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전병희 (주)싸이토젠 대표

삼성 전략기획 고문을 역임한 전병희 대표가 2010년에 설립한 (주)싸이토젠은 바이오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융합, 혈중 암세포(CTC) 검출 및 분석, 배양 등을 통해 암을 진단하는 액체생검 기업이다. 액체생검은 환자 조직을 직접 떼어내는 기존의 조직생검과는 다르게 생체 내 혈액이나 체액에서 순환 종양성 DNA, 순환성 종양세포, 엑소좀 등을 분리하고 내부의 핵산 정보를 분석하는 비침습성 기술이다. 조직 검사에 비해 간편하고 암 선별검사(조기진단), 동반진단, 재발검사, 항암치료 모니터링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10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싸이토젠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CTC 기반 액체생검 시장의 골드 스탠더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암 정복을 통한 인류애 실현’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대표님의 약력 소개 및 ㈜싸이토젠을 창업하시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반도체 미세공정에 대한 전문가입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나노(Nano) 전문위원으로 근무할 때 바이오산업을 처음 접했습니다. 2007년부터 삼성 신사업 부문 고문으로 근무하는 동안에도 바이오산업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액체생검 시장이 거대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으며,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적용해 혈중 암세포(CTC)를 회수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암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이후 바이오 기술과 공학 기술을 결합하여 암을 진단하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세계 암 진단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싸이토젠을 설립했습니다. 싸이토젠은 ‘암 정복을 통한 인류애 실현’이라는 비전 아래 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에 매진해 왔습니다. ‘반도체처럼 한국에서도 세계 1등 암 진단 및 치료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술개발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싸이토젠의 목표는 암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암 진단·치료기술을 개발하여 환자들에게는 편안한 생활을, 환자의 가족에게는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싸이토젠 구성원들에게는 다 함께 최고로 발전하는 미래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싸이토젠은 바이오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융합한 폐암·유방암·췌장암 동반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계신데요, 핵심 기술과 제품은 무엇인지요?
암의 발병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조직생검을 시행하게 되는데, 조직생검은 원발암에서 세포를 떼어내야 하기에 수술, 내시경 등 환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시술을 동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액체생검을 활용하면 혈액 등의 체액을 활용함으로써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함은 물론 수시로 검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CTC는 액체생검에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임상검체 중 하나입니다. CTC는 ‘Circulating Tumor Cell’의 약자로 혈액 속을 순환하는 암세포를 의미합니다. ctDNA, 엑소좀 등 액체생검에서 쓰이는 다른 검체와는 달리 세포 전체를 검사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CTC를 살아있는 상태로 분리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도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TC를 통한 암 진단을 상용화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싸이토젠은 CTC를 손상 없이 살아있는 상태로 분리할 수 있는 HDM 칩(High Density Microporous Chip, 고밀도 미세다공 칩)을 개발했습니다. 무수히 많은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칩에 혈액을 통과시키면 구멍보다 크기가 큰 CTC만 칩 위에 남게 되는 원리입니다. 특히 CTC를 손상 없이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싸이토젠이 가진 기술의 강점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 기술로는 할 수 없었던 RNA, DNA, 단백질 등 세포에서 연구할 수 있는 모든 수준의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이 점을 바탕으로 차별화되고 신뢰도 높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분리 기술에 더해 싸이토젠은 자동으로 CTC를 분리·분석하는 스마트 바이옵시 시스템(Smart Biopsy™ System)을 구축했습니다. 이 플랫폼은 자동화의 편리함뿐만 아니라 사람이 실험을 진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차들을 최소화하여 검사의 정확도 및 일관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연구를 넘어서서 상업화까지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암 덩어리에서 조직을 채취하는 조직생검과 달리 액체생검은 혈액에서 암세포를 분리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주는 부담이 적습니다. 따라서 쉽고 반복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징 덕분에 싸이토젠의 액체생검으로 암 환자의 치료 이후 예후를 관찰하고 재발을 예측하여 선제적 치료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싸이토젠은 CTC 및 액체생검 관련 영역에서 출원 특허 포함 10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CTC와 관련해서는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100건 이상의 특허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계신데요, 현재 사업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요?
설립 이후 싸이토젠은 5대 암 병원을 비롯한 국내 연구기관, 그리고 유럽의 암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는 기관 중 하나인 CBmed와 같은 해외 연구기관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기술의 검증과 임상 현장에서의 적용 데이터를 쌓는 데 주력해 왔습니다. 싸이토젠은 CBmed의 컨소시엄에 참여해 당사의 CTC 분리기술을 활용하여 폐암, 대장암, 전립선암과 관련된 임상연구를 올해 말 완료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관련 논문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싸이토젠은 지난해 식약처에서 신뢰할 수 있고 공인된 임상실험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는 기관에 한해 지정하는 GCLP(임상검체분석기관)에 선정되었습니다. 식약처에서 제시하는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지정될 수 있는데, CTC 분야에서는 국내 유일한 GCLP 지정 기관입니다. 따라서 CTC를 활용한 리퀴드 바이옵시(Liquid Biopsy) 기반의 진단기술 및 신약개발을 하고자 하는 제약사 등이 신뢰성 있는 실험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싸이토젠과 협업을 해야 합니다. GCLP를 기반으로 현재 국내외 다수의 제약사들에게 의뢰를 받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2021년 싸이토젠은 자사 플랫폼에 대해 CLIA 랩(Clinical Laboratory Improvement Amendments Lab)의 검증을 완료했습니다. 올해는 미국에 자회사를 설립했고, 조달청 업체등록(SAM)과 함께 미국 연방 공공기관인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 액체생검 플랫폼을 공급해 임상 검증(Clinical Validation)을 진행 중이며, 본격적으로 현지에 LDT(Lab Development Test, 연구실 기반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CLIA 랩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공공과 민간 분야 모두를 타깃으로 당사의 플랫폼을 공급하고 동반진단, LDT 서비스, 진단제품 판매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며, 임상 검증 및 공동 연구 등 폭넓은 스펙트럼의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싸이토젠의 미국 진출은 당사 CTC 플랫폼이 글로벌 골드 스탠더드가 되는 주요 마일스톤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싸이토젠은 앞으로의 3년이 굉장히 중요하실 것 같습니다. 단기적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싸이토젠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제약사 대상의 서비스와 병원 대상의 서비스입니다. 제약사 대상으로는 항암신약 개발과정에서 바이오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서비스 결과를 기반으로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is, CDx)까지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동반진단이란 환자 치료에 적절한 표적치료제를 사용하기 전, 해당 환자에 대한 약물의 반응성 및 안전성을 미리 예측하는 검사로 개인 맞춤치료와 정밀의학에 있어 중요한 영역입니다. 병원 대상으로는 바이오마커 등을 기반으로 적정항암제의 선정을 돕는 서비스, 항암제 처방 전 약효를 평가하는 동반진단, 암 치료 후 예후를 관찰하고 재발을 예측하는 치료 효과 모니터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싸이토젠의 주력 서비스들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는 현재 제공 가능한 서비스들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서비스가 개시된 GCLP의 활성화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메이저 병원 및 제약사들과 연계하여 CTC 기반의 암 연구를 지속하려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미국 현지 CLIA 랩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싸이토젠에서 개발한 액체생검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물론이고, 병원 등을 대상으로 한 LDT 서비스까지 제공해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할 예정입니다. 이와 별개로 앞서 언급했던 미국 연방 공공기관인 NIH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가시적인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당사만이 할 수 있는 킬러 아이템을 선정, 비즈니스화 할 예정입니다. 연구 결과가 도출된 이후에는 글로벌 제약사 등 고객사와의 협력이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유럽에서는 앞서 언급한 CBmed와의 후속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연구를 수월하고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스위스로의 직접 진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싸이토젠은 다이치산쿄의 의뢰를 받아 수행했던 ‘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대상으로 한 CTC(순환종양세포)의 AXL 모니터링 평가 및 효과 분석’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했습니다. 현재는 협력업체인 CMIC 등과 함께 신규 임상연구 및 개발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개척하고 있는 비즈니스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당사의 CTC 플랫폼을 활용하여 암 수술 중 자가 수혈되는 혈액에서 CTC를 제거하는 플랫폼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IRB(임상허가)가 통과되었으며 기술개발 완료 시 많은 암 환자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비전은 어떻게 세우고 계시는지요?
단기적인 LDT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IVD 제품 허가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것입니다. 병원 등의 기관에 싸이토젠의 플랫폼을 설치하고, 진단 키트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거나 자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랩을 다수 설치할 계획입니다. 제약사들과 공동 연구를 통한 동반진단으로 지속적인 매출 창출이 예상됩니다. 아울러 전이를 방지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할 것입니다. 학계에서는 CTC를 암 전이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의 90% 이상은 전이로 인해 사망을 하는데, 전이의 원인을 제거하면 환자 수명이 늘어나게 됩니다. 당사의 CTC 회수기술을 활용해 CTC가 제거된 혈액을 수혈하는 플랫폼을 구상 중이며, 이를 통해 암의 전이를 효과적으로 막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비즈니스들을 통해 CTC 기반 액체생검 시장의 골드 스탠더드 기업으로서 해당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CEO로서 대표님의 경영철학은 무엇이신지요?
싸이토젠의 사훈은 3C입니다. Communication, Creation, Challenge. 즉 소통, 창조, 도전입니다. 무엇보다 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온몸 구석구석까지 혈관이 연결되어 있듯이 회사 내의 언로가 트여 있어야 합니다. 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혁신을 위한 목소리가 막힘없이 소통되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창조입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생각을 곧바로 실현하는 것이 바로 창조입니다. 항상 직원들에게 틀에 얽매이지 말 것을 주문합니다. 자유로운 생각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도전입니다. 싸이토젠이 도전하는 대상은 경쟁기업이 아니라 암이라는 질병입니다. 암을 정복해 인류에 공헌하는 것이 싸이토젠이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한계를 생각하지 않는 끊임없는 도전이야말로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전병희 대표와 본지 손홍락 발행인(왼쪽)
전병희 대표와 본지 손홍락 발행인(왼쪽)

마지막으로 인생의 좌우명이나 가장 좋아하는 격언이 있으시다면?
‘靜, 正, 正, 正’입니다. 고요할 정(靜)에 바를 정(正) 3개를 더한 것입니다. 고요한 상태(靜)에서 바르게(正) 생각하고 바르게(正) 행동하면 바른(正) 일이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Interview 손홍락  Editor 임흥열  Photographer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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