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Business & Law, 기업경영과 법의 만남 1 | 2016년 07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회사의 경영진은 주주를 위해서 일한다. 그러나 주주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특수 상황에서는 어떤 주주를 위해서 일해야 하는가? 현행법상 회사의 경영진에게는 회사의 주인을 바꿀 수도 있는 강력한 권한이 주어져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주주의 보편적 이익 및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경영적 판단을 내릴 경우 업무상 배임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신흥철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a4346423886efde06095129a3f1d446f_1480172823_5747.jpg
 

회사의 주인은 누구일까? 필자가 외부 강연 시간에 이런 질문을 던지면 열에 아홉은 “회사의 주인은 주주입니다”라고 답변한다. 과연 그럴까? 

주주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자본주의를 택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서는 주주 외에 채권자, 임직원, 협력업체, 소비자, 지역주민, 정부 등 이해관계자(stakeholders)까지도 회사의 주인 범주에 집어 넣어서 논의를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일단 주주자본주의만 놓고 얘기해 보기로 하자. 주식회사는 그 개념상 주주가 출자한 자본금을 바탕으로 설립 및 운영되는 물적 조직체이다. 그러므로 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대답은 적어도 교과서적으로는 맞는 대답이다. 그러나 사회의 현실은 그렇게 교과서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주주는 균일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수많은 주주가 있는 대기업의 현실을 보면 주주라 하더라도 다 같은 주주가 아니다.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뭉친 유기적 단일체로서의 주주집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보유 주식수만 놓고 보더라도 회사 자본의 대부분을 출자하여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최대주주부터 단 한 주의 주식만을 보유한 소수주주까지 그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또한 회사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서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주주가 있는가 하면, 단기차익을 노리고 주식을 팔아치워 버리는 주주도 있다. 적대적 M&A 상황이 되면 더 복잡해진다. 누가 과연 회사의 주인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현재 갖고 있는 경영권을 지키기 위하여 방어하는 측이나 경영권을 빼앗기 위하여 공격하는 측이나 모두 주주이다. 공격하는 쪽이 외국인이고 방어하는 쪽이 한국인이면 애국심까지 등장해야 한다. 회사의 주인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과연 어느 쪽 편에 서야 하는가?

 

삼성물산 합병 반대한 엘리엇도 회사의 주인

작년 이맘때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 의안을 놓고 삼성물산의 주주들 간에 격심한 대립이 있었다. 삼성물산의 외국계 대주주 중 하나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라는 헷지펀드는 한국에서 삼성물산의 합병을 저지하기 위한 가처분 소송을 함으로써 법적 분쟁까지 이어졌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넘겨 주기 위하여 삼성물산의 소수주주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 논리를 살펴 보기 전에 우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조금 분석해보자. 

삼성그룹은 제조업을 책임진 삼성전자와 금융업을 책임진 삼성생명이라는 양대 회사를 주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대부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자회사들이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삼성물산이라는 독립회사가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대주주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다(이러한 지배구조가 금융과 산업의 분리, 소위 금산분리 정책에 맞지 않으므로 개선되어야 하는 주장도 활발하다. 다만 이 쟁점은 일단 여기에서는 제외하고 보자). 그러므로 이론상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지배하게 되면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180조 원이 넘으니 그 주식 1%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1.8조 원의 돈이 필요하다. 그러니 개인은 주식 매집을 통해서는 절대로 삼성전자의 지배권을 확보할 수 없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경영권 승계를 위하여 이재용 부회장 지배 체제를 만들어내야 했다. 이를 위해서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가 이용되었다. 비상장회사인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였던 1996년 삼성에버랜드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한 후 주주들의 실권을 거쳐 이를 대부분 제3자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몰아 주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자회사인 삼성생명까지도 지배하게 되었다. 그 후 삼성에버랜드는 상장회사인 제일모직과 합병함으로써 상장회사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함으로써 이재용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되고 그럼으로써 삼성전자까지도 확실하게 지배할 수 있게 된 순간 엘리엇이 딴지를 걸고 나온 것이다. 

엘리엇의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함으로써 사업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오직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한 목적일 뿐이다. 둘째, 양사간의 합병을 위한 합병비율을 계산함에 있어서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자산가치를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제일모직에게 유리하고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비율을 정하였다. 이는 오직 제일모직의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득을 안겨주기 위한 것으로서 이러한 합병을 추진하는 삼성물산의 임원들은 삼성물산의 소수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업무상 배임을 저지르고 있다. 

이 사건의 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위와 같은 엘리엇의 주장이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그리고 삼성물산의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 및 개인투자자들의 다분히 애국심에 기반한 지지로 합병결의안이 통과되었다. 그로부터 일년이 지난 지금 합병 삼성물산은 아직까지는 실적 면에서나 주가 면에서 합병 당시에 기대했던 시너지를 못 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로써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굳어지면서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경영진의 결단은 정당한가

이러한 삼성물산 주주들간의 다툼 과정을 ‘삼성물산이라고 하는 회사의 주인이 누구인가’라고 하는 우리의 명제 차원에서 살펴 보자. 합병 결의안이 부의되었을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지분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 중의 하나였다. 반면에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주식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제3자였다. 그러므로 주식 보유 비율만 놓고 본다면 이재용 부회장보다는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주인에 가까운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의 경영진은 주인인 엘리엇보다는 제3자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득이 더 많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성사시켰다. 그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임직원들이 개인투자자들을 찾아 다니며 합병에 찬성해 줄 것을 부탁하고 다니고, 여러 미디어 매체에 합병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는 광고를 삼성물산의 비용부담으로 게재하였다. 이러한 경영진의 의사결정 및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삼성물산 경영진의 행위가 엘리엇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법률적으로 업무상 배임이 될 수 있는지는 좀 더 따져 보아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삼성물산의 경영진이 기존의 주인(엘리엇)을 배제하고 새로운 주인(이재용 부회장)을 맞아 들이는 경영적 결단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 법제 상으로는 이와 같이 회사의 경영권을 위임받은 대리인 격인 경영진이 회사의 주인을 바꾸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기존의 주주를 배제하고 제3자 배정 방식(또는 주주배정방식에서 주주의 인수 포기 후 제3자에게 배정하는 방식)으로 기존 주주의 지배권을 뒤집을 만큼 대량의 신주 또는 신주유사증권(CB/BW)을 발행하면 된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이었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기존 주주를 배제하고 회사의 주인을 바꾼 사건이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을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약간의 법률적, 절차적 제한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재미있지 않은가? 경영권을 맡겨 놓은 대리인이 자기 마음대로 회사의 주인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현실에서 기존 대주주(회장님)와의 사전 교감 없이 그러한 엄청난 일을 저지를 경영진이 과연 있겠냐마는 말이다.

 

 

a4346423886efde06095129a3f1d446f_1480172851_2159.jpg
 

신흥철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hc.shin@lawplex.co.kr

사법연수원 18기로 수료(1989)한 그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삼성그룹(구조조정본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사내변호사, 미국 폴 헤이스팅스 법무법인, 법무법인 광장 및 법무법인(유) 화우의 파트너 변호사를 지냈다. 

회사법, M&A, 금융, 증권, 보험, 사모펀드, 영업비밀, 지적재산권, 벤처 등의 전문분야를 다루고 있다.

·서울대 법대

·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 

·Harvard Law School LL.M.(석사)

 

(주)시이오파트너스 | 월간<CEO&> :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26길 8 인피니티 빌딩 4층 (우 04392) | 문의전화 : Tel 02-2253-1114, 02-2237-1025 | Fax 02-2232-0277
Copyright CEOPARTNERS All rights reserved. 월간<CEO&>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