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 본능이다. 달려야 살고 달리기 때문에 인간인 것이다. 본지에서는 대한민국 No.1 암 전문 미디어 <캔서앤서(CANCER ANSWER)>의 연중기획 칼럼 ‘면역력 해결사, 달리기’를 ‘달리기에 대한
다양한 고찰’이라는 제목 아래 각색, 편집해 연재하고자 한다.

 


인간은 잘 달리는 쪽으로 진화돼 왔다. 기본적인 틀은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다. 오래달리기에 적합한 털 없는 피부, 탄탄하고 긴 다리, 질긴 아킬레스건, 힘 있는 뒷목근육 등 인간이 갖고 있는 특별한 성향들을 남과 여 모두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달리기 위해 진화해 왔다는 말이다.

달리는 여성이 늘어나는 이유
남자든 여자든 인간은 보다 더 잘 달리도록 진화해 왔다. 그래서 최근 달리는 여성이 늘어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뛰어보면 잘 맞는다는 것을 스스로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 인간의 특성이 그다지 많이 발현되지 않았던 야생 시절은 다소 위험했을 것이다. 맹수와 대치하고, 먹을 것을 찾아 방황하며, 자연의 날씨에 완벽히 노출돼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인해야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강인함의 가장 기본은 오랫동안 잘 뛸 수 있는 능력이 아니었을까.
다만,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특수성으로 인해 남자와 여자의 역할은 조금씩 구분되었고, 역할의 구분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간극은 점점 커져 오늘날에 이르러 남과 여는 많이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자는 만들어진다’라는 개념을 통해 제2의 성을 이야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문명의 입김을 제거하면 남자나 여자나 동일하게 태어난다는 뜻이 된다. 최근 드러난 기록적 증거들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 최고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고작해야 7~10%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덩치와 근력, 문화적 배경 등을 생각하면 제대로 훈련할 경우 사실상 남녀 차이가 거의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남자든 여자든 잘 달릴 수 있도록 진화돼 왔다. 그리고 최근 ‘건강한 여성이 아름답다’는 이슈가 강하게 떠오르면서 달리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무언가 낯설고 힘든 일을 유행시킨다는 것은 요즘 같은 시대에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뛰어보니 재미있더라’, ‘되더라’, ‘뛰는 실력이 쉽게 성장하더라’ 등의 느낌이 없다면 이렇게 쉽게 퍼져나가기 어려운 것이다.
여성 달리기의 개척자라고 불리는 뉴질랜드의 체육교육학 안네마리 주텔 박사는
<즐거운 달리기>라는 저서를 썼다(원제는 <여성의 달리기 가이드북>이다). 안네마리 주텔 박사의 <즐거운 달리기>는 여성이 오래 달리기를 하는 여러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여성이 달려야 하고, 잘 달릴 수 있으며, 가능한 제대로 그리고 안전하게 뛰는 방법을 알고 실천하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면을 제시하고 있다.
이 내용을 요약해 해당 출판사가 표지에 표시한 ‘달리기가 여성에게 좋은 7가지 이유’는 매우 유용해 이번 칼럼의 주제인 ‘달리기와 진화’라는 관점에서도 상당 부분 참고할 만하다. 필자의 달리기 경험과 공인된 지식들, 그리고 <즐거운 달리기>가 전하는 가르침을 정리해 봤다.  

1. 스트레스를 해소해 마음을 안정시킨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다보면 머리와 마음이 텅 비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주선(走禪)’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달리기는 일종의 명상이다. 뛰면서 선을 행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당연히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이 안정된다. 물리적으로도 호르몬 분비를 통해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2. 지방을 태워 날씬한 몸매를 만들어 준다
헬스클럽 트레이너들에게 많이 배우는 내용이 ‘최소 20분은 뛰라’는 것이다. 20분이 넘어야 지방이 제대로 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 뒤에 뛰기를 권하기도 한다. 몸의 지방을 건강하게 효율적으로 태우는 최고의 방법은 다름 아닌 달리기다. 몸이 야생적으로 탄력 있게 만들어 진다.

3. 골다공증과 유방암의 발생률을 낮춘다
달리기의 충격, 출렁거림, 진동은 뼈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태극권 같은 깊은 호흡도 그런 기능을 한다. 달리기는 심폐기능을 조절하고 몸속의 순환기능을 업그레이드 시킨다. 호르몬의 건강한 순환에도 기여해 과잉된 여성호르몬을 조절할 수 있고, 지방의 과잉이 유발할 수 있는 각종 질병을 예방한다.

4. 노폐물 배출이 원활해져 피부가 고와진다
달리면 기분 좋은 땀이 난다. 피부를 통해 노폐물이 땀과 함께 배출되기도 하고, 몸 안에 쌓여있는 노폐물들을 태우기도 한다. 과잉 노출로 인한 자외선만 잘 관리한다면 건강한 피부에 큰 도움이 된다.

5.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특별히 운동을 배울 기회도 많지 않고, 의상과 화장 등의 외형적 문제 탓에 선뜻 운동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달리기는 가장 간단한 운동이다. 걷기? 걷기도 물론 좋지만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하고 운동효과도 적다. 언제든 운동화만 심으면 짧든 길든 달리기를 할 수 있다.

6. 특별한 도구나 큰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
5번과 이어지는 사안인데, 가벼운 옷차림에 모자 하나 눌러쓰고 밖으로 나가 뛰면 된다. 운동화가 비싸다고? 최근 들어 비싸고 쿠션 좋은 운동화보다 그저 간단하게 발만 감싸주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니까 그저 편하게 나가 뛰면 된다.

7.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으로 변화시켜 준다
이건 남자도 마찬가지다. 많은 여성이 야외에서 사람들과 뒤섞여 달리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그런데 막상 달려보면 자연과의 일체감은 물론이고, 사람과 소통도 느낄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느끼는 해방감, 자신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신감의 상승 등 긍정적인 심리효과가 상당하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을 갖게 해준다는 것이다.

 

Editor 문효근   Cooperation 캔서앤서 최윤호 편집장(www.canceranswer.co.kr)

 

September 2020

저작권자 © 월간 CEO&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