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정 대표가 만난 CEO

제조와 서비스, 공장과 디지털, 전통과 미래…. 통섭과 융합의 시대다. 한 가지로만 시너지를 창출할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윤수근 디타스·흥일기업 대표는 통섭과 융합의 CEO다. 전통 제조기업인 흥일기업과 디지털 서비스 기업인 디타스를 경영하며 서로 간 윈윈 지점을 찾아 미래를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디타스 본사에서 윤수근 대표를 만나보았다.

양희정 스완커뮤니케이션 대표(이하 양희정) 월간 CEO& 독자들에게 디타스와 흥일기업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윤수근 디타스 대표(이하 윤수근) 흥일기업은 1975년 부산 거제동에 설립된 후 국가 물류 기간망이라고 할 수 있는 철도 차량 분야와 국가 방위에 초석이 되는 방위사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업을 해 온 제조 기업입니다. 반면 디타스는 완전히 다른 분야로 디지털 트윈을 전문으로 컨설팅, 3D 디지털 트윈 솔루션 개발과 구축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흥일기업은 창업주이자 저의 아버지이기도 한 윤한생 회장님이 이끌고 있고 저는 소위 말하는 경영 2세입니다. 디타스는 저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제가 창립한 회사이고요. 전통적인 제조업과 디지털 서비스 기업이라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고 있습니다.

양희정 1975년도에 흥일기업이 창립됐으니 어느새 46년이 넘었는데요. 경영자로서 흥일기업 하나만 경영하기에도 벅차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거기에 더해 디타스를 세운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윤수근 흥일기업이 처한 현실과 연관성이 있습니다. 제조업 하기 힘든 시대라는 말도 있듯 제조업의 몰락을 겪으면서 디지털과 서비스 관련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게 되었습니다. 제조라는 기본 위에 디지털과 서비스를 얹는다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디타스는 현실을 바탕으로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을 만듭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방을 가상현실로 구현하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해가 쉬울 텐데요. 싱가포르의 경우 도시 계획을 할 때 디지털 트윈으로 도시 구현을 한 다음 실제로 도시 설계를 합니다. GE가 디지털 트윈을 처음 시도했는데,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라는 판단이 디타스를 설립하게 된 주요 이유입니다.

양희정 디타스가 2018년 5월에 세워졌으니 어느덧 4년여의 시간이 흘렀는데요. 디타스를 설립할 당시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으리라 짐작됩니다만.
윤수근 물론입니다. 제조업과는 전혀 다른 분야라 사업 자체는 흥미롭지만 사람과 기술 기반이 균형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과거의 방식을 고수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이 컸죠. 디타스 창업으로 서울로 상경할 당시 흥일기업의 직원들 사이에 동요도 있었던 게 사실이고요. 하지만 흥일기업이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디타스가 필요하다고 믿었고 지금도 두 회사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트윈이라는 하부 기술을 바탕으로 에너지를 통제하는 서비스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전력질주 하고 있습니다.

양희정 사업을 하다보면 누구에게나 위기가 온다고 합니다만, 대표님께서는 두 개 기업을 경영하고 계시기 때문에 어려움도 두 배일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언제가 가장 어려웠으며 어떻게 극복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요?
윤수근 2008년도 서브 프라임 당시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당시 유럽 출장 중이었는데 10년 정도의 물량을 계약해 사업이 승승장구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그 반대였습니다. 서브 프라임 때문에 금융이 막히니 선수금이나 증권 발행도 안되어 계약 파기로 이어졌죠. 150여억 원 손실을 봐 그걸 갚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또 한 번의 위기는 디타스를 창립하고 나서입니다. 원래 디타스를 세울 때 국내 시장을 목표로 한 게 아니었습니다. 자크르타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 자본금의 70%를 날렸습니다. 회수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더군요. 그때 참 많은 고민과 번뇌를 했습니다. 앞으로 갈 것이냐 뒤로 후퇴할 것이냐 고민을 하다 마음가짐을 아예 바꾸자 결심했습니다. 잃어버린 돈을 회수할 시간에 그 돈 이상을 벌 수 있는 일을 만들자고요. 손실을 메우는데 꼬박     1년 반이 걸렸습니다.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그 가운데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양희정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있어 ‘사람’은 매우 중요한 버팀목일 것입니다. 15년을 한결 같이 함께 하는 동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인재를 바라보는 대표님만의 시선이 궁금합니다.
윤수근 1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저에게 멘토가 되어준 분이고 현재 디타스의 성장과 발전을 함께 하고 있는 분이 계십니다. 앞에 나서기를 꺼리지만 다양한 사회 경험으로 인해 통찰이 매우 깊은 분입니다. 그 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 계기가 되어 저로서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통찰’이라는 부분은 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나 스펙 등을 보고 실력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일을 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 가치를 창출하기 보다는 과거 경력과 업적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통찰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인재상입니다. 과거는 현재까지만 보장할 뿐 미래는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한한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 스스로 노력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사람이면 좋겠다 싶습니다.

양희정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역사에서 배운 교훈들이 비즈니스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요?
윤수근 직접적인 도움이라기보다는 비즈니스의 큰 틀을 바라보는데 나름의 철학이 생겼다고 할까요.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 후 시간이 지나 객관화가 이뤄지면 똑같이 반복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죠. 경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마련이죠. 그러한 일이 똑같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기만의 툴을 가지고 슬기롭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자기성찰을 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CEO가 가져야 할 숙명이 아닐까요?  

Interviewer 양희정 스완커뮤니케이션 대표  Editor 장정현  Photographer 권용구

 

(주)스완커뮤니케이션 양희정 대표

스완커뮤니케이션은 세일즈 프로모션, MICE (Meeting, Incentive trip, Convention, Exhibition), 정부 행사 및 기업 행사 등의 기획은 물론 섭외, 운영, 연출까지 모두 수행할 수 있는 BTL 전문 기업이다. 최근엔 트렌드에 맞는 온라인 콘텐츠 개발 사업도 활발하게 수행 중에 있다. 양희정 대표는 여성IT기업인협회 이사, K-Queen 1기 모델 등 다양한 업계 활동을 해 왔으며, 서울대 및 카이스트 최고 경영자 과정을 거쳐 현재 [월간 CEO&] 전문 칼럼니스트이자 인터뷰어로 활동 중이다.

 

CEO& Jun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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