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Company, 혁신 경영을 위한 법률 정보_4

일반적으로 가족기업이 2세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30%, 3세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기업의 승계는 곧 위험의 승계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승계는 치밀하게 준비해서 오랫동안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이런 기업승계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 이유를 알아본다.

기업승계는 기업의 경영 상태가 지속되도록 소유권 및 경영권을 차세대 경영자에게 물려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기업은 대부분 가족기업이므로 차세대 경영자는 대개 오너 경영자의 자녀가 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그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 결국 기업의 부실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가족의 불행으로도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가족기업이 2세까지 생존하는 비율이 30%, 3세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업의 승계는 곧 위험의 승계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승계는 치밀하게 준비해서 오랫동안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업승계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가오는 은퇴 시기, 적어도 10년 전부터 승계 준비해야
첫째, 오너 경영자가 승계 문제를 주도해야 하지만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우선 부모 입장에서는 기업이 내 자신이고 내가 곧 기업이기 때문에 은퇴는 곧 정체성의 상실로 받아들여진다. 심지어는 업무 또는 회사를 2세 경영자에게 넘겨주고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후계자 입장에서는 승계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부모와 나누기가 부담스럽다. 특히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 경영권과 재산상속 등의 갈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부모와 원활한 소통을 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회사 내의 전문경영인 입장에서도 기업승계가 어떠한 위험을 초래할 것인지 예상하더라도 이러한 문제를 오너 경영자와 상의하는 것은 금기시되고 있다. 누구도 나서지 않으려고 하는 기업승계 문제를 오너 경영자가 먼저 주도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기업승계는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은퇴 예상 시기보다 적어도 10년 전에는 승계를 준비해야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기업승계와 관련된 경영인들 관심사의 대부분은 재무승계, 그중에서도 세무전략이다. ‘어떻게 하면 세금을 적게 내고 알토란 같은 재산을 지키느냐’ 같은 문제를 중심으로 승계를 추진한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기업을 적은 세금을 내고 승계를 하더라도 기업의 부실로 이어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기업의 승계도 중요하지만 그 기업을 잘 키울 경영역량을 승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또 집안의 가족관계 또는 사회관계 등 사회역량 승계 역시 매우 중요하다. 후계 경영자가 기업을 이어받게 되면 부모의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 사업구조와 새로운 경영진, 새로운 기업정신을 도입하는 창조역량도 필요하다. 이러한 2세 경영인을 위한 다양한 역량은 학교나 사회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자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 부모의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정도에서 다 될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셋째, 후계자가 부모의 기업을 경영하는 데 큰 관심이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부모가 기업가라고 해서 자녀가 반드시 기업가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자식의 관심이 부모의 기업을 경영하는 것보다 다른 곳에 많은 경우 사업을 이어받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이러한 경우에 억지로 기업의 경영자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자칫 기업의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다. 후계자 본인의 관심 및 적성과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병행할 수 있는 사업 지배구조의 설계가 매우 중요하지만 이러한 설계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넷째, 후계자에게 기업을 물려준 부모는 자신을 위한 새로운 미래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사업을 물려주고 나서도 시시콜콜 간섭해서 사실상 부모와 자식 간에 갈등을 유발하거나 회사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업을 물려줬으면 부모는 가능한 사업을 멀리하고 본인만의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사업 또는 기업 외에 평소에 본인이 관심이 많았던, 그러나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들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문의 불화, 자식 간의 반목은 결국 부모의 잘못된 처신 때문
돈을 버는 것에 인생을 바쳤다면 여생은 경제적 부를 활용해서 명예를 축적하는 데 바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돈을 버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매우 많지만 돈을 쓰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아주 드물다. 어떻게 써야 잘 썼는지 그 방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기업 가문이지만 그들이 유명해진 것은 돈을 어떻게 벌었냐가 아니고 돈을 어떻게 썼냐 하는 방법 덕분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에는 먹여주고 공부시켜주는 것에 사회적 기여를 많이 했지만,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바라보는 현재는 보다 수준 높은 명예사업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훌륭한 기업 못지않게 화목한 가문의 승계도 중요하다. 가족 간의 불화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큰 기업과 자산을 승계해 주었더라도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게 되면 기업의 승계가 곧 불명예의 승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상속 또는 승계 이후 가족 간의 불화나 법정 다툼을 들여다보면 그 원인이 자식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결국 가문의 불화나 자식 간의 반목은 부모의 잘못된 처신이 만드는 경우가 많다.
기업승계의 성패는 부모 경영자가 어떻게 기업승계를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업을 여기까지 성장시킨 노력의 극히 일부분만 투입해도 성공적인 승계를 이루고 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냥 막연하게 ‘잘 되겠지, 뭐 자식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지’라는 식으로 생각하면 자칫 평생을 일궈온 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결국 기업승계가 어려운 이유는 부모 경영자가 기업승계에 대한 세심한 설계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승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기업승계센터 고문

 

CEO& April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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