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r's Letter

손홍락 발행인·대표이사 
손홍락 발행인·대표이사 

봄으로 가는 길목은 늘 복병에 시달리기 마련입니다. 
1월보다 2월의 추위가 훨씬 더 매서웠으니, 한 치도 빗나가지 않는 예상에 새삼 경험의 힘을 실감합니다. 더딘 발걸음, 된서리 같은 늑장 추위에도 불구하고 계절의 변화는 숙명처럼 지속됩니다. 아직 녹지 않은 겨울이건만, 사람들은 마치 코앞에 찾아든 양 3월의 싱그러운 향기를 먼저 맡습니다. ‘희망’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닐까요? [월간 CEO&]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우리 곁에 스며들고 있는 희망을 얘기하며 3월의 첫 장을 열어 봅니다. 
3월 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 한복판에서 바라본 풍경은 사뭇 어수선합니다. 공식 선거 일정에 돌입하자마자 출퇴근길 유세차 확성기부터 요란합니다. 시대가 달라졌지만 되풀이되는 네거티브 공세도 여전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약속마저 난무합니다. 레거시 미디어의 광고는 물론, 유튜브와 각종 SNS를 장식하는 여야 후보들의 레토릭은 현란하기 그지없습니다. 마치 우리나라가 완벽한 선진 복지국가로 접어든 착각에 빠져들 법합니다. 구성원들에게 목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미래 비전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 실체가 현실에 발을 딛고 서 있지 못할 때 ‘뜬구름’이라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펩시코의 전 CEO 인드라 누이(Indra Nooyi)의 경영전략은 막연한 구호나 무모한 도전보다 냉철한 현실 인식과 통찰력이 필요한 시대의 훌륭한 선례입니다. 누이가 1994년 펩시코에 입사할 때만 해도 이 회사는 주력 상품인 ‘펩시콜라’를 비롯해 탄산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에 밀려 무려 100여 년 동안이나 ‘만년 2등’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그가 CEO로 재직한 12년 동안 펩시코의 매출은 80% 이상 늘었고 주가도 두 배 이상 오르며 승승장구했습니다. 결국 2005년 펩시코는 시가총액에서 코카콜라를 112년 만에 앞지르며 음료·식품업계 선두주자로 올라섰습니다.
통찰력의 CEO 인드라 누이의 성공 비결은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전략을 수정한 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펩시코에서 탄산음료 이미지를 지우고 종합 음료·식품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선포한 뒤 공격적인 인수로 사업 분야를 재편했습니다. 2001년 인수한 퀘이커 오츠의 주력 상품 ‘게토레이’는 8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규모가 커진 스포츠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의 ‘파워에이드’를 압도했습니다. ‘건강의 적’으로 지탄받으며 선호도가 크게 떨어진 콜라 등 탄산음료 대신 이온음료와 주스를 내세운 전략이 적중한 것입니다.
만약 누이가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면 펩시코는 여전히 ‘2등 콜라’의 실적에 목매는 ‘2류 기업’으로 전락했을지 모릅니다. 바람대로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모든 분야에서 1등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모든 것을 하겠다는 무한 약속보다 이것만큼은 책임지겠다는 한마디가 아쉬운 봄, 그래도 희망을 빕니다.  

 

CEO& March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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