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Column

조재형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조재형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2020년 대한당뇨병학회는 국내 당뇨병 환자가 494만 명으로 추산되고, 당뇨병 전 단계에 속하는 인구가 948만 명에 이르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미 당뇨병이거나 당뇨병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인구수가 1442만 명이나 되는 셈이다. 당뇨병 전 단계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당뇨병이 발생하지 않은 수준으로 아직 위험하지 않으며 합병증도 걱정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당뇨병 전 단계는 이미 합병증이 시작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당뇨병을 예방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임을 반드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먼저 당뇨병의 진단 기준에 대해 알아보자.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일 때나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일 때, 또는 식후혈당이 200mg/dL 이상일 때 당뇨병이라고 진단을 하고, 당화혈색소가 5.7~6.4%, 공복혈당이 100~125mg/dL, 식후혈당이 140~199mg/dL인 경우를 당뇨병 전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당뇨병 전 단계는 아직 당뇨병으로 진단될 만큼 혈당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미 인슐린 저항성이 심해진 경우가 대부분으로, 심혈관 질환 발생이 높은 상태이므로 당뇨병 전 단계 시기에도 이미 심혈관 질환 발생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당화혈색소가 6.2%인 경우는 어떨까? 현재 진단 기준으로만 본다면 이는 당뇨병 전 단계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당뇨병의 진단 기준을 당화혈색소 6.5% 이상으로 정했지만, 이 진단 기준을 좀 더 낮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진단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처럼 진단 기준을 6.1%로 낮추게 되면 6.2%인 경우는 바로 당뇨병 환자로 진단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당뇨병은 지속적으로 혈당이 증가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당뇨병이라고 진단하게 되므로 그 전이라 하더라도 당뇨병이 전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전 단계라고 해서 그저 괜찮다고 해서는 안 되며 거의 당뇨병이라고 간주하고 생활습관 개선을 서둘러 실천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공복혈당만 가지고 판단하는 경우다. 대개는 국가 건강검진이나 자가혈당 측정을 통해 공복혈당을 측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혈당이 100mg/dL 이하로 정상이라 하더라도 식후혈당은 이미 당뇨병 전 단계 수준, 즉 식후혈당 장애의 상태일 수도 있으므로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을 함께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즉 당뇨병 전 단계는 공복혈당 장애, 식후혈당 장애로 나뉘는데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미 예상하듯이 공복혈당 장애와 식후혈당 장애가 동시에 있는 경우는 당뇨병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미 주변의 많은 인구가 당뇨병 전 단계로 이행되고 있다.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당뇨병 발생의 고위험군임을 인지해 당뇨병 예방을 위해 노력을 함과 동시에 심뇌혈관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위험인자를 조절하고, 전문가와의 상의하에 정기적으로 혈액검사와 합병증과 관련된 검사를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 

 

CEO& March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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