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Attitude

민희식 크리에이티브워크 대표 / 에스콰이어 前 편집장 
민희식 크리에이티브워크 대표 / 에스콰이어 前 편집장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여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남성지 편집장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2010년 전후만 해도 조지 클루니, 톰 크루즈, 조니 뎁, 브레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각종 미디어에서 발표하는 ‘올해의 남자(Man of the year)’를 모두 휩쓸다시피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벽안(碧眼)의 백인 남성들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섹시한 남자의 기준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 주간지 <피플>은 2020년 ‘가장 섹시한 인터내서녈 남성’으로 BTS의 정국을 선정했다. 이어 남자의 외모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이탈리아의 여성패션지 <엘르>에서조차 2021년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 7인’ 중에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BTS의 정국을 선정 발표했다. 아무리 세계 곳곳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아미의 역할이 크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한국남자가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주목 받을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양 여성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동양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섹시한 느낌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평균적으로 수염의 밀도가 낮은 탓에 그루밍으로 멋을 부리기도 애매하고, 신체비율로 봐도 하체에 비해 상체와 머리가 크기 때문에 뭘 입혀놓아도 스타일이 살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필자가 1997년 이탈리아에 처음 방분했을 때 놀랐던 것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마주친 ‘런닝구’ 차림의 트럭 기사들도 영화배우처럼 모두 멋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남자가 소비하는 화장품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남성용 화장품 중 40%를 차지할 정도로 외모 가꾸기에 열성이다. 이런 노력이 통했는지 젊은 한국남자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 남성들과 비교해 외모와 스타일 면에서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일본남성들이 아시아에서는 가장 스타일리시 하다고 평가를 받아왔으나 쇄락하는 일본의 국력만큼이나 아시아 최고라는 아성을 한국에게 내어줘야 할 판이다. 일본은 한때 세계 트렌드를 주도하던 문화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지금은 갈라파고스처럼 어떠한 유행이든 일본열도에 상륙하기만 하면 즉시 촌스럽고 기이한 스타일로 변형되는 특징을 지녔다. 일본은 아직도 팩스와 도장을 사용하고 한창 잘나가던 시절의 시티팝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요즘 한국의 젊은 남자들이 해외여행 다니면 현지인들로부터 기념촬영을 요청받는 상황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K-팝의 아이돌같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K-팝 팬들은 한국 남자들이 모두 BTS처럼 생겼을 거라는 환상에 빠져있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 여성들이 한국남성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도 동아시아 남자들 중에서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 신장이 가장 크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MZ세대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X세대 이상의 중년 남성들은 제발 해외여행 갈 때 등산복과 골프복 차림으로 관광지를 활보하는 것을 제발 삼가기 바란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아이돌이 쌓아올린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릴까봐 그것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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