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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기업의 녹색경제활동에 대한 기준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지침서’를 통해 발표했다. 녹색 부문(64개)과 전환 부문(5개)으로 나누어 총 69개의 세부 경제 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ESG, 특히 탄소중립에 관심 있는 기업이라면 이제 자신들의 경제 활동 하나하나가 69개의 녹색경제 활동 가운데 어디에 연관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ESG 시대에 기업은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노력을 경제 활동의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과 거래하는 공급망에 있는 다른 국내외 기업들이 요구하는 사항이자 금융기관 투자자 등이 우리 기업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는 기업의 녹색경제활동에 대한 기준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지침서’를 통해 발표했다. 녹색 부문(64개)과 전환 부문(5개)으로 나누어 모두 69개의 세부 경제 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녹색 부문은 △산업 △발전에너지 △수송 △도시·건물 △농업 △이산화탄소 포집 △연구개발 △기후변화 적응 △물 △자원순환 △메탄가스 활용 △대기오염 방지 및 처리 △해양오염 방지 및 처리 △생물다양성 등 14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산업 분야에는 수소환원 방식의 제철, 불소화합물 대체 및 제거 등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설비를 포함한다. 발전 분야에는 태양광·태양열 등 재생에너지의 생산설비를 구축·운영하는 활동, 수소·암모니아를 제조하고 저장하는 활동이 포함돼 있다. 수송 분야에서는 전기·수소 등을 이용한 무공해 차량과 선박을 도입하거나 관련된 유지관리 시설을 구축·운영하는 활동, 육상·철도 운송에 필요한 전기충전소를 마련하는 활동 등이 제시됐다. 이밖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또는 녹색건축물의 신규 건설 및 리모델링 등이 온실가스 감축에 상당히 기여하는 활동으로 적시되어 있다.
전환 부문은 진정한 녹색경제 활동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 단계에서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기 위해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 활동들로 구성돼 있다. 중소기업 사업장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 액화천연가스(LNG) 및 혼합가스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생산, LNG를 기반으로 한 블루수소 제조, 친환경 선박의 건조, 친환경 선박의 도입 및 개조 등이다. 이러한 경제 활동은 여전히 화석연료를 일부 발생하지만 2030년까지 한시적으로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는 것이다.

투자 성과 평가할 때도 녹색분류체계가 최우선
ESG, 특히 탄소중립에 관심 있는 기업이라면 이제 자신들의 경제 활동 하나하나가 위에 언급된 69개의 녹색경제 활동 가운데 어디에 연관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제시된 기준을 통해 기업은 자신들의 사업 활동이 녹색경제 활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자신들의 사업 가운데 녹색분류체계와 관련된 자산 비중, 매출액 규모 등 관련 정보를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 가지 사업 부문을 영위하는 기업으로서는 특정 사업 부문이 녹색분류체계의 기준을 만족시키고 있다면 해당 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즉 기업은 전체 사업 부문 중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기준을 충족하는 사업 부문, 또는 관련 자산의 규모와 비중을 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나아가 녹색채권 발행, 녹색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다양한 녹색금융 활동의 준거로 활용될 수 있다. 투자자나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녹색금융 대상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해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민간·공공자금이 녹색사업이나 녹색기술 등으로 더 많이 유입됨으로써 기업의 녹색경제 활동을 더욱 촉진하게 된다. 금융권은 이 기준을 활용해 기업의 과잉·허위 정보와 같은 녹색위장행위(그린워싱)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도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은 기업의 녹색분류체계 기준을 충족하는 경제 활동과 관련된 제품이나 서비스로부터 발생된 매출액을 전체 매출액으로 나누어 그 비율을 산정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 포트폴리오의 녹색금융상품 투자 성과를 평가할 때도 투자 대상 기업의 녹색분류체계 비율을 먼저 도출하고,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대상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중치로 곱하여 녹색경제 활동에 해당하는 투자 포트폴리오 비중을 산정할 수 있다. 또 금융기관이 기업에 제공하는 시설자금 대출 및 운영자금 대출에도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할 수 있다. 녹색분류체계 기준을 충족하는 시설에 제공된 금융기관의 여신 규모가 해당 금융기관의 녹색여신 성과가 될 것이다.

EU 집행위원회, 올 상반기 녹색분류체계 최종안 확정
정부는 앞으로 녹색분류체계를 활용한 금융권 시범사업 등을 통해 녹색분류체계가 금융 시장에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채권,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사업 단위 금융상품에 우선 적용하고 시범사업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 등을 반영해 2023년부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전면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활동을 녹색경제 활동으로 연계시킴으로써 탄소중립과 지속가능발전 목표 달성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자신들의 경제 활동이 녹색분류체계에 해당하는 정도에 따라 금융 자금의 활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셈이다.
녹색분류체계 논의는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만드는 데 참고된 유럽연합 역시 EU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초안을 회원국들에 보내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에 최종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EU 외에도 중국과 동남아 국가 등이 국가 차원의 녹색분류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제기구나 단체들도 자체적인 녹색분류체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국제표준협회(ISO)는 EU에 준하는 분류체계를 준비 중인데, 공표된다면 사실상의 규범적 효력을 가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리와 같이 수출 의존도가 높고 자본 시장이 개방된 경우에는 현지 시장의 녹색분류체계의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수출의 확대와 해외 자본의 투자 유치에 있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병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겸임교수

 

CEO& February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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