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makers Interview, 김민수 (주)삼익악기 부회장

(주)삼익악기는 흔히 정체산업으로 여겨지는 피아노에서 영역을 확장, 다양한 악기 사업으로 확대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전통 피아노에서 디지털 피아노까지 다양한 악기를 아우르며 세계 최대의 피아노 수출회사로 회자되고 있는 삼익악기의 김민수 부회장에게 악기 제조에 대한 남다른 소신과 비전을 들어보았다. 

악기를 통해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수요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특별히 관심을 두고 계신 악기가 있으신가요?
프랑스 속담에 ‘예술은 누구의 마음에서도 생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예술가의 기질을 타고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특별한 예술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듣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옷을 선택해서 입는 것처럼요. 음악에 대한 수요, 곧 음악에 대한 사랑은 마치 우리가 밥을 먹는 것처럼 인간이 가진 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에 따라 음악의 형태, 또 표현하는 악기는 변화할지라도 모두 음악을 즐기고 사랑하는 인간의 본질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현재도 많은 새로운 악기들이 탄생하고 있고, 음악을 표현하는 악기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전통 악기를 재해석한 스마트하고 디지털화된 제품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는데, 그중에 분명 몇몇 제품은 미래의 새로운 악기로 정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저는 이런 스마트한 제품들 중에 꼭 전문 연주가가 아닐지라도 마치 놀이를 하듯 즐길 수 있는 일반 대중들의 접근성이 용이한 제품들을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주)삼익악기가 음악과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하시는 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대중화라는 말은 곧 소통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삼익문화재단을 통해 부산클래식협의회와 2년 전 MOU를 체결하고 삼익아트홀에서 비대면 클래식 콘서트 ‘이음’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클래식 연주자분들이 설 무대가 없어지다 보니 클래식 음악가들과 대중의 꾸준한 소통을 위해 진행하게 됐습니다. 또 최근 대중음악을 하는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Tone 콘서트를 엠팟홀에서 진행하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진행한 ‘천국의 콘서트’와 같은 음악연극 무대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대중의 소통을 마련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종합악기 전문 브랜드를 경영하면서 갖고 계신 철칙이나 가치관이 있으신가요?
‘지혜로운 사람은 이 세상에 밝은 빛을 뿌린다’라는 탈무드의 명언을 좋아합니다. 저는 그 무엇보다도 저희 삼익악기에 속한 한 분, 한 분의 가치관이 우리 회사의 미래와 흥망을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직원 채용에 있어 직접 개인 면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직원이라기보다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고의 유연성과 시대를 바라보는 통찰력,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포용성 있는 열정과 도전 정신입니다. 단순히 회사의 양적 성장만을 바라보기보다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질적 성장을 원합니다. 이런 개인의 역량이 유쾌하게 업무로도 승화될 수 있도록 회사 내 시스템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고, 최근 그 일환으로 직원 내 소통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기존 직원사무실을 소통형 스마트 오피스로 새롭게 인테리어할 예정입니다. 외부적 업무환경 개선을 비롯해 내부적 업무환경까지도 삼익악기 모든 식구들이 자유롭게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 간의 호칭도 스스로 원하는 애칭으로 불릴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결국 제가 삼익악기를 운영하는 철칙과 가치관은 사람의 가치와 발전,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재경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과 예술 시장에는 NFT의 등장으로 크게 디지털화되는 추세가 일었는데, 음악 시장에도 비슷한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음악 시장에서도 NFT 등장과 유행이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다른 예술작품과 달리 음악은 비주얼로 보여지지 않아 대부분 저작권에서 시작되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에는 자신만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파티를 열고 그 순간을 NFT로 남기거나 음악 역시 POS(Proof-of-Stake, 지분 증명 방식) 알고리즘을 사용해 NFT 마켓 플레이스에서 거래되기도 합니다. 음악을 NFT로 거래할 경우 음원사 플랫폼을 통한 중간 유통이 사라져 저작권자들의 이익이 극대화되고 소유권에 대한 정보가 블록체인에 남기 때문에, 재판매에도 저작권자에게 지속적으로 일정 수수료가 지급되는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일부 유명 가수들의 경우 NFT로 곡이나 앨범을 만들어 경매를 통해 판매하기도 합니다. 즉 경매를 통해 구입한 곡이나 앨범은 NFT 소유권자만이 들을 수 있는 형태가 되고 이를 상업적으로도 활용하는 등 NFT의 일반적인 유통구조와 동일한 형태를 지니게 됩니다. 이 밖에도 아티스트의 MV와 IP를 활용해 NFT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어 향후 음악 시장에서 NFT 역시 높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음악과 악기 시장에 어떤 비전을 갖고 있으신가요?
음악과 악기 모두 즐거울 락(樂)을 쓰고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9명의 여신을 일컫는 무시케(musikē)에서 기원했고요. 잘 살펴보면 음악과 악기는 구성원의 조화와 화합을 통한 즐거움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프로 음악인들만 즐기는 음악과 악기가 아닌 일반인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하고 배울 수 있는 악기 보급과 교육에 관심을 크게 두고 있습니다. 스마트한 학습 기능이 있는 악기의 개발·발굴과 보급,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악기 교육 플랫폼의 개발 및 확산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다양한 스타트업들과도 MOU를 통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음악의 DNA는 결국 조화를 통한 즐거움이고,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화합의 언어이기 때문이죠. “음악은 인류의 공통어이고, 시는 그 위안이며 기쁨이다”라고 말한 H.W. 롱펠로우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부회장님처럼 꾸준한 발전을 이루고 싶어하는 다음 세대의 CEO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보다 뛰어난 차세대 CEO들이 많은 상황에서 외람스럽기도 합니다만 몇 가지 조언을 드린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저는 시장에 대한 디지털화된 관찰과 융복합적 사고를 권하고 싶습니다. 미래 사회의 경영에서는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유지되는 현상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인재경영이 중요하다고 주창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뛰어난 두뇌, 강인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가진 인재 등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저는 유기적인 조직구조에 더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인재들로 구성된 조직들은 고객의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의사결정의 단계를 낮추고 권한과 책임을 분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사일로(Silo)로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라는 말씀도 당부하고 싶습니다. 둘째, 기업인은 늘 스스로는 물론 소속원의 역량을 극대화해야 하며, 그 방법에 있어 호시우보(虎視牛步)와 같은 자세를 유지하지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에 앞서 늘 예리한 눈으로 고객과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고, 뜻을 정했을 때는 머뭇거림 없이 치밀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셋째, 회사를 경영함에 있어 기업인은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함께 상식으로부터 늘 새롭게 출발하는 태도가 나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생각으로 실천하는 리더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연단으로 노력한다면 결과에 대한 크기를 뛰어넘는 진정한 경영의 가치를 찾아내는 성공한 기업인으로 남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사진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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