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본연의 목적은 이윤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하지만 한 나라의 특정 산업을 이끄는 경우라면 수익 창출을 넘어 국가의 성장동력에 이바지하는 중대한 사명을 갖게 된다. 현대상선이 대표적인 예다. 해운산업으로 글로벌 시장을 당당히 누볐던 과거의 영광에 비해 작금의 우리나라 해운은 대내외적인 영향으로 녹록치 않은 현실을 대면하고 있다. 연지동 사옥에서 현대상선 배재훈 사장을 만나 대한민국 해운 재건을 위한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노력과 최근 이슈, 향후 비전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디얼라이언스 정회원 가입과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투입 등을 통해 현대상선의 중장기 수익성 개선을 위한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아 3분기 전통적인 성수기 효과와 시너지가 일어난다면 큰 폭의 실적개선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지난 2015년 2분기부터 18분기 째 연속되는 적자 고리를 끊겠다는 현대상선 배재훈 대표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를 위한 초석으로 작년 7월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 멤버로 정식 가입했다. 올해 4월부터는 디얼라이언스 회원인 독일 하파크로이트, 일본 원(ONE), 대만 양밍 등의 해운사와 항로 공동운항, 화물 선적공간 매각 및 교환 등 본격적인 상호협력에 나서게 된다.
여기에 신조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5척을 인수했으며, 4월 말부터 국내 조선소에 발주한 2만 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12척을 유럽 항로에 투입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해운 재건을 위한 청신호가 현대상선에 의해 그 어느 때보다 밝게 켜진 것이다.


취임 1년 만에 재도약 발판 마련

현대상선에 있어 2019년은 2020년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해라고 하겠다. 디얼라이언스 가입, 신조 초대형원유운반선 인수, 부산항 신항 4부두 운영권 확보 등 수익개선을 위한 인프라를 완성시켰다. 여기에 SWAT실과 물류서비스전략T/F를 신설했으며, 해외에 화물을 싣고 나갔던 배가 빈 채로 돌아오지 않도록 화물을 유치하는 백홀 영업전문가도 영입한 바 있다.
현대상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는 4월 첫 주부터 2만 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매주 1척씩 인도받아 아시아와 유럽 간 항로에 투입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디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본격적인 활동도 개시하게 된다. 배재훈 사장은 일련의 긍정적인 변화가 현대상선 재도약의 절호의 기회이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물론, 올해 1, 2분기도 적자가 예상되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는 가운데 3분기가 수익개선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이에 대해 배 사장은 신중을 기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어조로 답했다.
“3분기 실적개선은 드류리(Drewry) 등 공신력 있는 해운 분석기관에서 전망하는 공급, 수요, 운임예측, 벙커비용 등을 총체적으로 감안한 예측이기도 합니다. 물론, 선복량은 3.2%, 물동량은 3.8%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이것을 맹신하지는 않습니다. 중국에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수송화물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좀 더 용이하겠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 되돌아오는 귀로화물 물량을 얼마나 채울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중국, 유럽, 미국의 영업인력을 충원하는 등 지역별 전문가를 확충한 상태입니다”


디얼라이언스 가입이 불러온 순풍

배재훈 사장의 이러한 예측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초대형선박 투입과 디얼라이언스 합류라는 쌍두마차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4월부터 본격적으로 디얼라이언스 대열에 동참하면 당장의 환경 변화에 따른 적응시기가 필요한데 이를 2분기로 잡고 있으며, 잠시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인 3분기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겠냐는 합리적 전망이다. 특히, 2만 4,000TEU급 선박은 컨테이너박스 당 연료 소모량이 60% 수준으로 효율이 높은 탓에 비용감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대외적인 불안요소는 존재한다. 연초부터 미국과 이란의 전쟁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등 글로벌 교역환경의 불확실성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물동량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겠지만 크게 변동치 않는다는 가정 아래 3분기에 현대상선의 전사적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고 배 사장은 분석했다.
특히, 매출 증대와 비용 절감을 통해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룰 방침이다. 이는 2019년 3월 취임 이후 1년의 시간 동안 반등의 물꼬를 튼 배재훈 사장과 현대상선 임직원이 만들어낸 성과이기도 하다
현대상선의 재도약을 이끌 두 가지 이슈를 꼽는다면 단연 디얼라이언스 가입과 초대형선박 투입이다. 이에 대해 배재훈 사장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했다. 우선 디얼라이언스 정회원이 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기존에 가입해 있던 해운동맹인 2M에서는 항로 결정이나 기항지 선정 등에 있어 현대상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아쉬운 실정이었죠. 하지만 디얼라이언스 정회원이되면 다각적인 협의를 통해 선복을 나눠 가질 만큼 동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습니다. 디얼라이언스는 긴급구조조정펀드를 운영하는 등 회원사들의 긴급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실제 현대상선은 화물의 적재공간인 선복을 공유하는 2M의 정식회원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선복을 매입하거나 교환하는 불완전한 회원이었다. 이에 반해 디얼라이언스는 상호보완적인 협업이 가능하다는 게 해운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상선이 작년에 주문한 2만 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중 12척을 내년 4월부터 유럽 항로에 투입할 예정인데, 상대적으로 유럽 노선이 취약한 디얼라이언스 입장에서는 현대상선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활용해 유럽 노선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현대상선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를 회복할 계기를 마련하는 윈-윈(Win-Win) 전략이 통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따라서 “디얼라이언스 회원으로 본격 활동하게 되는 4월까지 남아있는 현재 시점이 가장 중요한 때”라고 배 사장은 덧붙여 말했다. 2M으로부터 9척의 선박을 반환 받아야 하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디얼라이언스로 옮겨타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현대상선 선박 72척 중 35척이 디얼라이언스 서비스에 투입된다. 전체 운용 선복량은 2M 시절과 비교할 때 20% 증가된 규모이며, 구체적인 선복 배정비율은 거의 가닥이 잡힌 상태라고 배 사장은 전했다.
특히, 초대형선박 12척이 현대상선의 주력항로인 미주 태평양이 아닌 모두 유럽 항로에 투입될 예정인데, 이는 미국 항구에는 2만 4,000TEU급 선박 입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초대형선 투입 효과와 유럽 항로 선대가 기존 11척에서 12척으로 늘어나게 되면 운항속도를 경제속도로 조정해 벙커비용을 더 낮출 수 있게 된다.




초대형선박 투입 호재

한편, 미주항로의 경우 11개 노선에서 16개 노선으로 확대하고, 구주항로의 경우 기존과 동일한 8개 노선에서 디얼라이언스와 협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인도되는 1만 5,000TEU급 선박은 미주항로에 투입되지만 최근 파나마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대형선박 운하 통항에 제동이 걸린다면 지중해 쪽으로 배치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배재훈 사장은 전했다. 이밖에 디얼라이언스에 포함되지 않는 선박들은 단독으로 서비스 중인 중동항로, 인도항로 등에 투입될 전망이다.
두 번째 이슈는 초대형선박 투입이다. 특히, 초대형선박의 거점이 될 부산항 신항과 관련된 전략을 배 사장에게 물었다.
“현대상선의 전체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대략 5~6개 정도의 선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3개에 그치고 있어요. 게다가 현대상선이 운영권을 가진 2-2부두와 2-4부두 사이의 거리상 간극 때문에 양적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근거리를 왕복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고 있습니다. 부산항 신항도 얼라이언스별로 재편될 움직임이 예측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2-5와 2-6부두 중심으로 거점을 구축할 복안이며, 2-2와 2-4부두에 대한 활용법도 지속적으로 구상할 방침입니다”
한편,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 1월 1일부터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발효하며, 선박 연료유에 대한 황의 함유량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낮췄다. 이에 따라 해운기업들은 선박에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탈황장치인 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저유황유로 연료를 바꾸는 선택을 해야 했다. 현대상선은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키 위해 전체 선박 80%에 스크러버를 장착하고 있다.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은 공해상에서 저유황유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저유황유 가격변동에 유연히 대응할 수 있다.
현재 현대상선 보유 선박 중 80% 가량이 스크러버 설치 목표 대상인데, 척당 500만~600만 달러가 들어가는 등 초기에 많은 비용이 투입되었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저유황유를 택한 것보다 유류비 부담이 경감될 수 있지만 재무 여건상 투자비용에 대한 회수를 신속하게 앞당길 필요가 있다.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리더십

이에 대해 배 사장은 “고유황유와 저유황유 가격이 벌어질수록 현대상선에게는 스크러버 제작비용을 빨리 회수할 유리한 상황입니다. 또한, 중국과 유럽에 입항하는 현대상선의 초대형선박에는 개방형과 폐쇄형이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형 스크러버를 탑재한 탓에 충분히 유연한 대응이 가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국제적인 환경 규제에 현명한 선택으로 발 빠르게 대응한 덕분에 일궈낸 돋보이는 성과라 하겠다.
배재훈 사장은 LG전자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으며, 2010년에는 범한판토스(現 판토스) 사장을 6년 간 역임한 후 지난해 3월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비록 해운 전문가는 아니지만 LG전자 시절 북미를 비롯해 해외법인장 등으로 근무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접했고, 물류기업인 판토스에서 대표이사를 지내며 경영 일선을 두루 경험했다.
물론 취임 초기만 하더라도 해운전문가가 아니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대외적으로는 디얼라이언스 가입, 내부적으로는 조직의 적극적인 체질 개선을 단행하며 현대상선의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히, 디얼라이언스 가입은 배 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선복 교환 조건부터 시작해 항로 기획 등 종합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해 디얼라이언스 가입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정작 배재훈 사장은 CEO로서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리더십을 지향한다.
“가장 위대한 CEO는 자신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고 구성원에게 동기부여와 성장여건을 제시할 수 있는 조용하지만 견고한 리더십의 소유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배 사장은 이렇듯 조용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도 취임 이후 줄곧 수익성 제고에 포커스를 맞췄다. 임직원에게 “단순히 선복량을 채우는 데 급급하지 말고 덜 채워도 괜찮으니 수익창출에 중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며, 채산성 없는 화물을 정리하는 등 항해 노선 합리화를 강력하게 주문했다. 미중 간의 무역분쟁, 중동과 홍콩의 정세불안, 브렉시트 등 글로벌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명확한 자구 및 자생노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특히 취임 직후 배재훈 사장이 제시한 비용개선 캠페인 TDR(Tear Down and Redesign)은 눈에 보이는 확연한 효과를 가져왔다. 현대상선은 2019년 3·4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 4,477억 원, 영업손실 466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물론, 아직까지 적자인 상황이지만 2018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적자폭이 무려 765억 원이나 감소했다는 점은 배 사장 취임 후 현대상선이  일궈낸 일차적 성과로 보기에 충분할 것이다.


임직원과 함께 하는 책임경영
배재훈 사장이 언론에 회자될 때 따라붙는 수식어 중 하나가 책임경영이다. 작년 말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으로 책임경영 표명에 나선 것인데, 1월 현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배 사장은 작년 3월 취임 후 약 2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특히, 지난 해 4분기에만 3차례에 걸쳐 1,470만 원의 자사주를 사들이는 등 꾸준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배 사장의 자사주 매입은 향후 현대상선의 실적개선을 낙관하는 자신감에 기인한 것이다.
“최적화된 네트워크 구축과 경쟁력을 제고시킨 서비스로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을 실현하도록 현대상선 임직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배 사장은 임직원 모두가 함께 하는 책임경영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리고 “사장부터 말단직원까지 책임경영의 마인드가 현대상선에 뿌리 내릴 때 유수의 글로벌 해운기업과의 경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임직원에게 무조건적인 책무만 짊어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 배 사장은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우선적인 내부 과제로 임직원의 행복을 먼저 꼽았다.
“임직원 행복이 기본적으로 바탕이 돼야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이상을 제공할 수 있어요. 고객만족에 그치지 않고 고객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은 전적으로 현대상선 임직원에게 달려 있는 것이죠”
배 사장은 현대상선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현시키기 위해 일하는 문화를 바꾸는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임직원의 역량 향상이 기업 경쟁력 향상과 직결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일하는 사고는 물론 방식의 혁신을 이끄는 애자일(Agile) 문화 확산으로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일궈낼 것이라고 배 사장은 전했다.
한편, 배재훈 사장이 주도적으로 구성해 작년 8월에 출범한 SWAT (Strategic Work Activity T/F)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사안이다. 배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작년 SWAT실과 물류서비스전략T/F를 새롭게 설치했고, 해외지역 백홀 영업전문가도 영입했다. 조직정비와 수익구조 개선을 통한 새로운 도약에 나설 준비를 완료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 사장이 현대상선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내세운 SWAT실은 신생조직이지만 취임 이전부터 경영정상화 일환으로 신설을 염두에 두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기민한 대응능력이 관건인 애자일 경영을 중요시 하는 배 사장인 만큼 현대상선을 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기업으로 체질 개선하기 위한 방침으로 보인다. 현재까지의 SWAT실 핵심 업무는 재무성과 창출이었다. 현대상선이 적자를 이어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손익개선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적자규모를 줄이는 것이 SWAT실의 최우선 역할이었던 것이다. 실제 현대상선은 지난해 2분기부터 SWAT실 주도로 TDR 캠페인을 펼치는 중이다. 비용절감과 수익증대를 결합해 1TEU당 50달러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내는 것이 목표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올해는 SWAT실이 본격적인 활동과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배 사장은 전망했다. 이전까지는 비용절감을 위한 활동에 주력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으로 추가매출 확대 등 새로운 역할이 SWAT실에 부가될 것으로 예고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모하는 외부환경에 기민히 적응하며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의 혁신도 추가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배재훈 사장은 설명했다. 

 


대한민국 해운 재건의 꿈 
최근 들어 인공지능,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 최신 IT기술과의 접목은 최근 해운업의 뜨거운 이슈다. 이에 대해 배 사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야 말로 해운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현대상선이나 여러 경쟁 기업도 디지털화에 있어서는 동일한 출발선에 서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현대상선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 7월 오픈을 목표로 하는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운영시스템(가칭 NEW GAUS)을 구축 중입니다. 하반기까지 시스템 90% 이상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현대상선은 선진국의 블록체인 플랫폼에 합류해 언제든 서비스를 제공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비록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아니지만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자세로 미래를 판독한다면 글로벌 해운사들을 앞지를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실제 현대상선은 IT기술 접목과 스마트 쉽(Smart Ship) 개발 등 다각적 차원에서 폭넓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 중이며, 이를 위해 IT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지난 2월 4일 오후 해양수산부 문성혁 장관이 현대상선을 찾아 실적개선을 위한 주요 영업전략, 경영정상화 추진상황 등을 청취하고 “해운 재건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가시적 성과로 도출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격려했다. 대한민국 해운 재건을 위한 정부 당국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이에 발맞춰 현대상선은 해운 재건이라는 비전 아래 지나간 이미지를 걷어 내고 내부혁신과 대외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명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전체적인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고 안팎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으로 알려져 있다.
배 사장은 사명 변경에 대해 “대한민국 해운 재건이라는 기치를 걸고 과거에 얽매인 이름을 과감히 버리고 이미지 쇄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 한다”고 담담히 밝혔다.
한편, 24시간으로도 부족한 경영현장 속에서 배재훈 사장은 가족의 사랑을 새삼 느낀다. 한결같이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가족이야말로 배 사장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원동력인 까닭이다. 부인 김미영 여사를 맞선 본지 2개월 만에 평생의 반려자로 맞이했는데, 배 사장은 ‘운명적’이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스물여덟 살에 결혼한 배 사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격무에 지쳐 자칫 소홀할 수 있는 건강관리에 대해서는 “CEO의 건강이 곧 회사의 건강함을 결정짓는 바로미터 아닐까요? 충실한 자기관리야말로 CEO가 갖춰야 할 또 다른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적절한 식단 조절과 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기도 한 배재훈 사장의 책임경영은 회사뿐 아니라 가정과 일상생활에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선장이 선단을 이끌고 긴 항해에 나섰다. 항로는 명확하고 선원들의 사기도 올라 있으며, 맑은 날씨와 순풍이 예상된다. 물론, 거친 폭풍과 높은 파도가 항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역사를 위한 여정은 이미 시작됐으니 쾌속항진 할 뿐이다. 현대상선이라는 선단의 수장(首長) 배재훈의 진정한 항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2020년 3월호]


Interview 손홍락 발행인   Editor 문효근   Photographer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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