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edical Interview,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장홍석 교수

방사선 치료는 수술, 항암 요법과 더불어 3대 암 치료법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방사선 치료의 급격한 발전으로 주변의 정상 세포는 살리면서 종양 세포만을 파괴하는 등의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방사선 치료기기는 국외 회사들이 독점하고 있어 국내 치료기기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톨릭대 성의교정 첨단융복합방사선의료기술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장홍석 교수를 만나 국내 방사선 치료기기 개발의 필요성과 극복 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홍석 교수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성의교정 첨단융복합방사선의료기술연구소장, 前 서울성모병원 의료협력센터장, 서울성모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임상과장, 前 의과대학 방사선종양학과 주임교수, 前 Duke University Medical Center 방사선종양학과 객원교수

 

박보현 B&H코리아 대표(이하 박보현) 안녕하세요.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이자 ‘첨단융복합방사선의료기술연구소(AIRFMT)’ 소장이신데 그동안 진행해 왔던 주요 연구들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장홍석 교수(이하 장홍석) 저는 방사선종양학 관련 임상연구 및 의료기기 전반에 걸쳐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동안 국내 최초 융복합 방사선 치료기기 개발에 역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온열치료를 이용한 암 치료연구 분야를 중점으로 진행 중입니다. 

박보현 현재 진행 중이신 ‘방사선 치료용 영상 및 치료계획 통합관리시스템의 개발 및 임상 적용 기술’은 어떤 내용인가요?
장홍석 방사선 치료는 고선량 방사선을 인체에 조사하여 종양세포는 선택적으로 죽이고 주변 정상조직은 방사선으로부터 최대한 보호하는 것으로 종양의 종류, 해부학적 위치 및 환자의 연령 등에 따라 치료법과 치료 장비가 달라집니다. 최근 암 치료의 발전과 더불어 방사선 치료 장비도 급격히 발달하게 되어 최첨단 방사선 치료기기가 개발 도입되고 있습니다. 방사선 치료기 제조사마다 각각 다른 치료계획 시스템과 관리시스템, 운영시스템 등을 독립적으로 사용하여, 환자가 받는 방사선량을 통합해 총체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사람의 장기는 방사선에 대한 민감도가 다 다르고, 허용선량이 각각 다르므로 방사선 치료 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사선 치료 장비가 다르더라도 환자의 선량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이 연구를 통해 각종 영상과 복잡하고 다양한 방사선 치료계획시스템을 통합 및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환자의 부작용을 감소시켜 방사선 치료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보현 연구소에서 개발하고 있는 방사선 치료기기는 어떤 것이 있나요?
장홍석 최근 방사선 치료기기는 암 환자 영상을 실시간으로 얻어 종양 위치를 확인하면서 방사선 치료를 하는 방식으로 진단과 치료를 동시 가능한 융합형 방사선 치료기기를 개발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미 기존의 선형가속기도 이러한 기술로 방사선 치료에 진행되고 있지만, 저희 연구소에서 국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발전시켜 좀 더 소형화하면서 정확하고 효율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첨단 융합형 방사선 치료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상용 장비보다 구동 주파수가 3배 높고 작고 가벼운 X-band 타입(8GHz부터 12GHz에 해당하는 전자기파 주파수 대역)의 선형가속기와 4D영상 시스템을 장착한 ‘O-arm CT 융합 방사선 치료기’를 지속해서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상용 장비보다 구동 현재 방사선 치료기기는 국외의 대형 의료기기 회사들이 독점하고 고가의 로열티를 받고 있는데 이는 의료수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국내 기술력을 통한 첨단 융합 방사선 치료기기가 개발된다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의료기기 시장의 균형적 발전과 더불어 의료기기의 가격도 저렴해지고, 적정수가 책정을 통하여 환자의 부담도 감소하게 됩니다. 더불어 국내 의료기기 제조 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상승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박보현 방사선 치료기기 연구 활동을 하시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장홍석 방사선 치료기기의 원천기술이 국외 기반 기술이고 이를 국내에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분야와 경쟁하면서 국가 연구비를 지원받거나, 연구 기반 인력 확충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더구나 의료장비 분야에 대한 투자는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국가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막상 이렇게 개발된 첨단 의료기기는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임상실험을 하고 식약처 허가를 얻더라도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직 의료계에도 국내 개발 의료기기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되지 않아 장비를 실제 사용하는 의사들은 외국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환자들도 또한 이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 및 국내 대기업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내 의료진의 인식 변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내 기반 기술은 각 분야별로 이미 선진국 못지않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통합하여 한 곳에 집중시킬 수 있는 기획력이 부족했습니다. 본 기관에서 시행하는 연구들이 바로 이러한 점을 보완하여 각 정부출연 연구소 및 중소 의료기기 제조사들의 흩어져 있는 기술을 한 곳에 집중하여 새로운 첨단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박보현 첨단융합방사선의료기술연구소에 대한 소개와 설립 동기와 배경이 궁금합니다.
장홍석 첨단 융복합 방사선 의료기기 개발을 위하여 설립된 연구소로 서울성모병원 별관(구 강남성모병원 방사선종양학과)의 인프라를 활용해 전문 의료진과 의학 물리학자를 필두로 한 연구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내·외 산학연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융합형 방사선 의료기기 개발의 선두 그룹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이러한 기반 시설 및 인프라 구축은 전 세계 방사선종양학과 소속의 연구소로는 매우 드물고 의료기기가 개발되면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거쳐서 바로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우리 연구소의 장점입니다. 또한, 방사선종양학 의사의 주도로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임상에서 환자에게 꼭 필요한 장비를 개발하고 빠른 결과 피드백으로 장비를 개선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이러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선 공학, 이학, 의학 등 여러 분야가 동시에 협조하여 연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여러 기술 요소들이 서로 융합하고 협력하는 연구 분야가 새로이 개척되어야 합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 이러한 연구 성과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고가의 의료 장비를 대체하고 의료수가를 낮추어 환자의 치료비용을 낮출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치료의 질적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박보현 교수님의 연구철학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홍석 암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많은 암 환자들에게 최고의 치료를 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현실적으로 첨단 장비를 이용한 치료일수록 암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큽니다. 첨단 의료기기를 우리가 직접 만들면 암 환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의료기기를 만드는 일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좋은 의료장비를 만들게 되면 글로벌 의료기 제조사들도 향후에는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게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정부출연 연구소 및 중소기업들이 생각보다 많은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강한 연구 의욕과 제품화에 대한 열망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희 과제는 각 기관의 기술들을 융합하여 첨단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데 최적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박보현 교수님께선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공동협력체인 IVRA(International Virus Research Alliance, 국제바이러스연구협력단)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온열치료를 통한 코로나 환자 면역치료의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항암 온열요법의 원리와 치료 효과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장홍석 먼저 온열치료는 암 조직에 42.5~43도의 열을 가해 암세포를 없애는 치료법입니다.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살상 효과 외에 환자의 면역체계에 영향을 주어 자연살해세포가 암세포를 죽이거나 획득면역반응을 증가시켜 이차적으로 암세포를 살상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사선 치료나 항암화학요법과 같이 진행할 경우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여 치료 효과를 높여주는 작용을 합니다. 또한, 온열치료는 자연 친화적인 치료이고 반복적으로 사용하여도 기존의 항암치료와 달리 축적되는 부작용이 없습니다.박보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나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으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홍석 암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로서 실제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장비를 늘 머릿속에 그리며,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하여 어떤 기술과 장비가 융합되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로 연구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엔지니어 출신은 아니지만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IT 패러다임을 바꾸고 우리 생활을 바꾼 것처럼, 저도 엔지니어나 물리학자는 아니지만 의사로서 암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고 가장 효율적인 장비를 개발할 것을 꿈꾸어 왔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임상 연구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관련 연구 전반에 뛰어들어서 폭넓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의 상식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산학연의 융복합을 시도하여 가장 필요하고 효율적인 의료장비를 개발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의학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미래과학을 책임지고 향후 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의료 기술 수준은 이미 일본이나 유럽은 물론이고 평균적인 수준을 보면 미국을 능가하는 면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산업에 비하여 의료기기나 의료 소모품의 개발 및 제조 수준은 미국, 일본, 유럽보다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앞으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 의료기기의 개발과 그 성과는 국가의 경제를 좌우하고 미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걸로 생각합니다. 우리가 의료기기 산업을 지금 당장 수익성이 없고 투자에 대비해서 효과가 낮다고 소홀히 한다면 10년, 20년 후에 우리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박보현 비앤에이치코리아 대표 

 

박보현 비앤에이치코리아 대표  

비앤에이치코리아는 블록체인 메디컬 SNS 플랫폼 ‘메디우스’를 통해 병원평판시스템을 기반으로 환자의 개인 조건과 상태에 적합한 병원과 의사를 추천해주는 메디컬 IT기업이다. 박보현 대표는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자문위원을 맡아 활발히 활동해 왔다. 현재 [월간 CEO&] 의료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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