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edical Interview, 이영호 한양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제대혈은 태아와 태반을 연결하는 제대(탯줄) 속을 흐르는 혈액이다. 백혈병 치료를 위해 제대혈 속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거나, 난치성질환의 치료를 위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한양대학교 소아청소년과 이영호 교수는 1998년 국내 최초 제대혈을 이용해 조혈모세포이식에 성공했고, 우리나라 기증제대혈은행 설립과 제대혈 관련 법안 제정을 위해 앞장선 국내 제대혈 연구의 산증인이다. 현재 난치성질환의 치료를 위해 제대혈을 이용한 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이영호 교수를 만나 제대혈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영호 교수는

現 한양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現 이뮤니크 대표이사, 現 한양대학교병원 병원학교 교장, 現 보건복지부 제대혈위원회 위원장, 現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국제협력위원회 위원장, 前 한양대학교병원 암센터 소장, 前 한양대학교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소장, 前 한양대학교병원 세포치료센터 소장, 前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홍보위원장, 前 한국청소년스포츠문화원 이사, 한양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 한양대학교 대학원 의학 석사, 한양대학교 의학 학사

 

B&H코리아 박보현 대표(이하 박보현) 안녕하세요. 32년 동안 제대혈 치료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계신 이영호 교수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소아암의 권위자이신 교수님께선 보건복지부 초대 제대혈 위원장을 역임하셨고 1998년 국내 최초 제대혈 이식에 성공, 제대혈 관련 법률 제정 등 제대혈 연구 분야의 성장을 위해 힘써오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처음 제대혈 분야를 연구하게 되신 계기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영호 한양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하 이영호) 제대혈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제가 부산 동아대병원 교수로 있을 당시에는 부산·경남 지역에 조혈모세포이식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어 환자들이 모두 서울로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부산에 조혈모세포이식 의료기관을 설립하고자 1991년 미국 UCLA에 연수를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골수나 말초혈 속에 있는 조혈모세포를 이용한 이식만이 가능했는데, 제가 미국에 갔을 때 세계 최초로 제대혈 속에 있는 조혈모세포를 이용한 이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한국에서도 아무도 하지 않은 제대혈이라는 분야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게 됐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조혈모세포이식을 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아야 했고, 그에 해당하는 환자도 있어야 했습니다. 5~6년 동안 행정적인 절차를 밟고 오랜 준비 끝에, 1998년 제가 치료하던 소아백혈병 환자가 재발하게 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제대혈을 이용한 조혈모세포이식을 하게 됐습니다. 당시 임신 중이었던 환자의 어머니로부터 동생의 제대혈을 받아 메디포스트라는 회사에 2년 동안 보관했다가 환자가 항암제 치료를 하고 이식할 타이밍에 녹여 이식에 성공했습니다. 그 후 전국적인 관심을 끌게 되면서 기증제대혈은행을 정식으로 설립하게 되었고, 국가사업으로 발전시키며 기존에 없던 제대혈 관련 법률을 제정하게 됐습니다. 

박보현 교수님께서 제대혈은행 설립을 주도하셨고 제대혈 관련 법률을 제정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자세한 내용이 궁금합니다.
이영호 임상적으로 제대혈 이식도 중요하지만, 환자에게 제대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대혈은행이 꼭 필요했습니다. 제가 부산동아대병원에서 처음 제대혈은행 사업을 할 당시에는 직접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펀드레이징해야 했습니다. 부산시청에 들어가 부산시장님과 일선 공무원을 설득해 예산을 받고, 로터리클럽이나 부산의 유명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지원받아 동아대병원에 기증제대혈은행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제대혈 관련 정책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의 여러 정책 과제 등을 수행하면서 현실 정치, 현실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제대혈은행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결국 제대혈 관련 법률이 있어야 했죠. 그래서 조혈모세포학회에서 최초로 제대혈 위원장을 맡아 제대혈 법안의 초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발의 후 법안을 통과시켰고 보건복지부에 제대혈 위원회를 만들어 지금까지도 제가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보현  교수님께선 소아암의 명의시기도 하죠. 소아암 10명 중 4명은 백혈병이라고 할 정도로 백혈병의 비중이 큽니다. 보통 골수 이식을 통해 백혈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는데요. 제대혈은 무엇이며, 제대혈을 이용한 백혈병 치료도 가능한가요? 
이영호 백혈병 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합니다. 조혈모세포이식이란 피를 만들어내는 어미 세포를 이식한다는 것인데, 이 조혈모세포가 우리 몸에 많이 들어 있는 곳이 골수, 말초혈, 제대혈입니다. 어떤 소스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장단점이 있습니다만 기본 개념은 같기 때문에 주치의 판단하에 소스를 결정해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게 됩니다.

박보현 교수님께선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이뮤니크의 대표이사를 맡고 계십니다. 현재 연구하고 계신 세포치료제와 치료법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영호 이뮤니크는 제가 처음 제대혈을 받아 조혈모세포를 이식했을 때 제대혈을 보관했던 메디포스트의 자회사입니다. 메디포스트가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자회사인 이뮤니크는 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말초혈에서 조혈모세포를 뽑아 면역세포 치료제를 만드는데, 저희는 제대혈의 장점을 활용해 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금 개발 중인 면역세포 치료제는 적용 대상과 질환이 다양합니다. 첫 번째 파이프라인은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면서 나타나는 이식편대숙주병 등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면역세포 치료제입니다. 두 번째로 재생불량성빈혈을 치료할 수 있는 면역세포 치료제의 1차 개발 중이며, 2차적으로 류마티스질환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누군가 만들어 놓은 치료제를 이용해 소아암 환자들을 치료해 왔지만, 이제는 제대혈 전문가로서 공부해온 것을 토대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제 인생 마지막 목표입니다.

박보현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나비넥타이가 인상적인데요, 소아청소년과 교수님으로서 어린 환아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 나비넥타이를 착용하기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소아암의 경우 장기 입원이 많아 환자와 보호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하고, 완치 후 학교나 사회생활 적응을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교수님께서는 병원학교를 설립하셨다고 들었는데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영호 병원학교는 말 그대로 병원에 있는 학교입니다. 설립 당시 이미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에서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제가 중점을 둔 것은 아이들이 완치 후 학교로 돌아갔을 때 잘 적응하는 것이었습니다. 소아 백혈병은 완치율이 10명 중 7~9명 정도로 높지만, 치료 기간이 길기 때문에 아이들이 완치 후 학교에 돌아가면 또래와 학년이 달라져 학교에 적응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유급하지 않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당시 성동교육청 장학사님이 ‘건강장애아동은 특수교육대상자로 포함돼 1일 1시간 수업을 들으면 하루 출석을 인정받는다’는 법률을 찾아내 주신 덕분에 병원학교를 제도화시키고 아이들이 출석을 인정받게 됐습니다. 2005년 제도화된 병원학교를 한양대에 최초 설립한 후 현재 교육부 주관 병원학교는 32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병원학교 시스템을 만든 것에 자부심이 있으며, 시스템의 개선과 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다방면으로 힘쓸 예정입니다. 

Interview 박보현 비앤에이치코리아 대표 

 

비앤에이치코리아 박보현 대표

비앤에이치코리아는 블록체인 메디컬 SNS 플랫폼 ‘메디우스’를 통해 병원평판시스템을 기반으로 환자의 개인 조건과 상태에 적합한 병원과 의사를 추천해주는 메디컬 IT기업이다. 박보현 대표는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자문위원을 맡아 활발히 활동해 왔다. 현재 [월간 CEO&] 의료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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