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Company, 혁신 경영을 위한 법률 정보_8

“CEO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CEO의 책임을 묻는 벌칙 조항이 많고 처벌 수위도 높다. CEO가 무고한 형사처벌을 피하려면 가능한 사법 리스크를 포괄적으로 검토해 미리 관리하는 수비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사법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알아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9년 11개 부처 소관 285개 주요 경제법률에 있는 2657개의 형사처벌 항목을 분석한 결과, 2374개(89%)가 벌금, 몰수 같은 재산형 외에 인신을 구속하는 징역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전체 2657개 형사처벌 항목 중에서 2205개(83%)는 법인과 CEO를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 CEO의 형사 책임은 비단 경제법령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품 결함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이를 제조하거나 판매한 기업이 금전적 배상(민사상 손해배상)을 해야 함은 물론, 관리·감독 책임 있는 CEO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되기도 한다. 경영상 잘못으로 기업에 손해가 나도 업무상 배임이나 횡령죄로 처벌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 CEO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자조 섞인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다른 나라에 비해 CEO의 책임을 묻는 벌칙 조항이 많고 처벌 수위도 높은 ‘과잉범죄화’가 경영 활동과 투자를 위축시켜 기업 손실을 키운다는 문제점은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2022년 현재까지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필두로, 기업 CEO에 대한 형사처벌 법규는 오히려 이전보다 증가했다.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기업 CEO가 무고한 형사처벌을 피하려면 경영에 있어서 공격적인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이와 동시에 가능한 사법 리스크를 포괄적으로 검토해 미리 관리하는 ‘수비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은 7월 11일 대통령에 대한 첫 업무보고 자리에서 경제형벌을 행정제재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기업 CEO의 형사처벌 부담을 덜어주고 형량의 합리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 300개에 이르는 경제법령의 모든 형사처벌 항목이 한꺼번에 시정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업 경영을 위해 사법 리스크의 관리는 여전히 중요하다.

법률적 조력은 문제가 되기 전에 받아야 더 효율적
그렇다면 사법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까? 먼저 산업 분야에 따라 기업 행위를 주로 제약하는 법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업무상 횡령·배임(형법), 준법경영(공정거래), 인사·노무, 기업 구조조정 등 대부분의 기업 활동을 포섭하는 법규도 있으나, 특정 산업 분야를 타깃으로 제정되었거나 일부 사업군에만 적용되는 법규일수록 해당 기업 경영에 밀착적인 관련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수입을 업으로 하는 무역회사라면 ‘관세법’, 유통기업은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조기업에 적용되는 각종 환경규제(‘화학물질관리법’, ‘대기환경보전법’ 등) 관련 법률이 그러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기업 관련 주요 법규는 물론 우리 회사 사업에 대해 특별하게 적용되는 법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입법 취지와 법령에 따른 금지사항, 벌칙, 처벌 범위 등을 숙지하여 주요 의사결정 시 고려해야 한다. 특히 벌칙 적용의 예외나 면책 조항이 있는지, 있다면 해당 조항의 적용 요건과 함께 관련 리딩케이스(판례)의 사실 관계와 판결 요지를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법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꼼꼼한 중간 관리, 보고 시스템을 구축한다. 우리나라 법상 기업 CEO의 관리책임 범위는 너무나 넓어서 CEO가 혼자 관련 법을 안다고 리스크 관리가 되지 않는다. 또 기업 규모가 클수록 CEO가 사업장 및 근로자의 행위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사업장과 근로자에 대한 하향식 관리, 감독 시스템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기업 CEO를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위반행위 방지를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2007년 11월 면책규정 없는 양벌규정은 책임주의에 반한다며 최초로 위헌결정을 한 이래, 국회는 양벌규정에 면책적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2020년 2월 24일까지 총 361건의 법률을 개정했다. 기업이 평소 촘촘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가동했다는 사실은 상당한 주의와 감독의 유력한 증거이므로 수사 및 재판 단계에서 이에 근거한 면책을 주장할 수 있고, 형사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유리한 양형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법률적 조력은 문제가 되기 전에 받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이미 문제가 되어버리면 투입되는 법률 비용은 훨씬 커지지만 결과에 있어서는 한계가 명확한 경우가 많다. 기업 내부에 법무팀이나 변호사가 없어도 중요 계약을 할 때 항상 변호사를 배석하여 계약 내용을 점검하고, CEO로서 주요 의사결정 시 법률 자문을 통해 파생 가능한 법적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여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비율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CEO의 광범위한 관리 책임을 요구하는 2000개가 넘는 형사처벌 법규로 인해 불가항력적으로 수사가 개시되고, 나아가 재판을 받게 될 수 있다. 수사 대응 및 재판 단계에서도 행위 전 법률 전문가를 통해 위법 여부를 검토한 사실은 법규 위반의 고의를 조각하거나 과실 책임의 면책 요건으로서 경영 판단의 합리성을 뒷받침할 중요 증거로 주장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 한편 중간 관리와 보고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도 해당 사업에 이해가 있는 법률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관련 법규를 분석하여 사법 리스크가 있는 작업과 직군, 행위를 가려내고 사업장 및 인력을 파악하여 관리 시스템의 적용 대상을 특정해야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서형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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