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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구 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지용구 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

교육자이자 미래학자인 마크 프렌스키는 2001년에 발표한 논문 ‘Digital Natives, Digital Immigrants’에서 디지털 환경 적응을 기준으로 세대를 구분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돼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자유롭고, 디지털 방식을 가장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용어로 정의했다.
이와 반대로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아날로그적 관습을 버리지 못한 채 디지털 세계에 적응해 나가는 사람들은 ‘디지털 이민자’라는 개념으로 함께 비교했다. 아날로그는 발음을 주의해서 들어보면 ‘안할라고’로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는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준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안할라고 세대’ 또는 ‘디지털 꼰대’라고 부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안할라고’는 혁신 저항의 대상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AI처럼 똑똑하고 스마트한 기술의 발전으로 제품이 사람처럼 마음을 읽고 원하는 것을 척척 채워주는 세상이 되어가니 인간 고유의 감성인 아날로그를 버리고 편의만을 추구하는 ‘안할라고’ 습관에 대해 주의를 주는 경고의 의미이기도 하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기업은 디지털 네이티브와 디지털 이민자로 나뉜다. 이 둘의 차이는 디지털을 대하는 자세에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맞아 디지털 방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기업은 디지털 전환에 성공할 것이며, 과거의 방식과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단순히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데 그칠 것이다. 필자의 경험상 디지털 이민자 그룹에 속하는 기업은 생존을 위해 디지털 전환(DX)을 고민하고 디지털 네이티브 그룹에 속하는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DX에 도전한다는 특징을 보였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시대이기도 하다. 디지털 기술의 영향으로 기존의 사고방식과 문화, 사회, 산업, 경제가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기업이 기존에 갖추고 있던 가치체계 전반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시작은 디지털 전환이었는데 막상 현실은 디지털 적응에 머문 곳이 많을 것이다. 문제는 경험의 부재와 디지털 전환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단절에 있다.
DX는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EX(Employee eXperience, 직원 경험), CX(Customer eXperience, 고객 경험)로부터 오며 각 단계는 긴밀하게 이어진다. 즉,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고려할 때 경험 없는 지식만으로 디지털 전환을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므로 UX, EX, CX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만약 스스로 디지털 전환할 역량이 부족하다면 이때 필요한 것은 디지털 전환의 여정에 함께할 든든한 조력자와 사용할 디지털 전환 도구다. 좋은 디지털 전환 도구는 복잡한 매뉴얼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단순하고 평범한 직관을 믿으며 심플하게 설명한다. 심플하게 말한다는 것은 알게 하지 않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나와 우리 조직은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가? 지금까지의 방법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가? 스스로 꾸준히 질문하며 디지털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다.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나은 답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질 때 비로소 만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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