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Column

소민아 정신과전문의 /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 과장
소민아 정신과전문의 /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 과장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의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한국의 주식시장 또한 급락하여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이 주요 주식을 매각할 때, 일명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를 시작했다. 이후 동학개미 운동은 마른 들판에 붙은 불처럼 번져 나가며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상관없이 전 국민의 주요 관심사로 등극했고 “요새 뭐 사야 해?”라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게 되었다.
수요가 있는 곳에는 공급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기에 한쪽에서는 주식 외에도 이전에 없었던 코인, NFT(Non Fungible Token) 등 다양한 투자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금융이나 경제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 심지어 10대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금융과 투자 지식을 쉽게 풀어쓴 서적들과 강좌,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 개인 채널 등이 범람하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한 공과는 후에 평가가 되겠지만, 분명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금융 지식의 수준을 올리고 투자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부분만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그것도 국립병원에 근무하는 공무원인 필자가 왜 이 이야기를 꺼냈을까? 투자라는 개념을 정신건강의 범주로 확대시켜 보고 싶어서다. 전 국민이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이하 NHS)를 받고 있는 영국의 경우 국민 4명 중 1명이 생애 적어도 한 번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050억 파운드로 NHS의 1년 예산 규모와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아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27.8%로, 일반 인구 1/4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알코올사용장애, 니코틴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을 경험한다.
얀센 아시아태평양 그룹이 영국 경제연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과 함께 아시아태평양지역 15개 국가 정신질환자들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 가능성과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 프로그램을 비교한 보고서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정신보건과 관련해 적지 않은 규모의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단순히 복지적 시각에서 정신건강에 재원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분석을 통해 정신질환 초기에 적절한 투자를 하면 적어도 10배, 많게는 70배까지 수익이 돌아온다는 결과에 근거를 두고, 1파운드의 투자로 70파운드의 결과를 얻게 되니 국가가 앞장서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련의 연구를 통해 정신건강 관련 투자 및 홍보 활동을 늘려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2년차였던 지난해에는 10월 10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2주간 정신건강 홍보주간을 운영하면서 핵심 메시지를 ‘이제는 마음에 투자하세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강, 마음건강’으로 정했고, 일반 국민들이 쉽게 자기주도적인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실천을 할 수 있도록 ‘코로나 우울 극복과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4단계 수칙’을 제시해 알렸다. 이 사업은 올해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투자는 확정된 이자율을 보장하는 저축과 달리 불확실성이 수반되지만 수익률이 발생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점은 같지만 생산 활동을 통해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투기와 구분하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사람이 재산인 기업 차원에서 소중한 직원의 마음건강을 챙기는 것은 CEO가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투자다. 임직원의 마음건강 제고는 구성원의 일에 대한 동기부여 및 조직성과를 극대화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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