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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05년 회사법을 개정하며 법인격부인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법인과 주주, 또는 관계회사 간에 재산, 직원, 업무 등이 섞여 있는지, 주주가 법인을 과도하게 지배했는지, 이런 지배로 인해 채권자에게 심각한 손해를 야기했는지 등을 판단하고 있다. 법인격부인제도의 개념과 문제점, 실제 판례 등을 소개한다.

중국은 2005년 회사법을 개정할 때 법인격부인제도를 도입했다. 2019년 ‘전국법원민상사심판업무회의기요(全国法院民商事审判工作会议纪要)’를 공표해 법인격부인에 관한 세부적인 판단 기준을 규정했다. 즉 법인과 주주, 또는 관계회사 간에 재산, 직원, 업무가 서로 섞여 있고 분리되지 않는, 이른바 혼동(混同) 문제가 존재하는지, 주주가 법인을 과도하게 지배했는지, 그리고 이런 지배로 인해 채권자에게 심각한 손해를 야기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한동안 법인격이 부인된 사건의 비율은 약 70%였다. 이에 일부 학자들은 법인격부인제도를 엄격한 요건 아래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법원도 좀처럼 당사자의 법인격부인에 관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는 법인격부인에 관한 명백한 상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거래 상대방이 법인격 남용에 대한 분명한 증거를 제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입증 책임의 일반 원칙 및 문제점
중국의 민사소송법상 ‘谁主张,谁举证(당사자는 자신이 제기한 주장에 대해 입증 책임을 부담한다)’, 즉 법률 요건 분류설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법인격부인의 경우 채무자의 장부, 금융거래 등 정보는 채무자 측에 편재되어 있기 때문에 채권자가 재산의 혼동을 입증하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중국의 소송 실무상 금융거래정보 조사신청 시 신청인은 재판부에 계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채권자가 적법한 방식으로 알 수 있는 계좌는 채무자의 공식적으로 등록된 법인계좌뿐이다. 하지만 법인격부인 분쟁 사건에서 채무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관계회사의 여러 개의 계좌를 이용해 자금 흐름을 은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금융기관은 재판부 판사가 대동하지 않으면 설령 법원의 조사협조 공문이 있어도 채권자의 계좌정보 조회를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다. 그래서 법인격부인 분쟁에서 채권자가 증거 부족으로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입증 책임의 기본원칙대로 입증 책임을 배분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하겠다.
위와 같이 상대방이 통제하고 있는 증거 취득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중국 최고인민법원 민사소송증거에 관한 약간의 규정 제47조는 장부 등 증거를 통제하는 당사자가 해당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민사소송법 제67조는 채권자가 취득하기 어려운 증거, 예컨대 금융거래정보 등에 대해 법원의 협조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 거래 시 관계회사의 연대책임 약속 중요
법인격부인 소송에서 채권자는 매우 버거운 입증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기업은 거래할 때 항상 소송을 염두에 두고 만전을 기해야 한다. 거래에 상대방의 여러 관계회사가 참여할 때, 무엇보다 가장 효율적인 대비책인 이들 관계회사 간의 연대책임을 약속 받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연대책임 협상이 안 되면 적어도 계약 상대방에 대한 자본금, 대표이사, 주주 등을 비롯한 기본적인 조사를 통해 거래 리스크를 파악하고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
법인격부인에 관한 유명한 판례를 소개한다. 원고인 서공그룹공정기계주식유한공사(이하 서공그룹)는 피고인 성도천교공무유한책임공사(이하 성도법인)가 매매대금을 반환하지 않아 성도법인 뿐만 아니라 관계회사인 A회사와 B회사, 이 3개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관련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모두 법인격부인의 적용을 긍정하여 성도법인과 A, B 회사의 연대책임을 인용했다. 그 근거는 3개 법인 간에 인원, 업무, 재무상에 혼동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격의 혼동’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인격부인은 일반적으로 법인의 독립적 인격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고 특정 사안에 한해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매우 원칙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각 법원은 이 제도를 적용 및 재판함에 있어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예컨대 유사한 사안인데 재판 결과가 완전히 다르거나 재판 결과를 도출하는 근거 및 논리의 설득력 부족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그밖에 간혹 법인의 등록 자본금과 경영하고 있는 사업이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실질적으로 보면 법인의 독립적인 인격과 주주의 유한책임을 악용해 사업의 리스크를 채권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다. 기요는 이런 행위도 법인격부인의 하나의 판단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정상적으로 경영하다가 실패하는 케이스도 있기 때문에 다른 정황을 참작해 악의와 비악의를 구분해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 

 

박동매
법무법인 대륙아주 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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