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Column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 원장 / 한국인 에너지 저자
홍대순 글로벌전략정책연구원 원장 / 한국인 에너지 저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열사가 안장된 곳이 국립현충원이다. 이곳에 무려 4대가 안장된 가문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1905년 을사늑약으로 빼앗긴 자주권 회복을 위해 일어난 홍주성(지금의 충청도 홍성) 전투는 전국적으로 의병이 궐기하는 도화선이 되었는데, 이 홍주의병을 이끌었던 주인공이 바로 ‘이남규 선생(1대)’이다. 목은 이색의 후손인 수당 이남규 선생은 단재 신채호 선생의 스승이자 승정원 우승지 등 당대 최고의 요직을 거친 소위 엘리트 계층이었다. 또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여 일제에 맞서 싸울 것을 분연히 주장했고 그 과정에서 좌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임금 앞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본인의 뜻을 알리는 기개가 참으로 멋있지 않은가? 개인의 안위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이 바람직한가에 초점을 맞추는 자세는 이 시대의 정치인들도 배워야 할 점이다.
홍주의병을 지원한 수당 선생은 ‘불의로 사는 것은 의로움에 죽는 것만 못하다’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군은 홍주의병진의 기세를 꺾기 위해 수당 선생을 체포하고 회유했으나, 그는 끝내 굴복하지 않고 함께 항일운동을 한 맏아들 이충구(2대)와 함께 순국하고 만다. 나라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실천한 이남규 선생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후 3대인 이승복은 종로경찰서를 폭파한 김상옥의 도주를 돕고 국권 회복을 위해 신간회 결성을 주도했다. 4대 이장원은 해병사관후보생으로 6·25전쟁에 참전해 전쟁터에서 순국했다. 충청남도 예산에 위치한 ‘수당기념관’은 수당의 정신을 기리는 곳이다. 4대에 걸쳐 애국 충청을 한 호국 명문 이남규 가문의 일화를 보고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는가? 
지금 대한민국 사회를 보자. 우리 국민은 사회지도층을 얼마나 믿고 따르는가? 어찌 보면 본인의 피땀 어린 노력을 기반으로 엘리트가 된 사회지도층이지만 대한민국 사회로부터 엄청난 직간접적 혜택을 입기도 했다. 그러기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사회적 책임이 있는 것이다. 
수많은 우리 선현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내놓고 나라를 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지도층, 지식인은 그런 준비가 얼마만큼 되어 있을까? ‘말’이 아닌 ‘실천’이 중요하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실천하는 애국이 무엇일까? 각자 자기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외웠던 ‘국기에 대한 맹세’를 기억하는가?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4대가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이남규 선생 가문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 후손들은 그분들에게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까? 첫 번째는 순국선열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주신 우리나라를 ‘그저 그런 대한민국’이 아닌 ‘융성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사회지도층, 지식인들이 국민에게 실망을 주거나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희망을 주고 존경을 받으며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한다. 사회지도층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가 발전의 속도가 달라지고 국운이 뒤바뀐다. 수당 이남규 가문의 정신을 새기며 뜻깊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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