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성승용 (주)샤페론 대표

2008년에 설립된 (주)샤페론은 전도유망한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이다. 난치성 염증질환을 치료하는 염증복합체 억제제 합성신약과 나노바디 항체 치료제 개발을 두 축으로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5월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샤페론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현재 추진 중인 글로벌 임상 및 자체 파이프라인의 연구개발(R&D)과 글로벌 시장 사업개발을 위한 운영 자금으로 사용해 지속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예정이다. 성승용 샤페론 대표를 만나 그간의 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먼저 대표님의 간단한 약력 소개 및 (주)샤페론을 창업하시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미생물 및 면역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까지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샤페론은 제가 ‘네이처 리뷰 이뮤놀로지(Nature Review Immunology)’에 발표한 세계 최초의 염증 개시 이론인 DAMPs(Damage Associated Molecular Patterns)를 바탕으로 2008년 서울대 의과대학 실험실 벤처로 출발한 면역학 기반의 혁신 신약 바이오 기업입니다. 염증의 근본적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창업했습니다. 프랑스어로 ‘도와주는 사람’을 뜻하는 ‘샤페론(Chaperon)’은 분자생물학에서는 단백질 구조를 안정화시키는 물질을 일컫는데, 저희 회사의 사명 샤페론(Shaperon)은 첫 알파벳을 C에서 S로 바꿔 염증 같은 위험 요소를 통제하는 샤페론을 만드는 회사라는 의미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샤페론이 염증질환 치료제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샤페론이 보유한 파이프라인이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핵심 기술과 제품은 무엇인지요? 
샤페론은 면역학 기반의 혁신적인 신약 연구개발 바이오 기업으로 난치성 염증질환 신약인 염증복합체 억제제(Inflammasome Inhibitor) 합성신약과 암, 바이러스 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혁신적 구조의 나노바디 항체 치료제(Nanobody, Nb)를 두 축으로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샤페론이 개발하고 있는 염증복합체 억제제는 세계 최초로 GPCR19(G-단백질 결합 수용체)를 경유해 NLRP3(NACHT, LRR and PYD domains-containing protein 3) 염증복합체를 억제하는 약리 기전으로, 주요 염증 인자를 개시 단계와 증폭 단계에서 동시에 억제합니다. 샤페론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제 ‘NuSepinⓇ’,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NuGelⓇ’,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NuCerinⓇ’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기존 항체를 1/10로 경량화해 다양한 제형으로 개발이 가능하고 높은 안정성으로 기존 항체 치료의 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나노바디 기반의 차세대 항체 치료제를 면역항암제 개발에 응용하고 있습니다.

샤페론은 지난 5월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으면서 연내 코스닥 입성이 확실한 상황입니다. 상장 과정은 어떠셨나요?
사실 2020년 기술성 평가에서 필요 등급을 획득하지 못해 한 차례 기업공개 시기가 지연되는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주요 파이프라인 프로그램의 임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속도감 있게 진행했고, 지난해 국전약품에 치매 치료제를, 올해 4월에는 브릿지바이오에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 신약의 기술 이전(L/O) 계약을 연이어 체결하는 등 기술력을 입증하는 가시적인 성과도 냈습니다. 또 2021년 재도전한 기술성 평가에서는 두 전문 평가기관으로부터 각각 A등급을 획득했습니다. 최근 대외 악재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상장예비심사에서 고배를 마시거나 자진 철회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속출하며 상장의 문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 샤페론은 강화된 심사를 통과하며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증명해 올해 IPO 시장에서 상당히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상장 이후 어떤 일들을 진행할 예정이신가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현재 추진 중인 글로벌 임상 및 자체 파이프라인의 연구개발(R&D)과 글로벌 시장 사업개발을 위한 운영 자금으로 사용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저희 파이프라인 현황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코로나19 치료제 ‘NuSepinⓇ’은 지난해 유럽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올해 다국가 임상 2b/3상에 돌입했습니다. 특히 올해 국가임상시험재단(KDDF)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지원과제로 선정돼 약 91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습니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NuGelⓇ’은 국내 5개 종합병원에서 임상 2상의 환자 등록을 완료했고, 현재 바이오마커 분석 중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NuCerinⓇ’은 지난해 국전약품과 국내 판권 이전 계약(L/O)을 체결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습니다. 샤페론은 이러한 경험과 기술에 기반해 염증성 피부, 호흡기, 신경계 질환 영역의 파이프라인들로 계속해서 연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샤페론이 개발 중인 나노바디 항체 치료제는 작은 크기와 높은 안정성으로 기존 항체 치료제의 낮은 반응률, 높은 부작용, 제한적 투여 경로 및 높은 생산비용 등의 미충족 수요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치료제입니다. 샤페론은 면역/라이브러리 구축, 패닝/스크리닝 및 평가에 이르는 전주기적 플랫폼을 갖춘 전 세계 소수 기업 중 하나로, 현재 이중항체 면역항암제인 ‘Papiliximab’의 동물 유효성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Papiliximab’은 현재 면역항암제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PD-L1/PD1 및 혈액암 타깃 항체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CD47을 동시에 억제할 수 있는 이중 항체로, 동물시험을 통해 단일 항체보다 높은 효과는 물론 특히 적혈구에 분포하고 있어 안전성에 이슈가 있는 CD47을 타깃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적혈구 부착이나 헤모글로빈 응집도에서 높은 안전성을 보였습니다. 샤페론은 다수의 전문 업체들과 함께 mRNA 제형 개발, PROTAC 접합체 개발 등 나노바디 플랫폼 확장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샤페론은 서울 본사 외에 홍천에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 신약 연구소 산하에 14명의 박사와 14명의 석사로 구성된 합성신약 연구실과 나노바디 연구실, 별도의 임상개발실과 신약연구 및 허가부서를 운영하는 등 탄탄한 연구인력들과 함께 시장의 니즈에 기반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 5월 말 기준 전체 40명의 임직원 중 연구개발 인력이 29명(전문의료인 6명, 박사 14명, 석사 18명)에 이를 정도로 샤페론의 R&D 기반은 탄탄합니다. 강력한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 15년 이상의 연구 노하우 위에 전문기술 경영인들의 전략적 경영을 통해 ‘Delivering the future of immunology’을 실현할 계획입니다.

샤페론은 차별화된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바이오 기업인 만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과 장기적인 비전은 어떻게 세우고 계시는지요? 
조기 사업화를 통해 시장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개발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에 라이선싱 아웃(L/O)을 진행하고, 특히 미국 등 해외 임상을 진행함으로써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희귀질환과 mRNA 등의 자체 사업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사업화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샤페론은 2008년 창업 때부터 혁신적 면역 치료제 개발을 비전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항염증 시장에서 스테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염증 치료제인 염증복합체 억제제를 표준 치료제로 정립하고 기존의 단일 항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나노바디 기반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미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블록버스터 제품을 출시하고, 라이선싱 아웃과 함께 일부 희귀약품은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직접 진출해 인하우스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양방향 사업 모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 창업을 하시고 10여 년째 회사를 이끌고 계신데, CEO로서 대표님의 경영철학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샤페론이라는 회사명은 프랑스어로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분자 생물학과 의학 분야에서는 단백질의 구조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들을 통틀어서 샤페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일반적인, 의학적인 의미처럼 신약 개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게 저의 경영철학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한 연구인력 확보가 중요한데, 앞으로 샤페론이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롤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사실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은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제약·바이오산업은 연구개발과 동물시험, 품목허가 등에 최소 100개 이상의 가치가 연계돼야 비로소 시장 진출이 가능한 분야입니다. 해외 굴지의 제약사들은 이 하나의 가치를 연계하는 데 약 1조 원을 투자합니다. 소요 기간은 15년에 이르고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도상국에서 OECD 가입국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그러한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를 할 만한 여유가 없었죠. 건설, 조선, 철강, 반도체, IT 부문과 같이 바로 단기적인 투자 성과가 나오는 분야들과는 성격이 다른 셈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의 기술력이나 인재풀은 선진국에 뒤처지지 않는 만큼 앞으로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연계만 된다면 IT산업 못지않은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인생의 좌우명이나 가장 좋아하는 격언이 있으시다면요? 
제가 저희 직원들, 대학원생들,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말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입니다. 아시다시피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후 결과는 오직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의미죠. “네가 정말 최선을 다했니? 그러면 된다”라고 늘 조언합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은 플랜 A가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플랜 B, 플랜 C의 성공을 위해 매진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업, 나아가 인생에서 항상 플랜 A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대표님의 학창 시절은 어떠셨나요?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성적이 안 돼서 의대에 갔습니다. 어린 시절 저의 꿈은 전자공학도가 되는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전자공학과와 제어계측공학과, 컴퓨터공학과의 점수가 의대보다 높았습니다. 그래서 재수할 용기도 없고 주변에서도 의대에 가도 괜찮다고 조언을 해주셔서 의대에 가게 됐죠. 막상 가보니 의대 생활은 재미있었습니다. 환자들을 보는 것도 좋았고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 공학에 관심이 많아 제 공부방을 다 자동화했습니다. 당시에 ‘007 키트’라는 것을 팔았는데 그걸 사다가 모든 것들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게 만들었죠. 아마도 제가 얼리어답터 1세대일 겁니다. 저는 학창 시절부터 코딩을 했는데, 이런 저의 성향과 경험들이 사업을 하는 데 큰 플러스알파가 되고 있죠. 다중체계분석 같은 것들도 결국은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일이거든요.

끝으로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들은 무엇이신지요? 
가장 슬픈 기억과 좋은 기억으로 나뉠 것 같은데요, 슬픈 기억은 첫 기술성 평가에서 떨어졌을 때죠. 사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는 좀 오만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그게 전화위복이 되긴 했지만요. 가장 좋았던 기억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결과가 매우 성공적으로 나왔을 때입니다. 최종 결과보고서가 나왔을 때 아내와 와인을 마시면서 자축을 하는데 눈물까지 나더군요. 지난 15년 동안 제가 해온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드디어 빛을 본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성승용 대표와 본지 손홍락 발행인(왼쪽)


Interview 손홍락  Editor 임흥열  Photographer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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