비하며 아직 움트지 못함을 수용하며 때에 따르는 현명함을 뜻한다. 
택뢰수 괘의 괘사에 딸린 단사(彖辭)에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바로 ‘천하수시(天河隨時)’인데, 천하수시란 천하가 때에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때에 따르는 태도는 조급하거나 극단적이어서는 안된다. 지금 손해를 보더라도 좀 더 장기적이고 바른 관점을 전제로 준비할 때 길하다는 것이다. 
올해는 기존의 수구적 관점을 고집하기보다는 세상의 큰 변화를 직시하고 수용함으로써 겸허하게 내실을 다져나가는 자가 허물이 없는 이익을 거두게 되는 해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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