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Message, 주역(周易)으로 읽는 경영_50

노해정 휴먼네이처 대표
노해정 휴먼네이처 대표

우리는 자주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고,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곤 한다. 물리적으로는 사람의 눈이 앞에 달려있음으로 인해 자신의 뒷면을 볼 수 없으며, 우리의 시각은 오로지 가시광선의 영역에서도 극히 일부의 시각 영역만 인식할 수 있다. 철학적 측면에서 우리는 ‘집착’이라고 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집착의 양상은 각자의 근기와 성정에 의해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인간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공부는 유위적 지식과 무위적 지혜의 두 방면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먹고 사는 문제,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주제나 과학, 사회현상 등은 모두 물리적 지식인 유위에 속하고, 마음의 혜안을 통해 평등한 지혜를 발휘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을 무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무위의 영역은 매우 난해해서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는 종종 편견이나 단견에 치우치게 된다.
주역은 음양의 교환비율을 계산하는 체계라 할 수 있는데, 주역에서 괘를 잡아서 점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요구된다. 첫째는 유력자가 점을 구해야 한다. 유력자라 함은 평등한 지혜의 눈을 가진 자를 뜻하는데, 지혜의 눈으로 보면 옳다 그르다, 유리하다 불리하다 등의 이분법적 단견에 치우치지 않은 채로 허심의 상태에서 더 분명하게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비춰볼 수 있다. 곧 평등한 지혜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지에서는 점사가 불리하다고 해서 흔들리지 않으며, 좋다고 해서 결코 도취되지 않는다. 둘째는 같은 문제로 두 번 점치지 않는다. 점사가 나쁘다고 해서 거듭 점을 치는 태도는 이미 자신의 마음에 집착과 탐욕이 물든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평정심이 발휘될 수 없다.
호사카 유지 교수에 따르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에코주크(慧光塾)’라는 사교에 빠져서 많은 의사결정을 이들에게 의지했다고 한다. 아베는 궤양성 대장염을 지병으로 가지고 있는데, 증상 악화로 입원했을 당시 에코주크 교주의 안수기도를 받았고 우연인지는 몰라도 직후에 증세가 호전됐다. 이 시기부터 아베는 더 크게 교주에게 의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아베는 에코주크의 교주에게 영적인 힘을 사용하여 북한을 멸망시켜줄 것을 요청할 정도로 주술에 의존했으며, 나아가 아베와 친분이 있는 호텔 뉴 오타니를 에코주크에게 소개시켜서 경영컨설팅 계약을 맺게 했다. 에코주크 측은 호텔 뉴 오타니측에서 다양한 세미나를 실시하며 유력인사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황스럽게도 이 호텔은 에코주크가 관여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큰 폭의 적자가 발생하게 되었다. (2편에서 계속) 

 

CEO& March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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