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와 열정을 바탕으로 6년 만에 6조 원대 기업을 만드는 기적을 만든 그랩의 창업자 안소니 탄. 콜택시 서비스로 시작한 애플리케이션 그랩이 짧은 기간 동안 동남아시아 최대 스타트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그의 성공 스토리를 알아보자.

최근 그랩은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며 콜택시 서비스 외에도 차랑 공유, 식품과 배송, 모바일 결제, 금융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로 뻗어가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지역의 유일한 유니콘(기업가치 10조 이상의 스타트업)은 그랩이며, 안소니 탄 또한 3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말레이시아 50대 부자 중 한 명이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랩의 창업자 안소니 탄은 말레이시아의 부유한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증조할아버지는 택시 기사였고, 할아버지는 일본 자동차를 수입해 말레이시아에 판매하는 ‘탄청모터스’의 창업주였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사업을 승계한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어려움 없이 성장한 탄은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과 공공정책을 전공하고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제학 석사를 취득하며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갈 만반의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었다.
그 무렵, 하버드에서 같이 공부했던 친구가 탄을 만나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고 이 만남은 이후 그의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말레이시아를 첫 방문한 탄의 친구는 말레이시아 택시 서비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택시 잡기는 말할 것도 없으며 목적지까지의 경로 및 요금 역시 중구난방이었다.
지금의 말레이시아를 떠올린다면 상상할 수 없지만, 불과 6년 전 쿠알라룸푸르의 택시 서비스는 악명 높았다.
친구의 불만은 탄에게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되었다. 그동안 이렇게 불편한 서비스에 익숙해진 말레이시아 국민들에게 문제점을 개선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어떨까? 말레이시아 정부는 물론 민간단체, 기업 등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그 혁신을 그가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 파장은 말레이시아를 넘어 동남아시아 전체에 변화의 바람을 가져올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안소니 탄은 이미 하버드 재학 시절 사업경연대회에 ‘마이텍시(MyTeksi)’라는 콜택시 서비스를 제출해 당시 지도교수로부터 아이디어 자체는 우수하지만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그는 마이텍시를 기반으로 모바일을 활용한 콜택시 서비스 ‘그랩택시(Grabtaxi)’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012년 6월, 쿠알라룸푸르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 그랩택시는 바로 난관에 부딪혔다. 하버드 출신의 금수저라는 꼬리표는 그의 사업에 대한 진정성을 흐리게 했고, 콜택시 서비스인 그랩택시에 가입한 택시 기사의 수는 고작 40명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사업을 위태롭게 했던 것은 바로 말레이시아의 낮은 휴대전화 보급률.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콜택시 서비스인데, 말레이시아의 택시 기사들은 저소득층이다 보니 스마트폰을 구비할 여유가 없었고, 당연히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도 낮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이 선택한 방식은 영업의 기본이라는 ‘발로 뛰는 것’이었다. 그는 공항, 호텔, 주유소 등을 직접 돌아다니며 그랩택시의 유용함을 설명하고 기사들을 모집했다. 그랩택시에 운전자로 가입하면 승객과 수입을 모두 늘릴 수 있다는 얘기에 기사들이 하나 둘씩 합류했다. 그리고 그는 이동통신사 임원들을 만나 그랩택시 기사들에게 스마트폰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랩택시는 자리를 잡아 가기 시작했다. 꼬박 2년, 그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기사가 3만명에 육박했고, 누적 이용객도 20만명을 넘어섰다. 스마트폰 시장이 급팽창하며 사업하기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는 행운도 따랐다.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된 그랩은 필리핀과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인근 국가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우버도 집어삼킨 거물로 성장한 그랩, 시장을 평정하다
그리고 6년 뒤, 그랩은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랩의 서비스는 말레이시아를 벗어나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로 사업 범위가 확대됐다. 사업 지역을 확대하며 그랩은 또 다른 차량 공유서비스인 우버와 피할 수 없는 경쟁을 펼쳐야 했고, 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탄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활용했다. 그리고 2018년 우버는 그랩에 백기를 들었다. 우버의 동남아시아 사업부문을 그랩이 인수하며 결국 승자가 되었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그랩은 일상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랩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은 모바일 기기가 1억대가 넘고 하루 600만건 이상 서비스가 제공된다. 그랩에 참여하는 운전자는 700만명에 육박한다. 그랩은 이미 동남아에서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로 부상했다. 그리고 이는 동남아 진출을 모색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로 이어졌다. 그랩의 무궁무지한 잠재력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랩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약 6억 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동남아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에서 나라별로 70~90% 정도의 점유율을 확보한 1위 사업자로 이제 6조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안소니 탄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동남아를 넘어 세계를 향해 나아가며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서있다. 

 


Editor 박지현   Photo 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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