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자산운용 업계에 슈퍼 루키가 등장했다. 지난해 2월 이건규, 정규봉 공동대표가 과거 트러스톤멀티자산운용을 인수해 설립한 르네상스자산운용에 1,500억 원 이상의 뭉칫돈이 빠르게 몰리고 있는 것이다. 1년 6개월 된 신생 자산운용사에 거액 자산가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지 송주온 편집자문위원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르네상스자산운용을 찾았다
‘미래지향적인 비전가 스타일’의 정규봉 대표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스타일’인 이건규 대표. 15년 지기 두 사람의 궁합은 탁월했다. 비상장과 상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서로의 성격이 보완돼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모펀드 수익률로 증명되고 있다. 인수 이후 1년 반이 된 현재 코스닥벤처펀드의 수익률은 41.58%를 기록 중이며, 상장주식 60%, 비상장주식 40%로 운용하고 있는 가치1호의 수익률은 26.4%다. 고객뿐 아니라 자산운용업계에서도 르네상스자산운용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CEO& 편집자문위원 송주온(이하 송주온) 인수 1년 6개월 만에 1500억 원의 투자금이 몰렸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르네상스자산운용 이건규·정규봉 공동대표(이하 이건규·정규봉) 가장 큰 부분은 저희들의 맨파워에 대한 신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정규봉 대표는 신영증권에서 16년을 근무하며 여러 차례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힐 만큼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고, 이건규 대표는 VIP자산운용 CIO 출신의 펀드매니저로 연기금 운용능력으로 실력이 입증된 터라, 신생 회사라고 하지만 저희들의 경력은 탄탄하거든요. 특히나 저희는 국내에서는 독보적으로 비상장기업에 대한 준비된 경험과 안목을 갖고 있는 실력파 CEO입니다.
송주온 비상장기업은 옥석가리기가 힘든 만큼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영역인 것 같습니다.
정규봉 맞습니다. 상장기업 분석도 쉽지 않은데 비상장기업은 오랜 경험과 대표이사와의 신뢰 관계가 없다면 접근하기가 힘든 시장이죠.
하지만 저는 지난 10년 이상 스몰캡 애널리스트를 하며 몇 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습니다. 제가 저녁을 함께 한 비상장기업 CEO들만 해도 800명이 넘더라고요(웃음). 횟수로는 셀 수 없을 정도에요. 이러한 시간과 신뢰가 쌓여 우리 회사의 ‘딜 소싱’ 능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비상장 주식은 부동산과 같아요. 그런데 매물이 있는 부동산(상장)은 돈만 있으면 살 수 있지만, 매물로 내놓지 않은 부동산(비상장)을 사기 위해선 남다른 노력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 점이 우리 회사의 경쟁력이죠. ‘딜 소싱’은 최소 1년에서 6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제가 회사를 차리겠다고 했을 때 저희를 믿고 ‘단독 딜’을 주신 분들도 많습니다. 오랫동안의 신뢰와 믿음이 없었다면 힘들지 않았을까요?
송주온 두 분이서 함께 회사를 차리시면서 정한 원칙과 방향성은 무엇입니까.
이건규·정규봉 준비된 회사, 반듯한 회사, 기본에 충실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원칙과 방향성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고정금리형 상품이 많이 팔리고 있는데 사고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저희 쪽에도 제안이 들어왔지만 검토를 거친 후 하지 않기로 했어요. 물론 사업적인 이익은 얻었겠지만 저희의 원칙과는 맞지 않았거든요.
라임자산운용 등 최근 문제가 불거진 이유도 과욕을 부리느라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모든 리스크는 고객이 떠안고, 회사는 이익만 챙기려고 하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업의 본질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자산운용업의 핵심은 고객의 자산을 불려주고 그 이익을 향유하는 것이에요. 또 기업분석과 투자여부 등 복잡한 고민은 저희에게 맡기고, 고객을 편안하게 주무시게 하는 게 목표이기도 합니다.
송주온 이건규 대표님께서는 ‘투자의 가치’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가치투자란 무엇이고 최근의 투자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요.
이건규 현 시장은 성장성과 기업가치를 동시에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인 가치투자는 무조건 저PER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었어요. 그때는 그렇게 투자해도 이익이 많이 났습니다. 약 30~50년 간 통한 원칙이죠. 하지만 2010년 이후 분위기가 완전 바뀌었어요. 과거와 달리 2010년 이후는 너나할 것 없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거죠. 이제는 성장가능성 +PER을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은 이면도 들여다볼 수 있어야 실패하지 않는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송주온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기업의 속살까지 파악해야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업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건규·정규봉 대표이사입니다. 공개된 기업정보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마인드와 철학, 기업문화, 회사에 대한 비전 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계속 CEO 인터뷰와 함께 임원 인터뷰, 임직원 인터뷰를 하고 지켜보는 거에요. 그 변화과정을 단기간이 아닌 수년 간 장기적으로 지켜봐야만 투자를 결정합니다. 한마디로 고객 대신 뛰어다니는 거죠.
송주온 자산운용업계에서 올해 들어 투자환경 변화에 따른 세대교체가 활발합니다. 두 분 대표님은 젊은 CEO로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기존 자산운용사와 차별화된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건규·정규봉 앞서 언급했지만, 과거에는 정말 싼 주식을 추구했다면, 지금은 그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이제는 성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또 저희가 젊다는 것도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데요. 20대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50대가 평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죠. 저희는 패러다임 변화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그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시장의 변화에 감을 갖고 있다는 게 장점이고, 열린 투자 판단을 하고 있어요. 가치주와 성장주 두 가지를 다 보고 있는데, 최근 성장주 장세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송주온 최근 지난 3월에 비해 주식이 활황인 것 같습니다. 이미 충분히 올랐다는 의견도 있고, 아직 더 간다는 의견도 있어요. 앞으로의 투자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이건규·정규봉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충분히 상승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가지수만 보면 다소 부담스럽지만 개별 기업 차별화가 계속 나타날 것 같아요. 생각보다 이익이 견조한 기업들이 꽤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변수가 있었지만 진단키트, 손소독제, 바이오 등 다른 신규 비즈니스가 생기면서 경제에 활력을 준 측면도 있어요.
실제로 우리 회사의 코스닥벤처펀드는 1년 반만에 40% 이상 수익이 났는데, 상장주식 20%와 공모주 만으로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올 가을부터는 비상장 주식이 상장이 되면서 수익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리츠하고 배당주가 앞으로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음에도 시장에서 인기가 없는데 오히려 지금 인기 있는 상품은 고평가 상태이거나, 가입하면 안 되는 시점인 거죠.
송주온 앞으로 어떠한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이건규·정규봉 외형적인 목표는 따로 없지만 고객의 수익에 대한 목표는 항상 갖고 운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내 사모펀드 업계가 많이 구조조정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250여 개 정도의 자산운용사가 있는데 10개 정도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빠르게 도태될 겁니다. 르네상스자산운용이 수많은 자산운용사들 중에서 손꼽힐 만한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에요. 시장의 변화는 빠르지만 20~30년 뒤에도 생존하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Interview 송주온 편집자문위원 Editor 박지연 Photographer 박희진
BT&I 여행그룹 /비마이컨시어지 송주온 회장
오피니언 리더이자 여성 창업 성공 신화를 이룬 30년차 대표 경영인이다. 기부를 통한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2010년 여성 기업인 최초로 1억 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고 <포브스> 선정 아시아 기부영웅 48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 남부후원회장으로서 기부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있으며 긍정과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대한민국 대표 여성 CEO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September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