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edical Interview, 오주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

한국 프로야구는 많은 국민에게 사랑받고 있는 스포츠 중 하나다. 하지만 경기력 향상과 종합적인 선수 관리를 위한 스포츠의학 분야의 뒷받침이 부족한 상황이다. KBO 의무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오주한 교수를 만나 국내 스포츠의학 분야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보현 B&H코리아 대표(이하 박보현) 안녕하세요. 어깨 치료 분야에서 탁월한 진료와 연구 업적을 인정받고 계신 오주한 교수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스포츠의학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활동을 펼쳐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주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이하 오주한) 저는 최근 KBO (한국야구위원회)의 의무위원장을 맡아 관련된 활동들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포츠 관련해서 대한빙상경기연맹 의무위원장 활동도 하고 있고, 대한스키협회 의무위원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또 그와 관련된 저널의 편집위원도 맡고 있습니다.

박보현 교수님께서는 2012년에 LG트윈스의 팀닥터를 자청하셨고, 이후에도 팀닥터 협의회 출범, KBO에서 의무위원회 창립도 주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스포츠의학 지원에 힘쓰시는 이유나 계기가 궁금합니다.
오주한 일단은 제가 스포츠를 좋아해서 하는 거죠. 그리고 우리나라의 높은 스포츠 수준에 맞게 스포츠의학 분야가 뒷받침되고 같이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에 여러 선생님들과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선수 개인의 능력이나 과학적인 훈련도 중요하지만, 의학적으로 손상을 예방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울러 스포츠의학에서는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성폭력 같은 스포츠계의 도덕성 문제, 또는 돈과 관련된 문제도 다루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보현 팀닥터로서 현장에서 부상당한 선수를 진료하신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는 어디에 중점을 맞춰 치료하게 되나요? 또 선수들의 경우 재활치료 시 일반인 재활과 차이가 있나요?
오주한 간단히 말씀드리면 첫 번째로 경기 중에는 응급상황 여부를 판단해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만약 야구에서 헤드샷이 발생한다면 신속하게 확인을 하고 후송해야겠죠. 예전에 고 임수혁 선수의 경우 제대로 응급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10년 동안 병실에 있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희처럼 항상 현장에 나가서 부상 발생 시 당장 경기를 할 수 있는지, 후송을 해야 하는지 등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경기 이후의 복귀에 대한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 일반인과의 큰 차이점입니다. 치료와 더불어 선수와 팀의 입장, FA, 트레이너, 보호자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서 복귀 시점을 결정해야 합니다. 재활에 대한 부분은 프로 선수나 국가대표 선수들은 전문 트레이너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방향만 정해주면 됩니다. 물론 트레이너, 선수와 상의하면서 협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박보현 스포츠 손상은 비단 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닌 듯합니다. 최근 재택근무, 여가시간 증가로 인해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야구나 골프 등 일상 스포츠 활동 중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오주한 사실 운동은 남녀노소 다 하기 때문에 스포츠 손상이 일상생활에서의 손상과 거의 같을 정도입니다. 교통사고는 줄고 스포츠 관련 손상은 많이 늘고 있습니다. 운동이나 일상 활동 중에 통증이 생겼다는 것은 무언가 부하가 비정상적으로 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운동할 때 폼이 바르고 예뻐야 부상이 적습니다.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기본적인 폼이나 무언가 잘못된 점이 있는지 체크해서 제대로 된 자세로 교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형외과를 꺼리는 이유가 괜히 수술해야 하지 않을까 싶고, 별로 안 아픈데 괜찮아지겠지, 하시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원인을 먼저 찾고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꼭 말씀을 드리고 싶은 점은 제대로 단계적으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그 다음에 병원을 찾아서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박보현 그렇다면 스포츠 손상뿐만 아니라 보통 어깨 질환의 경우 어떤 이유로 찾아오시는지, 어깨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오주한 어깨가 아파서 오시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연령대가 나뉩니다. 젊은 분들은 연골 파열이나 습관성 탈구로 인한 경우가 많고, 연세가 드신 분들은 충돌 증후군이나 회전근개 파열의 빈도가 높습니다. 스포츠 손상이든 일반 질환이든 연령별로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어깨가 아픈 환자들의 90%는 어깨가 굳어있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오십견(유착성관절낭염)이 같이 있는 것인데, 연골 파열이나 회전근개 파열, 손목 골절 등 어떠한 원인으로 인해 아프니까 안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굳고, 굳으면 더 아프고, 이런 과정이 악순환처럼 반복되는 것입니다. 어깨는 아프다고 안 쓸수록 더 안 좋아지기 때문에 원인을 찾는 과정이라 하더라도 일단 스트레칭을 통해 굳은 어깨를 풀어 좌우 각도를 똑같이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평소 스마트폰이나 PC를 많이 사용하면 자꾸 웅크린 자세를 취하게 되기 때문에 충돌증후군이 많이 발생합니다. 충돌증후군은 회전근의 기능이 떨어지고 근력이 떨어지면서 어깨뼈가 위로 올라가서 닿는 건데, 자꾸 웅크리다 보면 위에 있는 천장 뼈가 앞으로 숙어지면서 닿게 됩니다. 그래서 직업적으로 어깨를 많이 쓰거나 PC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은 더욱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보현 아까 말씀 중에도 언급되었는데, 환자 입장에서 외과를 가면 수술해야 할 것 같고 후유증 관련해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수술과 비수술의 기준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오주한 사실 사회적인 제도나 법이 의료 행태를 바꾸기도 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습관성 탈구 수술을 받으면 군대에 안 갔습니다. 그런데 습관성 탈구를 생활에서 조절하고 유지할 수 있다면 수술이 원칙은 아닙니다. 반대로 회전근개 파열 같이 수술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나 힘줄의 두께가 반 이상이 끊어지면 저절로 붙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수술을 해야 합니다. 수술 시점이 문제인데 환자의 상황, 통증, 경과, 회전근개 파열 두께 등을 고려해서 정기적으로 체크하면서 미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미룰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연구 결과 2.5cm보다 작을 때, 연세가 많으신 것보다는 조금 더 이른 시기에 하는 것이 결과가 더 좋습니다. 현재 여러 연구를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재생을 위한 치료법 개발이 필요합니다.

박보현 손상된 부위의 재생 촉진을 위해 세포나 혈장을 이용한 치료법도 연구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교수님께서 개발 중이신 치료법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주한 비유하자면 결실이 좋기 위해서는 땅도 비옥해야 하고 씨도 좋아야 하듯이 세포가 재생되려면 세포와 그 세포를 재생하도록 하는 성장인자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 힘줄세포와 비슷한 피부세포에 성장인자가 많은 혈액 속 혈소판, 그리고 콜라겐 같은 이외의 물질을 조합한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술할 때 사용해서 잘 붙도록 하거나 배에 주사할 수 있는 여러 호르몬 치료제도 연구 중입니다. 이러한 비수술적인 치료법, 혹은 수술 후 회복을 돕는 치료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가 수술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연구가 필요합니다.

박보현 마지막으로 KBO 의무위원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하고 계신 일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주한 88 올림픽 이후 2002 월드컵 같은 큰 국제대회가 열리면서 스포츠의학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으나, 프로야구의 경우 아직 체계화가 되려면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이고 스포츠의학을 리드할 분야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구단별 팀닥터 시스템이나 체계적으로 모인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 의무위원회가 할 일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유망주들이 많이 줄었다고 얘기합니다. 중·고등학교 유소년 야구 때부터 관리가 돼서 이 친구들이 프로 선수가 되고 국가대표가 돼야 하는데, 구단과 연계도 부족하고 부상 통계 같은 관련된 통계 자체가 없습니다. 저도 이번에 국제 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질병 통계를 내는데, 스포츠 손상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질병코드 자체가 분리된 것이 없고 의학적으로 접근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가 쌓이고 체계화가 되기 위해 체육회나 학술 단체들이 주체가 되어 활동하면 좋겠습니다. 저희 KBO 의무위원회에서도 이번 선수협의회 총회에 참석해서 홍보도 하면서 활동을 하고 있고, 특히 선수들이 모교에서 활동하고 본인의 경험을 전수해주는 루트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런 부분도 저희가 계획하고 있습니다. 유소년 야구와 프로야구의 중간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면서 이를 연계하고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유소년 선수들이 적절한 관리를 받아 우리나라 야구의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울러 구단, 팀닥터, 선수와의 연계를 맺고 협력해서 선수를 보호하고 선수에게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제1의 인기 스포츠에 걸맞은 시스템이 갖춰지기를 바라고, 아마추어부터 프로와 엘리트 스포츠,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일상 레크리에이션 스포츠의 토대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비앤에이치코리아 박보현 대표

 

비앤에이치코리아 박보현 대표  
비앤에이치코리아는 블록체인 메디컬 SNS 플랫폼 ‘메디우스’를 통해 병원평판시스템을 기반으로 환자의 개인 조건과 상태에 적합한 병원과 의사를 추천해주는 메디컬 IT기업이다. 박보현 대표는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자문위원을 맡아 활발히 활동해 왔다. 현재 [월간 CEO&] 의료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CEO& January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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