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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고 불확실한, 하지만 지적인 색

Color Marketing, 컬러 읽는 CEO | 10 | 회색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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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고 불확실한, 하지만 지적인 색

회색은 아름답지만 추하기도 하다. 공간디자인이든 패션디자인이든 어떤 물질에 의해 만들어지고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따라 한없이 세련된 색이 될 수도 있고, 초라하고 더러운 색이 될 수도 있다. 본연의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회색의 이미지는 한없이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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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2006년 개봉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영화다. 이 영화에서 편집장 미란다 역의 메릴 스트리프는 시종일관 블랙 앤 화이트나 골드, 브라운, 바이올렛 등 럭셔리한 컬러로 무장하고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영화 속에서 그녀의 다른 이면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의 신(Scene), 자신의 집 거실에서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회색 가운을 입은 채 눈물을 잠깐 글썽이며 두 번째 이혼을 결심하는 장면이다. 희로애락을 걷어낸 듯 유채색이 철저하게 배제된 화면 속 미란다의 모습은 최신 유행에 맞춰 완벽하게 차려입은 앤 해서웨이와 대조를 이루며 비탄에 빠진 여인을 매우 적절히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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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고 우울한 ‘잿빛’
빨강, 주황, 파랑 등 유채색은 물론이고 검정, 흰색 등 무채색과 비교했을 때에도 회색은 주의를 끄는 색이 아니다. 색채가 주는 시각적 힘, 즉 주목성이 현저히 낮은 색이기 때문에 무언가 중요한 인상을 주어야 하는 곳에는 회색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회색은 순수한 우리말로는 ‘잿빛’이다. 재는 물질이 불에 다 타 소멸되어버리고 나서야 남는 물질이다. 회색은 태생부터가 우울하고 심하게는 비관적이다. 그러한 탓에 회색과 관련한 형용사는 ‘불확실한, 불투명한, 구별되지 않은, 지루함, 비관적인, 불안정한, 적대적인, 억눌린, 음울한 사건이나 장면’ 등으로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사상이나 노선 등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하는 회색분자, 어느 초강대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지 모호한 지역을 뜻하는 Gray Zone, 보수 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가리키는 Gray-collar 등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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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이고 고상한 색
중세시대 독일의 민간신앙에서는 회색을 악마의 색으로 여겼다.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에 나오는 ‘슐레밀의 그림자를 산 회색 옷의 남자’는 사실 악마다. 중세시대 그려진 회화작품에서 악마는 종종 회색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악과 나쁨을 절대적으로 상징하는 검정보다는 그 느낌이 약하다. 한편, 그리스도 재림의 순간을 그린 성화 속 예수는 세상의 심판관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회색 외투를 입고 있다. 그래서인지 죽음이나 악마를 의미하는 그레이가 기독교에서는 부활을 상징하는 색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괴테의 유명한 소설 ‘파우스트’에 나오는 서재 장면에는 ‘모든 이론은 회색’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회색의 색채 이미지가 대부분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지적 활동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의미도 많다. 
한국에서는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연로하신 분을 지칭하여 백발노인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영어권과 독일어권에서는 검은 머리와 흰 머리가 섞였다고 하여 Grey-haired, Grey-headed로 부른다. 고령을 떠올리게 하는 색채이기 때문에 연륜에서 기대되는 높은 지적 수준, ‘고상한’, ‘지적 수준이 높은’, ‘존경받을 만한’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Grey Matter은 이해력, 두뇌, 상식을 의미하며, Gray Power는 긍정적인 의미의 노인 파워, Grey Eminence는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막후인물, 어떤 일에 오랫동안 종사해 오면서 좋은 평판을 지니게 되는 것을 ‘Grow grey in the service of Sth’라고 말한다.

 

All cats are grey in the dark
색과 색채이미지를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컬러마케팅에서는 흔히 해당 특정색을 포함하여 레드 마케팅, 옐로우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레이 마케팅은 일반적인 경제원칙이 통용되는 시장과 암시장의 중간지대를 뜻하는 단어, Gray Market에서 파생된 것으로, 비정상적인 채널을 통해 진행되는 글로벌 기업들의 국제간 거래를 뜻하는 신조어다. 그레이 마케팅에는 제3국을 통해 수출되는 3국간 거래, 국경 도시에서 중소 중개상에 의해 이루어지는 국경무역, 국가 간 가격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병행수입, 관광객과 전문 중개상에 의한 보따리 장사, 불법적인 밀무역, 품목이나 원산지 등을 허위로 신고하여 수입되는 위장무역 등이 포함된다.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에 관리 문제나 위험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
모든 고양이가 어둠 속에서는 그저 회색으로 보일 뿐이다. 사람이나 동물 심지어 물건도 어둠 속에서는 그 ‘다름’이나 ‘차이’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는 절대 밝지 않다. 모쪼록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호기롭게 당선된 국정자들이 보이지도 않는 차이를 부르짖으며 스스로 탱자가 되어버리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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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후  
•컬러스토리텔러
•디자인박사, 교육학박사과정
•맞춤형인하우스 기업교육 전문
•송지후컬러앤콘텐츠랩 대표
•연세 패션&라이프 이노베이션 최고위과정 총괄책임
•롯데백화점 트렌드 자문위원
•한국산업인력공단 컬러리스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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