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Inside

맹명관 마케팅 스페셜리스트 / 스타벅스의 미래 저자

요즘 편의점에 가면 ‘포켓몬빵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는 개점 시간 전부터 뱀꼬리처럼 줄을 길게 서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얼핏 이해할 수 없는 기다림이다. 이런 오픈런에는 1인 2개로 한정돼 번호표가 발부된다.
‘포켓몬빵’ 안에 동봉된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캐릭터 ‘띠부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을 모으는 것이 MZ세대의 소위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는 행위)이 되었고, 이 열풍은 놀랍게도 당근마켓 같은 중고시장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띠부띠부씰의 완성편인 총 159종의 스티커 수집은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런 예측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품귀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MZ세대에게서 포착되는 레트로 현상(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흐름)은 더욱 심화될 것 같다. 
따져보면 폭발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세대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 학창 시절을 보낸 30대다. 그들의 구매 파워는 추억의 힘이며, 10대와 20대는 경험하지 못한 신선함으로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1999년 한 공중파 TV에서 방영된 <포켓몬스터>라는 콘텐츠가 당시 폭발적으로 세계를 장악하기는 했으나, 20년 후에 상상할 수 없는 대열풍을 주도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포켓몬빵’ 출시 후 1분기 매출 7000억 원 기록).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면 일단 이 시장은 키덜트(Kidult: Kid+Adult), 즉 어른아이 같은 취향과 감성을 가진 어른들이 주역이다. 아직도 로봇 태권브이를 좋아하고 피규어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성향이 있다. 한마디로 재미(Fun)와 유치함(Childish), 판타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과거엔 이런 류의 문화는 ‘정신적 퇴행’이라고 평가절하되었으며, 소수의 미성숙, 비주류라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영화, 음악, 예술, 패션, 제품 등의 주요 콘셉트로 응용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주류 문화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발달로 생활 속에 보편화되고 있으며, 현대 성인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해주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키덜트 시장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과거에 볼 수 없는 특이한 소비 형태가 출현했는데, 그 첫 번째가 보복 소비이며 또 하나가 위로 소비다. 여기에 새롭고 다양하고 독특한 것을 추구하는 복고형 트렌드, 뉴트로와 빈트로(레트로와 빈티지의 결합)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경기침체와 MZ세대의 개성 추구, 그리고 새로움에 대한 돌파구를 통해 포켓몬과 같은 비선형적 문화가 게릴라처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정한 행동양식이나 사상 따위가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의 추종을 받아 널리 퍼지는, 소위 사회적 동조 현상과 결합되어 장기간 엄청난 파워를 발휘할 것이다. 당분간 세상은 <포켓몬스터>가 지배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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