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Company, 혁신 경영을 위한 법률 정보_12

코로나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현장으로 돌아오는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노동 현장 키워드 3가지는 종사자의 안전보건, 비전형 고용 형태 문제,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 개편으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령이 정비되고 판례가 축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법령 위반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기업들은 현장으로 돌아오는 임직원들을 맞이하느라 숨 가쁜 한 해를 보냈다. 기업들이 향후 급변하는 노동환경과 새 정권의 노동정책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이번 기고를 통해 주목해야 할 2022년 노동 현장 키워드 3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모든 종사자의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
첫 번째는 종사자의 안전보건이다. 올해 10월 대기업 제빵공장 기계에서 안타깝게 청년 한 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종사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할 때 경영책임자를 ‘최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겠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약 9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법 시행 이후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겨우 9명 적은 432명이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156건이 입건됐다. 결국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령의 모호함을 핑계 삼고 예산, 인력 부족이라는 이유로 법적 의무를 이행하는 시늉만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올해 6월 국제노동기구인 ILO는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새로운 노동기본권으로 선정했다.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형사 처벌의 가능성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기업을 위해 일하는 모든 종사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보다 엄중한 자세로 사업장의 작업환경과 위험요소를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노동자 보호하기 위한 법령 정비 가속화
두 번째는 비전형(非典型) 고용 형태 문제다. 택배노조 파업, 화물연대파업,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등 올 한 해 많은 파업이 있었다. 이에 따라 기업과 국민의 피해가 상당했던 만큼 파행적 노사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분열의 양상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IMF 이후 노동시장은 정규직-비정규직, 원청-하청 등으로 이중 구조화되었다. 구조적으로 고착된 노동시장은 임금 및 근로조건의 격차와 차별 문제를 발생시켰고, 그로 인해 비전형 근로자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보호가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반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올해 8월 하청업체의 과업 수행을 위한 원청의 전산관리 시스템이 불법 파견의 징표에 해당한다며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연이어 10월에는 직접공정뿐만 아니라 간접공정을 담당한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불법 파견도 인정했다.
기업들은 원가 절감과 고용의 유연성 등을 이유로 비전형 노동자를 비정상적으로 사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인 비전형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령이 정비되고 판례가 축적되고 있다. 노사 갈등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해소하고 법령 위반에 따른 리스크를 제로화하기 위해 기업들은 지금이라도 업무 전반의 운영 프로세스에 대해 치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공정성 강화
세 번째는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 개편 정책이다. 현 정부가 제시하는 노동정책의 주요 골자는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의 공정성 강화다. 현 정부 노동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올해 7월 발족했고, 임금체계 및 근로시간 개편을 위해 20개 업종, 노사 대표자 40명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회는 자기계발, 육아, 업무량 변동 등 필요에 따라 근로시간 제도가 유연했으면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근로시간 유연화 및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기업들은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이러한 노동정책 기조를 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5월 임금체계의 연공성을 줄이고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운영된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기업 내 규범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근로시간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될 경우 기업에 예기치 못한 법률상 규제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고 상생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2023년 근로조건 결정 시 노사협의회 활성화, 종사자 의견청취 확대 등의 운영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SG 경영은 인사노무관리에 있어 엄격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체계를 갖출 것을 요구한다. 노동관계법령은 인권, 윤리, 안전보건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고 법령 위반에 따른 사회적 질타와 비난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올해 10월 한 청년의 죽음이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상기하자. CEO와 인사노무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차별 없는 일터에서 일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계묘년 새해 인사노무 계획을 면밀하게 수립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오길성
법무법인 대륙아주 부설 미래노사경영연구소 소장
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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