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젊은 물리학자 토마스 쿤은 “낡은 질서(오래된 데이터)에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뉴 패러다임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축적된 지식의 토대에서 서서히 과학의 진보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발상이 새로운 질서를 구축한다는, 이른바 ‘패러다임 이론’의 주창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뉴 패러다임을 열었던 대표적 사례다.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행사 무대에서 스티브 잡스는 청바지 주머니속의 아이폰을 꺼내들었고, 휴대전화 시장은 재편되었다. 피처폰 시장의 40%를 석권하던 절대강자 노키아는 끝내 뉴 패러다임에 합류하지 못하고 몰락했다. 안재홍 대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기 위해 강력한 혁신 동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디벨로퍼 출신의 이 젊은 CEO가 오랫동안 정체기를 겪으며 혁신을 갈망하는 부동산 업계에 어떤 화두를 던질지 궁금하다.  

경력 (주)안강건설 대표이사 / (주)안강개발 대표이사 /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부회장 / 문주장학재단 이사 / (사)한국M&A협회 부회장 / 前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이사 / 제2회 부동산산업의날 국토교통부장관 표창 수상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에 머물지 말고, 잠재된 니즈를 구현시켜 보여줘야 합니다.”
안재홍 대표가 제시하는 혁신의 시작은 철저하게 고객 친화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감탄을 자아내지 않는 결과물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부동산 사업의 기획, 부지 매입, 시공사 선정, 설계 및 시공, 마케팅 등 부동산 개발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디벨로퍼(developer) 2세대 출신이다. 1세대 디벨로퍼들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찾아냈다면, 안재홍 대표를 비롯한 2세대 디벨로퍼들은 섬세한 세공을 통해 명품 부동산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특히 일찍부터 사업을 시작해 43살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만만치 않는 내공을 뿜어내고 있는 안 대표는 2세대 디벨로퍼들 중에서도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선두주자에 꼽힌다.
시행법인, 건설회사, 시설물 관리, 분양대행 법인, 자산개발 법인 등의 계열사를 소유한 안강건설은 안양 디오르나인, 안산 KDT 지식산업센터, 안산시화 마리나 아일랜드, 의정부 고산 2차 한강듀클래스 지식산업센터, 하남미사 롯데캐슬스타, 마곡 안강프라이빗 타워 등을 시행 또는 시공하며, 설립 8년 만에 5,000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2020년 기준 도급 순위 20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안재홍 대표가 이끄는 안강건설은 시행부터 관리까지 건설의 전 부분을 책임지는 계열사를 가진 종합 부동산 건설사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운명처럼 찾아온 시행·시공사
안재홍 대표는 어릴 때부터 막연히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누군가의 밑에서 일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저는 단 한 번도 면접을 안 봤습니다. 어려서부터 옷을 좋아해서 옷 장사부터 시작했습니다. 가장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옷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곧 성급한 판단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손님들과 입씨름하는 장사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그는, 우연히 분양을 하던 친구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급여를 노력의 대가인 수당으로 받는 영업직에 흥미를 느낀 ‘청년 안재홍’이 분양대행사에서 능력을 꽃피우게 된 계기였다. 
“제가 원래 호기심이 많아서 해보고 판단하는 성격입니다. 분양사에 출근하면서 ‘아 이게 내가 원하는 길일 수 있겠구나’라고 어렴풋이 생각했습니다.”
의류사업은 사실 잘 되고 있는 사업이었다. 한 달에 2천만 원 이상 벌어들일 때도 있었다. 그걸 과감히 정리하고, 2003년 분양사 영업에 올인하게 된다.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불안한 삶의 시작이기도 했다. 하지만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처럼 그의 활약은 발군이었고, 팀장을 맡아 조직을 운영하다가 같이 일하던 친구와 의기투합해 독립한 시점이 2004년이었다. 10년을 목표로 조직을 키워 나가며 2006년에는 분양대행사 법인까지 만들었다. 실질적으로 분양을 시작했던 것은 2009년, 2011년에는 첫 시행사업도 맡게 됐다. 당시 분양 경기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지인이 땅을 사서 하는 첫 사업에 모아놓은 자금을 헐어 과감하게 투자했다. 여러 명이 동업하는 형태로 시작한 사업이지만, 2013년 홀로서기를 통해 현재의 안강건설 모태를 만들었다. 
“처음 약속대로 친구와 딱 십 년 만 같이 하고, 서로 각자의 길을 갔습니다. 그때 안강이라는 이름을 지었는데 당시만 해도 건설회사는 아니었고, 시행법인이었죠. 그러다 2015년 우연히 시공사로 영역을 확대하게 됐습니다. 당시 주거래 은행의 건설 시공사가 심사에서 부결이 됐는데, 지점장이 심사위원과 의논 과정에서 ‘시행사인 안강이 시공까지 직접 하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아마도 운명이었나 봅니다.”
당시 안강은 시공경험이 전혀 없어서 우려도 많았지만, 안 대표의 뚝심이 빛을 발했다.
“결국 책임 준공을 했습니다. 분양도 제가 했죠.”
기존 법인은 M&A를 통해 새로운 법인으로 재편하고, 시행과 시공까지 떠맡았다. 당시 공사비는 240억 원이었고, 전체 매출액이 800억 원으로 만만치 않은 규모였다.   
그때 만들어진 법인이 벌써 6년 차에 접어들었고, 안강건설은 2020년 기준으로 도급 순위(종합건설 시공능력평가 순위) 214위에 올랐다. 올해 7월 도급 순위는 150위~160위를 예상하고 있으며, 시공 매출은 2,5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실력을 갖춰야, 기회를 놓치지 않는 법
“어린 시절 저는 뭘 해도 잘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극히 현실적이었습니다. 노력만이 살길이라 생각했죠.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 제가 아는 것만 해 왔습니다. 오죽하면 제 별명이 ‘머피의 법칙’입니다.”
안 대표에게는 요행도 운도 없었다. 계약은 깨지기 일쑤였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생하다 보니, 더 꼼꼼하고, 철저해졌다. 이전의 덤벙대던 모습은 바뀌어 확실하게 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로서는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운보다는 노력을 믿었던 그가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운이라는 것도 믿게 됐다.
“사업이 커지다 보니 운이라는 것도 따라야 하더라고요.”
분양 조직을 이끌고 갈 때 그가 항상 했던 말이 있었다. ‘지금은 어렵지만 기회는 올 거다. 그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실력이 돼야 한다. 조건이 되어 있지 않을 때에는 그것은 남 얘기다.’라는 말이었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 그는 철저하게 준비해왔다.
“제가 처음에 마곡의 땅을 보고, 있는 돈 다 털어서 사업을 했죠. 고향이 부천인데 어렸을 때부터 알던 곳이었기에 올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은행에서 부결됐던 시공사는 사실 크게 문제 되는 회사가 아니었죠. 그 회사는 운이 나빴지만 저에게는 기회가 온 것이었습니다.”
그는 분양대행사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이 있다고 말했다.
“디벨로퍼에 대한 인식이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소규모 시행업자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첫 시행을 할 때 저희가 시행도 하고, 분양도 직접 한다고 하니까 그들이 볼 때는 너무 무모한 사업 추진이라고 말하더군요. 경험도 없고, 네트워크도 없이 어떻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냐며 의구심을 표현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는 해냈다. 밑바닥부터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 그는 진짜 고객들을 만나왔고,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분양 일을 할 때 전략적인 기획 업무를 해 본 경험도 도움이 됐다. 잘 된 분양 외에 미분양 된 것을 수주를 많이 해보니 미분양이 된 이유도 알고, 그걸 어떻게 팔아야 할지도 그는 알고 있었다.
“시행은 종합적으로 다 봐야 합니다. 디벨로퍼가 머리라고 하면 시공은 그중의 일부입니다. 그러니까 저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죠.”
안 대표도 처음에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시공의 시자도 모르는 놈이 무슨 건설회사 대표는 한다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맥을 알고 파고들다 보니 점점 더 자신감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의 내부 조직과 현장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이며, 어떻게 영업을 해야 할지가 착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를 키워나갈 계획도 선명해졌다.
“발주처가 제가 되는 거니까 제가 땅을 사서, 분양은 제가 만든 별도 법인에 요급을 주고, 책임자도 접니다. 제가 판을 짜고, 제가 만든 시공에 용역을 주고. 이 모든 게 제 머리에서 나오고, 제가 직접 기획을 하니까 작은 리스크도 미리 볼 수 있고, 계획대로 하면서 건설을 키워갈 수 있었습니다.”
그는 건물의 관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물을 지으면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정말 다릅니다. 그래서 시설물 관리가 중요합니다. 관리를 하다 보면 건물의 하자, 설계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저는 건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관리까지 하게 됐습니다.”
건설에서는 신용이 중요하다. 안강은 신용등급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책임준공이 가능한 시공사가 됐다. 작년에 4,500억 원 정도 수주를 했다. 그중에 40%는 자체 사업이다. 그중의 2,700억 원 정도는 거꾸로 도급을 받아온다.
“대행사들이 보통 일단 수주만 따놓고 보자는 식인데, 저는 그들이 대행사에게 바라는 것이 뭔지 알기 때문에 PT 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한 시대에 맞게 건설도 바뀌어야  
디지털로 바뀌고 있는 세상에서 부동산 시장은 아직 보수적이라고 지적한 안 대표는 개발, 건설 모두 스마트한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바뀐 산업을 건설에 접목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 그때가 왔습니다.”
안강은 이미 지난 2015년에 엘지 유플러스와 국내 처음으로 홈아이오티(홈loT) 오피스텔 계약을 했다. 홈아이오티가 스마트홈의 최초다. 당시에 영업 분야에서는 스마트홈 시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
“좋은 아이템인데도 불구하고, 이걸 영업할 때 무시하고 팔더라고요. 지금은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는 삼성과 스마트홈 솔루션 제휴를 하고 있습니다. 주거도 그렇지만 건설 또한 그렇습니다. 건설은 사람이 중요하다며, ‘사람이 다’라고 하는데, 지금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실수를 줄여가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건설 현장에도 디지털을 접목시켜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미 선진국의 건설사들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설 기술력 수준은 높지만 영업 형태나 산업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많이 바뀔 겁니다. 건설 현장도 스마트 기술로 변화해야 합니다. 디지털화된 기능을 넣어야 합니다. 지금 대기업에서 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그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또 AI 기술을 활용해 초기 착공부터 준공까지 가상 3D로 내역을 뽑고, 최대한 조기에 문제점들을 찾아내어 공사 금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면의 문제점을 미리 검사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안강이 스마트 분야에서 전문이 되길 바란다.
“인간만이 해야 한다는 착각은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산업은 바뀌어 가는데 거기에 맞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힘으로만 하던 건설 현장이 이제는 바뀌고 있습니다.” 
차근차근 내실을 키워나가 스마트 분야에서 뛰어난 건설회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안 대표는 부동산 금융에도 관심을 보였다.
“건설에서 자금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렴한 금융의 돈을 잘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안 대표는 건설을 키우는 과정에서 엠디엠, 한국자산신탁의 문주현 회장의 도움이 컸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신탁의 기준에 안강이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신뢰하고 맡겨주셨어요. 그래서 안강의 시공 능력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분의 도움이 없었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문주현 회장님은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중요하다’고 항상 말씀하셨고,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아시는 분입니다. 저는 그 부분을 높게 평가하고 싶고, 그분의 경영 철학을 많이 배우고, 따라가고 있는 중입니다.”

기업의 미래는 외형보다 내실이 좌우
제대로 된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사업이 필요했다. 안 대표는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단기간에 돈을 불리는 목적으로 땅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에게 외형은 중요하지 않았다. 매출액이나 외형만 생각해 회사를 키울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내실이었으며,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이 더 중요했다. 특히 그가 집중했던 것은 세무 회계였다. 
“회계 관리를 못하면 위기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면 알아야 할 관련된 법도 너무 많습니다. 산업이 바뀌면서 경영의 성질도 바뀝니다.”
그는 회사에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건설회사에서 모든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도 보고, 연륜과 지식도 함께 갖춘 사람이 해야 한다고 안 대표는 말한다. 그는 회사가 커지면서 사람에 대한 경영이 제일 어려웠다고 한다. 직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고 말하는 안 대표는 안강의 빠른 성장에 맞게 1년 단위로 직원들의 복지를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안강건설은 앞으로 개발 사업 등 건설에 대한 부분은 주거 쪽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저희의 장점을 살려서 상업시설 부분은 최소화하고, 주거 위주의 개발을 하려고 합니다. 또 물류 사업이 커지고 있어 물류 쪽에 건설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과거의 물류는 단순 창고였지만, 지금은 창고 개념이 아닙니다.”
안 대표는 도시재생사업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도시재생은 지금 민간이나 디벨로퍼들이 움직여줘야 된다고 봅니다. 정부 주도로는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안강도 디오르나인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는데, 도시를 바꾸는 이름이라는 뜻이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안 대표는 조금 더 하이엔드(High-end)에 집중하려고 한다. 콘텐츠가 반영되는 디지털 산업에 집중해 시행·시공과 합작이 된 건물을 짓는 것이다. 그는 정부 정책도 맞춰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건설시장에서 스마트 산업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대기업들 사이에서 안강만의 특화된 분야로 승부수를 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종합부동산 토탈서비스 넘버원을 꿈꾸는 안강건설의 CEO인 안재홍 대표는 부인 이미화씨 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조만간 가족 한 명이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그 녀석이 행운을 몰고 올 것 같네요. 최선을 다해서 가족과 회사 모두 멋진 역작을 만들어 보렵니다.”  

Interview 손홍락 발행인  Editor 박기오  Photographer 권용구   

 

CEO& April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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