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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투자자들은 재무 성과지표에서 드러나지 않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ESG 정보를 요구한다. 아무리 재무 성과가 뛰어난 기업이라도 환경 파괴, 안전사고, 갑질, 횡령 등 ESG 이슈를 관리하지 못한다면 한순간에 존망의 기로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향한 ESG 정보 공개 요구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 요즘,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ESG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LG경영연구원은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대표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디지털 ESG의 장점을 살펴봤다. 

2000년대에 만들어진 ESG 개념은 CSR로부터 시작되었다. CSR은 사회적 의무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업 활동이라는 점에서 ESG와 유사한 점이 있다. 둘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CSR이 자발적인 사회 환원 활동인 반면, ESG는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바라본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다.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은 ESG 경영 정보를 정량적인 지표로 환산해 제공해야 한다.

디지털 ESG는 다양한 관점에서 ESG 데이터에 대한 가시성 제공
디지털 ESG는 기업의 ESG 경영 정보 및 성과를 종합 관리하는 일련의 DX 활동이다. 기업의 모든 자원, 활동, 재무성과를 한눈에 관리하기 위해 ERP를 활용하듯이 디지털 ESG를 통해 ESG 경영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고 목표 대비 성과를 관리할 수 있다. 정량화된 ESG 정보 제공을 위해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디지털 ESG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며, 국내 기업들도 최근 도입을 추진하거나 고려하고 있다.

①기업 내부: ESG 목표 대비 성과 관리 
ESG 공시 기준을 제공하는 기관들은 수많은 지표를 공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SASB)에서는 환경자본 7개, 사회자본 6개, 인적자본 6개, 사업 모델 4개, 지배구조 7개 주제에 대해 다양한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ESG 지표가 많을수록 기업의 데이터 관리 부담도 증가한다. 이때 디지털 ESG는 대시보드 형태로 ESG 경영 현황을 쉽게 파악하고 목표 대비 성과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BASF는 ESG 평가기관들이 가장 높은 등급을 부여하는 기업 중 하나로, 특히 강력한 탄소배출 저감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배출량 25% 감소,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 달성 등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BASF는 탄소배출 현황 파악과 효율적인 성과 관리를 위해 디지털 ESG를 도입했다. 특히 상품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해주는 PCF(Product Carbon Footprints) 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ISO 표준 인증을 받은 이 시스템은 자사 운영상의 배출량(Scope 1+2) 외에도 공급사와 원자재 생산에서 유발되는 배출량(Scope 3)까지 수집한다. BASF는 업계 평균값 대신 Scope 3의 실제 탄소 배출 데이터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공급사 이산화탄소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지식, 방법론,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탄소배출량 저감에 함께 동참해줄 것을 설득했다.

②고객: ESG 정보에 기반한 선택권 부여 
디지털 ESG는 고객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BASF가 공급사로부터 탄소 배출 데이터를 받은 것처럼 자신도 고객들에게 제품의 탄소 배출 데이터를 제공한다. BASF의 디지털 ESG는 원재료, 공급사, 에너지원, 공장 등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같은 제품이더라도 탄소 배출량이 서로 다른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넷제로 제품(Zero PCF), 저탄소 제품(Low PCF), 일반 제품(Standard) 등 여러 옵션을 제공한다. 고객은 예산 범위 내에서 탄소 배출 저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조합을 시험해볼 수 있다.
최종 소비자 중에서도 ESG 정보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사회적 신념이나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디지털 ESG를 활용해 일반 고객들에게도 ESG 정보를 제공한다. 스타벅스의 ‘Bean to Cup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아동 노동, 강제 노동 등 커피 농장 인권 문제가 이슈화되자 모바일 웹에서 바코드 스캔을 통해 원두의 생산 및 유통 이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스타벅스는 디지털 ESG를 활용해 전 세계 38만 커피 농장의 인권 관련 데이터와 제조공장, 물류센터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반의 생산 및 물류 데이터를 연계했다. 이로써 고객들은 구매한 커피가 인권 문제가 없는 커피농장에서 생산됐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③이해관계자: 평가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 투명성 제공 
때로는 기업이 스스로 작성하는 ESG 관련 공시자료의 신뢰성이 의심받기도 한다. 재무제표의 수치는 회계감사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절차가 있지만, ESG 관련 지표는 글로벌 표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며 적절한 외부 검토 프로세스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일부 기업들이 과장 또는 허위 정보를 제공해 마치 친환경 기업인 것처럼 위장하는 그린워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대부분 기업도 진실성 있게 ESG를 실행하기보다 그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ESG 경영을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알려진 유니레버도 인도네시아에서 팜유 공급과 관련해 환경단체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린피스와 로빈우드는 유니레버가 산림훼손과 노동착취를 일삼는 농장으로부터 팜유를 공급받고 있으며 공급업체 문제를 인지하고도 모르는 척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유니레버는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인도네시아 현지 공급망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위성사진과 GPS 신호를 활용하여 팜유 농장과 공장 사이 교통흐름을 분석함으로써 공급망을 실시간 감시하고 산불 등 산림훼손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유니레버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ESG 데이터를 실시간 투명하게 제공함으로써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 나가고 있다. 

Cooperation LG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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