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홍락 발행인의 휴먼 인터뷰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반드시 성공한다’는 자기암시로 남들이 비웃던 꿈을 오롯이 현실로 만든 스완커뮤니케이션 양희정 대표가 BTL 마케팅, MICE 분야에 이어 온라인 콘텐츠라는 또 다른 영역에 출사표를 던졌다. 홍대 정문 인근에 위치한 ‘채널 스완 스튜디오’는 신사업의 전초기지로, 앞으로 이곳에서 뷰티, 패션, 골프웨어, 홈데코, 헬스, 이너뷰티, 식품, 소형가전 등 다양한 품목들을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그동안 무수한 고난과 시련을 극복해온 그이기에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충분히 긍정적이다. 채널 스완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나 지금까지의 라이프 스토리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이런 노래가 있다. ‘힘들었던 나의 시절 나의 20대…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속 작은 이야기…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 대로….’
스완커뮤니케이션 양희정 대표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딘가에서 이 노래가 BGM으로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말하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양희정 대표는 ‘말하는 대로’라는 이 노래의 가사처럼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반드시 성공한다’는 자기암시로 남들이 비웃던 꿈을 오롯이 현실로 만든 주인공이다. 그의 미래는 어쩌면 자신이 20대 때 가졌던 꿈보다 훨씬 창대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안정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과제들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언택트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라인 콘텐츠에 집중하자는 전략 아래 라이브 커머스를 기반으로 최근 6개의 새로운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뷰티, 패션, 골프웨어, 홈데코 등 4개 분야를 우선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며, 헬스와 이너뷰티, 식품, 소형가전 등도 준비가 거의 완료된 상태입니다. 현재 협업 중인 파트너사들과 긴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취급 품목의 50% 이상을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소개할 계획입니다. 올해 말 굉장히 바빠질 것 같아요.”

남다른 노력으로 에이전시 대표가 되다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CEO.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입지전적인 인물. 지극히 상투적인 표현들이지만 양 대표는 여기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케이스다. 그의 20대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 때부터 안 해본 일이 없으며 돈을 벌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하루를 이틀처럼 살았다. 지금은 무용담처럼 말할 수 있지만 당시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쯤 IMF로 부모님 사업이 완전히 주저앉는 바람에 졸지에 소녀가장 신세가 됐습니다. 돈은 벌어야겠는데 스무 살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죠. 일단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새벽에 세차장에서 차를 닦고, 낮에는 마트에서 물건을 팔고, 저녁에는 동대문에서 전단지를 뿌렸죠.”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3개씩 하니 벌이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그때부터 ‘나중에 꼭 사업을 해야지, 언젠가는 반드시 사장이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다짐해왔다. 그러던 와중에 아는 언니의 제안으로 나레이터 모델 일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당시는 일본에서 컴패니언 걸, 나레이터 모델이라는 개념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죠. 예쁜 유니폼을 입고 행사장 입구나 전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인사하고 안내만 하면 되는데, 조건이 일반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걸 하면 빠른 시간 안에 돈을 벌 수 있겠다 싶었죠. 하지만 그 시절에는 외모의 조건이 저와 상반됐기 때문에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당시 클라이언트들이 선호하는 조건은 미스코리아 수준의 외모에 키는 170cm 이상, 빨간 립스틱이 잘 어울리는 하얀 피부, 올백머리가 잘 어울리는 고전적인 미모, 다양한 외국어 구사 능력 등이었죠. 그래서 미스코리아 준비생이나 항공기 승무원을 했던 분들이 잠깐 할 수 있는 고급 아르바이트로 인식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키도 170cm가 안 되고 피부도 검은 편이라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죠. 이에 선배들이 쉬는 날 투입되는 대타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길이 막혔을 때는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법. 그는 외모가 뛰어난 모델들은 힘든 일은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품과 행사를 설명하는 등 궂은일을 찾아서 하는 방법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덕분에 관계자들 사이에 ‘성실하게 일 잘하는 친구’로 인식됐고 그때부터 하나둘씩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일이 있어요. 고속버스터미널 상가에 화장품 매장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각 매장마다 도우미가 한 명씩 서서 화장품을 홍보하던 시기가 있었죠. 그때도 대타로 투입됐는데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제품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물건을 집어가는 사람들 말고는 판매가 저조한 상황이었죠. 이에 판매하는 제품으로 제 얼굴 메이크업의 반을 현장에서 지우는 등 적극적으로 세일즈에 나섰습니다. 결과는 대박이었죠. 직접 화장을 지우며 제품을 시연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앞다투어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7000~8000원 하던 제품이 하루에만 100만 원 가까이 판매됐죠. 이틀 후 일을 소개한 에이전시 실장과 본사 담당자가 놀라운 매출을 올린 주인공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올 정도였습니다.”
업계에 입소문이 나자 섭외가 빗발쳤고 이내 1년치 스케줄이 빈틈없이 꽉 찰 정도가 됐다. 꾸준한 성실함과 재치 있는 말솜씨에 같이 일을 해본 담당자들은 다음에도 그를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섭외가 많이 와도 하루는 24시간이고 몸은 하나였다. 몰려오는 섭외 전화를 모두 감당할 수 없었던 양 대표는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동료들을 소개해줬다. 이게 바로 에이전시, 나아가 사업의 시작이었다.
“에이전시를 운영하면 제가 혼자 뛰는 것보다 훨씬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2002년 월드컵 때 엄청나게 많은 행사들이 있었는데, 주요 통신회사들의 행사에서 제가 메인 MC를 보고 150여 명의 인력을 아웃소싱하면서 회사가 급성장했습니다. 그때 저의 나이는 26세였습니다.”
유명세를 타면서 양 대표는 홈쇼핑 패널과 스포츠 아나운서로도 활동한다. 하지만 이 일들은 들이는 시간에 비해 수입이 많지 않아 이런 부분이 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20대 초반의 그는 어떤 사업을 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어느 순간 한 에이전시의 대표가 돼 있었다. 인생은 우연과 필연이 뒤섞여 있다는 것을, 매순간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이 성공과 직결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난과 시련 끝에 찾아온 터닝 포인트
지금은 안정된 기반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지만, 양 대표에게도 여러 고난과 시련이 있었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시기는 2012년 스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하고 에이전시에서 종합 기획사·대행사로 버전업을 시도했을 때다. 좀 더 길게 일을 하기 위해, 보다 큰일을 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사실 저는 기업 중심의 BTL 마케팅 비즈니스보다는 정부·공공기관의 MICE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기획사를 차린 건데, 기존에 저와 일했던 기획사와 대행사들이 스완커뮤니케이션을 경쟁업체로 인식하고 일을 완전히 끊어버렸습니다. 그래서 1년 반 만에 사무실 보증금을 다 까먹고 차와 집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죠. 1년에 30~40억 원 하던 매출이 거의 제로 수준이 돼버렸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정부·공공기관의 국제회의, 컨퍼런스, 세미나를 수주하기 위한 제안서는 계속 제출했는데 번번이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건마저 안 되면 뿔뿔이 흩어지자,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마음으로 식약처 행사에 제안서를 냈는데 이게 기적적으로 수주가 됐습니다. 이 행사를 계기로 바닥을 찍고 다시 올라가게 됐죠. 그분들이 저에게는 인생의 은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반드시 기회는 온다는 깨달음을 얻은 게 정말 컸습니다.”
세월호와 메르스도 적지 않은 시련을 안겼다. 대형 기획사를 누르고 6억 원 규모의 1년짜리 프로젝트를 수주했는데 세월호 사건으로 결국 취소가 된 것. 당시 직원들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몇 달 동안 밤을 새워가며 사력을 다했기에 그 허탈감은 상당했다. 또 사회적인 이슈로 인한 결과이기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이 양 대표와 스완커뮤니케이션 직원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현재 스완커뮤니케이션은 BTL 마케팅의 경우 삼성전자의 1차 벤더로 4년째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MICE 분야는 다양한 공공기관의 국제 행사를 수행하고 있다.

채널 스완 스튜디오 전경
채널 스완 스튜디오 전경

코로나 팬데믹의 대안은 라이브 커머스
2020년 초에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은 세상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꾸고 있다. 특히 전시, 행사, 이벤트, 국제회의, 학술대회 등을 주요 비즈니스로 하는 MICE 분야는 직격탄을 맞고 상당수의 관련 기업들이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그런데 양 대표의 얼굴에는 오히려 생기와 여유가 넘친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여러 고비를 겪으며 내공이 생긴 데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에도 굉장히 힘든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이벤트가 전면 중단되면서 삼성전자 시스템 에어컨과 빌트인 가전 행사도 취소되고 말았죠. 회사를 운영하면 한 달에 8000만 원에서 1억 원 가량이 유지비로 빠져나가는데, 아무 것도 하지 못하다보니 세월호, 메르스 때가 저절로 떠오르더군요. 그러던 중 사업 모델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체질개선을 단행했습니다. 대면으로 진행하는 BTL 마케팅 대신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고, 무엇보다 라이브 커머스 관련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8월에 오픈한 ‘채널 스완 스튜디오’는 라이브 커머스를 위한 전초기지다. 홍대 정문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럭셔리한 가정을 콘셉트로 1층에 거실, 서재, 침실, 피트니스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2층에는 오피스와 베란다, 다이닝, 뷰티 공간 등이 있다. 즉 일반 가정처럼 꾸며진 곳에서 각각의 용도에 맞는 상품을 라이브로 소개함으로써 현실감과 친밀감을 극대화했다.
“유튜브는 작년 말, 라이브 커머스는 올해 초에 시작했습니다. 현재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하고 있으며, 조만간 쿠팡과 그립 외에 자체적인 플랫폼도 론칭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뷰티, 패션, 골프웨어, 홈데코, 헬스, 이너뷰티, 식품, 소형가전 등 10개 정도의 카테고리를 운영하면서 50% 이상을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소개할 계획입니다. 라이브 커머스는 작은 홈쇼핑이 아니라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오프라인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라이브 커머스는 단순히 온라인·모바일 채널에서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유통, 나아가 수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앞으로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이 있을 것이며, 그 결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저도 무척 궁금합니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양 대표는 어느새 20년차 CEO가 됐다. 그 사이 남다른 노하우도 체득했다. 수많은 기획사와 대행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계에서 그만의 전략은 ‘잘 떨어지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영원한 1등은 없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온 그의 라이프 스토리와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BAT코리아의 경우 3년이라는 기간에 150~200억 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였는데, 저희가 곧바로 수주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대신 ‘떨어져도 잘 떨어지자’고 생각했습니다. 행사 구조상 한 곳에 몰아줄 수 없기 때문에 2등으로 잘 떨어지면 다음에 충분히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 믿었죠. 좋은 인상을 남기면 실제로 다른 부서를 소개해주기도 하고요. 일종의 틈새전략인 셈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2개 업체를 뽑는데 저희 빼고는 모두 기존 거래처였거나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업체들이었습니다. 당연히 한 번에 될 턱이 없었죠. 하지만 저희의 강점은 모든 인력이 현장 출신이라 실제로 어떤 것이 거품이고 무엇이 문제인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일을 처리하고 그것이 신뢰로 작용해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양 대표의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창대하다. 하지만 이것이 터무니없거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며 꿋꿋하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3년 안에 상수동 본사 건물을 매입해 전체적인 리모델링을 한 뒤 다양한 법인들을 층별로 배치할 생각입니다. 또 기존의 BTL 마케팅, MICE, 라이브 커머스 외에 내년 하반기부터는 가전 세일즈를 포함한 분양대행 비즈니스를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제가 원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아카데미를 설립, 채널 스완에 최적화된 인재들을 육성할 생각입니다. 오는 11월에 1기가 운영될 예정으로 이분들은 저의 후배이자 파트너, 채널 스완의 색깔을 살리는 셀러가 될 것입니다. 10년 뒤에는 홍대, 청담, 강남 등에 그룹 사옥을 갖추고 스완 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구축해 IPO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양 대표의 좌우명은 ‘Walking and Thinking!’이다. 이리 재고 저리 재느라 나아가지 못하는 것보다 일단 시도해보자는 주의다. 지금의 현대그룹을 일군 고 정주영 회장의 어록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익히 짐작할 수 있는데, 실제로 양 대표의 남다른 뚝심과 추진력은 정주영 회장을 떠올리게 한다. BTL 마케팅과 MICE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라이브 커머스라는 또 다른 영역에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진 ‘원더우먼’ 양희정 대표. 그의 새로운 행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Interview 손홍락 발행인  Editor 임흥열  Photographer 김태경(표지), 박상현(내지)    

 

CEO& Octobe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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