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외 경제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CEO 10명 중 9명은 올해 국내 경제 상황이 2020년과 비교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영계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월간 CEO&]은 경제계의 원로인 이희범 경북문화재단 대표(전 산자부 장관)로부터 새해에 기업경영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을 부탁했다.

학력 2018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명예경영학박사 / 2007 호서대학교 명예행정학박사 / 2003 경희대학교 경영학박사 / 1971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주요경력 2020 서울대학교총동창회장 / 2020 경북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 / 2019 한국정신문화재단 이사장 / 2016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 2014 LG상사 고문 / 2010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2006 한국무역협회장 / 2003 산업자원부 장관 / 2002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이희범 경북문화재단 대표는 누구나 인정하는 경제전문가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산자부 장관으로 활동한 이후 경총 회장, 무역협회장, STX중공업 회장 등 관료와 기업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춘 보기 드문 경력을 갖고 있다.

새해에도 여전히 코로나19 때문에 국내 경기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 밤낮으로 땀 흘리는 CEO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기업 현장에서는 지금이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생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4차산업이나 IT 분야, 그리고 코로나 백신 관련해서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업종에서는 물론 새로운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반 제조업은 생존에 방점을 두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어쨌든 상반기에 백신이 보급된다고 하니 하반기에는 경기가 지금보다는 좋아질 것 같습니다.

지난해 7월 경북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하셨습니다. 경북문화재단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23개 시·군으로 구성된 경북은 전국 사찰의 18%, 서원의 32%,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36%, 전국 종가·종택의 35%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보고입니다.
경북은 가야문화와 찬란한 신라문화, 그리고 한국의 유교문화를 전승하면서 화랑정신, 선비정신, 호국정신, 새마을 정신 등 4대 정신문화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화유산을 보존·발전시키면서 문화가 관광자원이 되고 산업과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재단의 사명입니다. 구미공단과 포항제철 등 우리나라 산업화의 메카 역할을 했던 경북은 이제 문화강국, 즉 K-Culture를 선도하는 견인차가 되고자 합니다. 17개 광역시도가 모두 문화재단을 가지고 있는데 경북문화재단은 막내로 출범했습니다.

경북이 고향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향에서 일을 하는 감회가 남다를 것으로 짐작됩니다.
예, 경북 안동이 고향입니다. 마침 경북도청이 안동에 소재하고 있기 때문에 고향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고향을 위해 봉사해 달라는 요청은 수없이 많았으나 괜히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슨 다른 저의가 있지 않느냐?”라는 오해를 살까 봐 선산에 가더라도 주변과의 접촉은 삼갔습니다. 
비교하기가 좀 부끄럽지만 퇴계 이황 선생도 69세에 모든 관직을 버리고 낙향하여 후진양성을 위해 생애를 바쳤습니다. 저도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끝으로 고향에 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지요.

이희범 회장님은 지난해 6월, 제28대 서울대총동창회장에 취임하신 이후 서울대총동창회의 변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대총동창회장직도 여러 차례 고사를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취임하면서 ‘평생 학습하는 동창회’, ‘취미를 살리는 동창회’, ‘회원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동창회’,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는 동창회’를 만들겠다는 4가지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공부하는 동창회’를 위해 각계의 저명인사들을 모시고 월 2회 조찬포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를 주제로 했다면, 11월에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2021년 소비자 트렌드’를 주제로 혜안을 들려줬습니다. 최근에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참석자의 수를 제한하고, 유튜브 중계를 통해 온라인 방식을 병행하여 실시하고 있습니다. ‘취미를 살리는 동창회’를 위해 골프모임, 등산모임, 바둑모임, 국토기행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요. 또한, 회원들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병원, 호텔, 식당, 리조트 등과 MOU를 체결하여 동창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국내의 대학동창회로서는 이례적으로 ‘사회공헌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업이 아닌 대학 동창회가 사회공헌활동을 천명한 것은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공헌위원회의 활동 방향과 계획,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서 말씀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서울대는 국립으로서 학교에 다닐 때에도 많은 지원을 받았지요. 43만 서울대 졸업생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이러한 직분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전체, 더 나아가 인류사회에 대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합니다.
풍산 그룹의 류진 회장과 변주선 대림성모병원 행정원장을 공동대표로 하여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사회공헌위원회는 이러한 큰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연차적으로 10억 원 정도의 기금을 확보하여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을 보살피는 활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원 대상은 형편이 어려운 서울대 동문부터 생활고에 시달리는 6·25 참전용사 또는 그 후손, 개발도상국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모교 위상에 걸맞게 폭넓은 규모를 갖추면서도 다수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선정할 계획입니다.
사업의 빠른 시행을 위해 서울대어린이병원 난치센터와 같은 기존 봉사단체에 대한 지원부터 시작하고자 합니다. 불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은 금전적 지원보단 멘토링 프로그램 같은 학습 지원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그밖에 ‘사회공헌의 날’과 ‘사회공헌상’을 제정해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인물을 뽑아 시상함으로써 다 함께 봉사에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포스코, 삼성생명, 코이카 등 다른 사회공헌위원회와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은 산업자원부장관, 서울산업대 총장, 한국무역협회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에다가 STX중공업 회장,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그리고 2018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등 수많은 자리를 거치셨는데 그 비결이 무엇입니까?
특별한 비결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장관직도 그렇고 무역협회나 경영자총협회 회장, 그리고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이 될 때에도 제가 무슨 자리에 가고 싶다고 요청해서 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장관직 제의를 받았을 때에도 대학 총장을 맡은 지 1년도 안 되어 고사했는데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평창조직위원장으로 갈 때에도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당시 조양호 회장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자 ‘스포츠 문외한’이라고 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발표됐습니다.
저는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할 때 “여러분은 성공할 수 있는 필요조건을 갖추었으나 충분조건까지 갖추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머리가 좋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충분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성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졸업 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5분 일찍 출근하고 5분 늦게 퇴근해라. 10년만 그렇게 해보라”고 제의했습니다. 무엇이든 일을 맡으면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했고, 매사에 성실했다고 할까요?

2018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하신 것이 2016년 5월이었던가요? 개막식을 1년 10개월 앞두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재정적자 문제 등 어려움이 많았으나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았을 때, 북한은 핵개발을 완료하고 수차례의 미사일을 발사, 우리는 물론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올림픽 불참 움직임을 보였고, 일부에서는 ‘올림픽 회의론’도 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92개국에서 6,500여 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해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남북 선수단이 함께 입장하고,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동계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팀을 구성해 한반도 평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지요.
재정면에서도 당초 3,0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됐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수백억 원의 흑자올림픽을 기록했습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겨울 축제였다”라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희범 회장님은 이 외에도 많은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 2월 한국정신문화재단 3대 이사장으로 취임하여 제6회 및 제7회 인문가치포럼을 개최하였습니다.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을 통해 이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떤 것인지 자세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조선조 이후 유교와 성리학을 바탕으로 가치기준을 설정했습니다. 우리는 6.25 이후 폐허가 된 땅에서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못살던 나라에서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발전하였지요. 1963년 1인당 100불이던 국민소득은 2018년에는 3만 불을 훌쩍 넘었습니다. 이제는 전국 어디를 가도 집집마다 자동차가 있고, “보릿고개나 소나무 껍질로 끼니를 때운다”는 이야기는 동화책에서조차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고소·고발이 일본의 40배에 이른다는 우리 사회의 최근 현실은 물질에 비해 정신문화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더구나 다문화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가치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인문가치포럼’은 물질보다는 정신, 돈보다는 사람, 대립보다는 통합, 리(利)보다는 의(義)를 중요시 여기며, ‘공감과 배려’, ‘나눔과 울림’, ‘함께하는 행복세상’을 이루기 위해 포럼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Editor 박응식  Photographer 권용구   

 

CEO& Februar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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