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Insight

지용구 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인간은 생물의 한 종(種)으로서 크고 작은 환경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며 생존해 왔다. 기업 또한 사회 환경 변화에 적응한 최적의 형태로 생존을 유지하고 있으며, 때로는 혁신을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거나 적응에 실패해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사회의 변화가 큰 격변기일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 빠르고 빈번히 발생한다.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온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바로 그런 시대다. 디지털 격변기를 맞이한 변혁의 시대에 기업에게는  ‘디지털 전환(DX)’이라는 성장의 열쇠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다. 
문제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디지털 전환의 큰 변화 앞에서 많은 기업들이 혁신에 저항하려는 면역반응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시스템이 안정적이고 견고할수록 이러한 혁신 저항은 더욱 크고 거세진다. 다만 면역반응과 혁신 저항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면역반응이 자신의 통일성과 개체의 생존 유지, 종의 존속을 위해 저항한다면 혁신 저항은 굳어진 습관과 안정된 루틴을 깨고 싶지 않은 유지 본능을 위해 저항한다. 
하지만 이는 부정적이고 피해야 할 것이 아닌 필연적인 과정이다. 마치 코로나19와 싸우며 극복해 나가는 과정과도 유사하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면역반응이 나타나는데 증상이 심할수록 몸의 면역반응이 활발하다는 증거다. 특히 젊은 층의 경우 면역반응이 강해 증상이 더욱 심한데, 이는 항체 형성을 위해 반응하는 성장통에 의한 것이다. 
기업 역시 성장하는 과정에서 혁신 저항을 심하게 앓으며, 건강한 기업일수록 변화와 혁신 과정에서 더 심한 성장통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혁신 저항의 면역반응으로 인한 성장통을 극복하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항체를 얻기 위해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본래 기업의 면역반응은 기존 레거시(Legacy) 시스템, 관행, 조직 문화의 세 가지 요소에서 비롯된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오래된 기술과 인프라 그리고 여기서 쌓인 데이터는 변화를 거부하는 근본적 요인이 된다. 그만큼 변경과 통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업무 및 의사 결정 프로세스의 유연하지 못한 관행도 혁신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쌓이면 경직된 조직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게 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파괴적 혁신이다. 미국의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1997년 그의 저서 <혁신 기업의 딜레마>를 통해 파괴적 혁신과 존속적 혁신의 개념을 내놓았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인 반면, 존속적 혁신은 기존 시장을 지속하고 유지하려는 혁신 전략으로 분류된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전환에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예컨대 코닥은 1990년대까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5대 브랜드로 선정된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며 ‘망할 것 같지 않았는데 망한’ 기업 대열에 합류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물론 코닥의 파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다. 다만 필자는 코닥의 파산은 과거 필름 카메라 방식의 성공에 도취해 존속적 혁신 전략을 취하며 디지털 패러다임의 전환 및 대중화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가 크다고 해석한다. 
기업의 생리는 인체와 같다.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순조롭게 때로는 격렬한 면역반응으로 성장통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면역력을 키우고 내재화하면서 결국 항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즉 혁신을 거부하는 저항선을 넘어서면 성장이 보이고, 그 성장의 노하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혁신을 선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시험받는 디지털 격변기에 더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의 혁신 항체를 갖춰 기업 성장의 방향성을 찾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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